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계도 예외일 수 없는 <도핑테스트>

2009.05.19 11:43:11 호수 0호

알면 별것 아닌 반드시 필요한 검사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지난 3월5일 서울 태평로 프라자호텔에서 2009년도 정기총회를 열고 도핑테스트 도입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도핑시기와 대상은 2009년 정규투어 4~7개 대회 중 무작위로 선수를 선정하여 실시할 예정이다. 세계적으로 골프는 ‘멘탈운동’이고 프로골퍼 간 실력 차이는 백지장 한 장 정도이며 승부는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달렸다는 인식이 강해 최근까지도 도핑테스트가 도입 되지 않았다.

KLPGA 올해부터 도핑테스트 시행
도핑테스트 이해하고 부작용 막아야



물론 타이거 우즈나 아니카 소렌스탐 같은 뛰어난 선수들을 향한 어느 정도의 시샘 어린 의혹이 간간이 있어 왔다. 또 모한 선수가 약물을 사용했다는 일방적인 주장도 있었지만 소수의 검증되지 않은 의견 때문에 도핑테스트를 도입할 수는 없었다.
소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운동선수는 오랜 시간 운동으로 몸을 단련한 사람이라 갑자기 근육이 생긴다고 해서 운동능력이 향상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던 탓도 있다.

약물의 힘 빌린다?

사실 이런 의견도 도핑테스트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나온 말이긴 하다. 도핑테스트는 스테로이드같이 근육 강화제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신경안정제인 베타안정제도 도핑테스트에 걸리는 약물로서 ‘골프는 집중력이 중요한 경기’라는 의견만을 놓고 보자면 약물의 힘을 빌려 심리적 안정을 얻고자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다.

골프계 도핑테스트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대회에서 처음 시작됐다. 지난 2006년 7월 국제골프연맹(IGF)이 “약물복용 근절운동에 동참하겠다”며 세계 아마추어팀 골프선수권대회에서 약물검사를 시행했던 것. 게다가 타이거 우즈, 그렉 노먼, 잭 니클로스 등이 스스로 검사를 받겠다며 발 벗고 나서자 PGA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결국 PGA는 2007년 11월 “12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약물검사에 대한 교육을 한 뒤 2008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약물검사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LPGA와 EPGA, JGA도 세계 골프계의 흐름에 동참하겠다며 뜻을 함께했으며 올해 우리나라의 KLPGA도 도핑테스트를 시행하게 됐다.
도핑테스트의 실시를 미뤄왔던 단체들이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테스트에 드는 비용문제였다. 그러나 도핑테스트라는 것이 모든 이들에게 하는 것이 아닌 무작위로 선정된 몇몇 선수에 해당하는 것이라 그리 많은 금액이 들지는 않는다. 개개인은 약 40만원, 단체로 테스트를 받게 되면 약 20만원의 비용이 든다.

도핑테스트는 적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 시행 자체에 의의가 있는 것으로서 테스트에 선정된 선수가 의혹 어린 시선을 받는 중이라면 많지 않은 비용으로 자신의 결백을 알릴 수 있게 된다. 선수로서 도핑 없이(금지방법의 사용 없이) 깨끗한 환경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다는 사실 확인을 하는 것이다.
지난 2002년 문화부는 각 프로 스포츠 단체에 도핑검사 도입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그간 이를 실행한 것은 KBO뿐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은 선수계약서 제4조 9항에 ‘협회, 연맹이 지정하는 도핑테스트에 참가한다’는 조항이 있지만 외국인 선수 입국 시 단 한 차례 검사할 뿐이었다. 국내 선수는 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난해 의무분과위원회에서 “2008시즌부터 팀당 2명씩 연 1회 이상 도핑검사를 하자”는 건의가 나왔지만 이사회에서는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모습들에 대해 “도핑테스트의 필요성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아쉬운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골프 역시 이런 비난의 화살에서 벗어날 수 없었지만 올해부터는 달라지게 됐다. KLPGA는 올시즌 첫 시행을 앞둔 도핑테스트와 관련 “도핑테스트는 2016년 하계올림픽에 골프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도록 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지난 2007년 롤렉스 세계랭킹 회의 당시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GA),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등과 시행하기로 이미 합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작위 선수 선정 도핑테스트

