총수 실형 파장, 한화그룹 앞날은?

2013.04.24 15:41:48 호수 0호

재계 10위 경영시계 '올스톱'

[일요시사=경제1팀] 총수의 법정 구속 이후 한화그룹의 ‘경영시계’가 멈춰 버렸다. 자구책으로 겨우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신규 투자 등 공격경영은 올스톱 상태. 올해 투자 계획은 물론 임원 승진과 같은 정기 인사조차 실시하지 못했다. 항소심에서 형이 다소 감형됐지만 앞으로도 한화의 앞날은 우울하다.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화그룹. 지난해 8월 오너인 김승연 회장이 계열사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되면서 부터다. 이후 그룹의 주요한 의사 결정은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 지난 15일 열린 2심 공판에서 김 회장의 형량이 징역 4년에서 3년으로 다소 줄어들었지만, 실형에는 변함이 없었다. 
 
100억불 날릴 판

최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회장의 경영 공백 장기화로 우려하던 사태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김 회장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이던 주요 해외사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한화건설은 이라크 내 공사 추가수주를 고스란히 외국 경쟁사들에게 뺏길 판이다. 이라크 정부와 협의 중이던 발전소와 정유시설, 병원, 태양광 등 추가 수주 논의도 정지됐다.

김 회장은 지난해 80억불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이라크 정부와 두터운 신뢰를 형성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한화건설은 100억불 규모의 2차분 사업을 추가로 수주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았으며, 이라크 정부는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통해 한화와의 추가사업을 타진해 왔다.

이라크 정부는 2017년까지 주택(800억불), 교통인프라(460억불), 에너지(800억불), IT·의료·보안 등(690억불)에 걸쳐 총 2750억불(약 310조원)을 이라크 재건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또 2030년까지 에너지 분야에 5000억불을 투자하는 등 정유공장, 발전소, 도로, 인프라, 공공시설 및 군 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 최소 7000억불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 붓는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한화건설이 수주한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는 이라크 정부가 전후 복구사업의 일환으로 발주한 10만 세대 규모의 국민주택건설 및 단지조성공사로 한화건설이 수주한 해외건설사업 중 최대 규모다.


한화는 신도시 건설 공사 수주 뿐 아니라 건설 및 철도·항만·도로 등 기간사업과 발전소·정유공장·석유화학공장 등 생산설비 공사에도 참여할 계획이었다. 또 신도시에 건설되는 학교에 태양광을 활용한 발전설비 공사도 담당할 예정이었다.

오너공백 우려 현실화…글로벌사업 직격탄
이라크공사 위기에 투자·채용·상생 답보

김 회장은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본 계약 체결 직후인 지난해 7월, 직접 이라크를 방문해 누리 알 말리키 총리와 이라크 재건사업에 대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김 회장에게 발전 및 정유시설, 학교, 병원, 군시설 현대화, 태양광 사업 등 100억불 규모의 이라크 추가 재건사업 수주를 요청한 바 있다.

이라크에서 한화건설이 100억달러 규모 재건사업을 추가 수주할 경우 한화 임직원 500여명과 협력업체 1500명 등 하루 평균 2000여명의 현장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연인원으로 환산하면 73만명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셈이다. 중소협력사 동반진출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의 발판도 다질 수 있다.

김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추가 수주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등 사업단이 이라크정부를 설득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더구나 이라크 재건사업의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중국, 터키, 인도는 물론 유럽 건설사들이 앞 다퉈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김종현 해외건설협회 사업지원본부장은 최근 열린 ‘해외건설 5대 강국 진입 및 일자리 창출 세미나’에서 “한화건설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 수주는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의 10%를 상회하는 대형공사로 김승연 회장을 필두로 이라크 재건사업에 대한 의지와 용기를 보여줘 타 기업의 귀감이 된 우수사례였다”며 “하지만 김 회장의 경영공백으로 발전소, 정유시설, 병원, 태양광 등 100억 달러 규모의 추가수주에 대한 논의가 답보상태에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은 “김승연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되면서 2·3단계 이라크 재건사업에 대한 협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한-이라크 협력관계가 벌어진 틈을 타 중국과 터키 등 경쟁국 건설사들에게 이라크 재건시장의 선점효과를 빼앗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명 주이라크 한국대사 역시 “한화가 이라크시장 공략에 첫발을 제대로 내디뎠고 앞으로 우리 기업들이 이라크에서 할 일이 많을 것”이라며 “국익 차원에서만 생각한다면 김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원 인사도 못해

뿐만 아니라 한화는 10대 그룹 중 올해 투자 계획과 임원 인사도 단행하지 못하고 있다. 김 회장 구속 이후 최금암 경영기획실장 중심으로 비상체제를 가동해 왔지만,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중장기 투자전략 수립에는 ‘시스템 경영’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기 인사 역시 부장급 이하 사원들 승진 정도로만 최소한으로 이뤄져 내부 분위기가 침울하다. 또 대학 졸업 시기에 맞춰 각 계열사별 채용은 진행되고 있지만, 상반기 채용 규모(3000명)만 확정한 상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최종 결정권이 있는 총수가 없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라며 “현상유지만 하는 방어적 경영 활동에만 치중하고 있는데 이 상태가 언제쯤 해소될지 짐작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화사건 일지

<2010년>

▲8월19일 금감원, 대검에 한화 비자금 수사 의뢰
▲8월27일 대검, 서울서부지검으로 수사 이첩
▲9월16일 서부지검, 한화 압수수색
▲12월1일 김승연 회장 1차 소환조사
▲12월15일 김승연 회장 2차 소환조사
▲12월30일 김승연 회장 3차 소환조사
<2011년>
▲1월30일 김승연 회장 등 11명 불구속 기소
<2012년>
▲7월16일 징역 9년 및 벌금 1500억 구형
▲8월16일 1심 징역 4년 및 벌금 51억 선고
<2013년>
▲4월1일 항소심 징역 9년 및 벌금 1500억 구형
▲4월15일 항소심 징역 3년 및 벌금 50억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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