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4차원 아티스트 낸시랭

2013.04.12 15:59:03 호수 0호

“이건희 회장님 신나게 놀아보아요”

[일요시사=사회팀] 4차원 팝 아티스트 낸시랭이 강남으로 컴백했다. 그는 지난해 말 역대 대통령을 비롯, 대선후보를 유화 팝아트로 묘사해 개인전 <내정간섭>을 열었다. 이후 만 3개월도 안 돼 그는 동일한 묘사법으로 <낸시랭과 강남친구들>이라는 타이틀의 개인전을 열었다. 세계 거물들과 함께 강남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낸시랭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봤다.




‘걸어 다니는 팝아트’라고도 불리는 낸시랭. 그는 지난해 말 <내정간섭>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당시 낸시랭은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인물 팝아트를 유화로 표현해 미술계에서는 이른바 “고정관념을 깼다”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내정간섭>에 등장한 인물들은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제18대 대선후보들이었기 때문에 민감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8∼9년 동안 함께한 코코샤넬 고양이를 각 정계인물과 합성시켜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를 연출했기 때문. 이번 개인전 또한 세계 거물들을 등장시켜 뉴욕 맨하탄 유명 방송을 비롯한 영국 BBC, 프랑스 유명 매체 등에서 깊은 관심을 보여 절반 이상은 성공한 개인전이라고 회자되고 있다.

매번 새 장르 도전

“기존에 그래픽 혹은 아크릴로 묘사되는 인물 팝아트에 대한 미술계의 고정관념을 한 번쯤은 깨고자 했어요. 그리고 <낸시랭과 강남친구들>에 등장하는 세계 거물들도 <내정간섭>처럼 코코샤넬을 어깨 위에 살포시 얹으면서 모두 낸시랭화 시켰죠."

"정치인의 경우 권위의식이 투철한 이미지를 한층 편안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세계 리더들 역시 단지 직업만 다를 뿐 일반 사람들과 다름없다고 생각했고, 저는 이들과 함께 자연인으로서 강남에서 같이 신나게 놀아보자는 심산이었죠.”


사실 낸시랭의 첫 번째 유화 팝아트인 <내정간섭>은 모 네티즌의 질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한 네티즌은 2010년부터 시작된 낸시랭의 소셜활동에 대해 “미국 시민권자가 감히 내정간섭에 끼어들다니…”라고 힐난했다. 낸시랭은 이 같은 발언에 오히려 “좋은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약 2년간 작품 활동에 몰두했다. 이는 그만의 유쾌한 대응방식이었다.   

“지난 2010년 영국 런던에서 '거지여왕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트위터와 SNS를 통해 정치논객을 펼쳤죠. 지난해에는 '4·11 총선투표독려 앙 퍼포먼스'에 이어 '12·19 청와대 앙 퍼포먼스', 그리고 <내정간섭>에 이르기까지 정치사회적 콘셉트의 작품 활동을 하며 사회전반에 관심을 두고있어요.”

그만이 가진 4차원적 예술성은 엄마의 특별한 교육방식 덕분이었다. 발레리나였던 낸시랭의 엄마는 직업 특성상 세계 곳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사업을 하던 아빠까지 해외출장이 잦아지면서 무남독녀였던 낸시랭은 가정부와 기사 외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예술적감성이 유난히 돋보였던 그는 어릴 때부터 온 집안 벽에 낙서를 하며 엉망을 만들었지만 그의 엄마는 단 한 번도 꾸짖지 않았다고 한다. ‘하고 싶은 것은 하자’라는 사고방식은 낸시랭의 창의력과 예술적감성을 남들보다 더 특이하고 달리 보이게 만들었다.  

유명 리더들 유화 <강남친구들> 개인전
기존 묘사법 깨고 차별…미술계 ‘충격’
하고 싶은 대로…좌충우돌 퍼포먼스

낸시랭은 이번 작품을 열면서 “아티스트는 정신적 귀족이고, 강남 사람들은 물질적 귀족이다”라는 어록을 발표했다. 실제로 그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지만 유년시절과 청소년기, 성인기를 강남 압구정에서 보내고 자라왔다. 발레리나였던 엄마를 따라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해외여행을 다녔고 인터내셔널 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자신을 엄밀히 말하면 우파성향의 된장녀이자 엘리트 강남인이라 자부한다.


“대학원 다닐 때 집이 망했을 뿐 저는 뼛속까지 강남사람이에요. 가세가 기울어진 후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도 강남을 떠나야만 했을 때의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그때야 비로소 예술을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고요. 홀로 베니스로 떠나 퍼포먼스 활동을 하며 예술 활동을 했죠. 그러다 <낸시랭과 강남친구들>을 계기삼아 정신적으로 강남으로 컴백하게 됐어요. 고향인 청담동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셈이죠.”

그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쁘띠거니’라고 칭해 한동안 인터넷상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낸시랭이 이 회장을 풍자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의도는 달랐다. 모든 것을 다 갖춰 아쉬울 게 없는 사람 쁘띠거니는 이건희 회장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풍자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특정 인물비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그려 피소당한 이하 작가를 지지한 것도 여기에 있었어요. 전 전 대통령을 풍자한 게 아닌데도 억울하게 피소당해 법원 앞에서 지지퍼포먼스를 했어요. 예술과 언론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어요. 설사 벌금이 10만원 내외라도 납부하게 되면 지금껏 보존돼왔던 자유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기 때문에 이런 불상사를 방지하고자 지지퍼포먼스를 하게 됐어요.”

세계 거물들 집합!


그는 지금껏 하고 싶은 대로, 마음가는대로 좌충우돌 퍼포먼스를 해오다가 이제 세계 거물들과 여유롭게 강남에서 즐기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특히 정신적 지주이자 소울메이트인 마이클 잭슨과 함께….

“그동안 아껴왔던 제 소울메이트 마이클 잭슨과 마릴린 먼로, 마돈나가 등장한 작품과 전시회는 애착이 많은 개인전이라고 생각하셔도 될 거에요.”

최근에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와 열띤 트윗 설전을 벌여 화제가 된 낸시랭. 걸어 다니는 팝 아티스트 낸시랭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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