이어 “미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고 우리도 애초 지난해부터 추진키로 했다가 1년여의 준비시간을 더 가졌다. 하지만 오는 4월 초 LPGA, JLPGA 등이 모두 참석하는 가운데 열릴 도핑 관련 회의 이후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KLPGA는 이에 따라 올시즌부터 4∼7개 대회에서 도핑위원이 무작위 방식으로 선수를 선정해 도핑테스트를 실시키로 했으며 적발된 선수는 1회 위반 시 1년 자격정지, 2회 위반 시 2년 자격정지, 3회 위반 시 영구 제명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테스트를 받게 되는 선수도 주위에서도 ‘놀랄 것이 없는 검사’이긴 하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있다. 프로골퍼가 ‘도핑테스트 때문에’ 아파도 약을 맘대로 먹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투어 프로들이 큰 고민에 빠져 있다.
실제 2008년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 시즌 개막전인 ANZ 레이디스마스터스에서 ‘골프 지존’ 신지애는 코스보다는 감기 몸살과의 싸움을 펼쳐야만 했다. 경기 전부터 감기 몸살로 고열에 시달리고 편도선염까지 도저 응급실 신세까지 졌다. 그러나 도핑테스트 때문에 감기약도 함부로 먹지 못했다. 겨우 해열제 한 알과 병원에서 링거를 맞는 게 전부였다.

신지애가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미국 무대인 LPGA투어는 지난해부터 무작위 선택(랜덤)으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병행한 도핑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도핑테스트에서 첫 번째 양성반응은 1년간 자격정지, 두 번째 양성반응은 2년간 자격정지, 세 번째부터는 영구 제명된다.

“이젠 진통제도 못 먹어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양선수에게 종종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한약과 건강보조식품이다. 체력 소모가 많은 선수들은 한약이나 보양식 등을 자주 먹게 되는데 이런 제품 혹은 식품은 단일 성분의 정제된 약과는 달리 수많은 성분을 포함하고 있어 금지약물이 검출될 수도 있다.
따라서 선수들은 그 성분이 명확지 않은 약제나 건강보조식품 등은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 되고 복용을 원하는 경우 반드시 사전에 함유 성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실제 한약재나 보양식에 대한 도핑테스트를 의뢰, 결과를 지켜보고서 복용하는 프로선수가 늘고 있다.

최나연은 지난해 LPGA투어 진출에 앞서 45만원을 들여 KAIST 도핑센터에서 검사를 받기도 했다. 안선주는 “감기에 걸리면 집중력이 떨어져 쇼트 게임이나 퍼팅할 때 어려움이 많다. 또한 프로들은 허리나 무릎, 발목 통증이 잦지만 이제는 진통제도 먹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불법적인 방법이 아닌 합법적으로 약국에서 구하는 약의 상당한 부분에 금지약물이 포함돼 있다. 시판되는 약이라고 해서 금지약물로부터 안전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금지약물 포함 여부를 확인할 시간이 없을 정도의 응급 상황이 발생하여 불가피하게 금지약물을 사용한 경우, 치료 즉시 ‘치료목적사용 면책’을 신청하여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상황은 드물게 발생하는 상황으로 응급상황에서의 소급 치료목적사용 면책은 정밀한 검토 후에 승인 여부가 판정되니 이를 유념해야 한다.

스포츠에서 경기력 향상 목적의 약물복용행위(doping)는 근절되어야 할 불법행위일 뿐만 아니라 선수 건강에 위해가 되며 스포츠 윤리에도 크게 반하는 행위다. 단 도핑테스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되겠기에 선수 개인이나 주위에서는 경기력 향상을 위한 노력과 함께 항상 도핑에 대해 유념해야 한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