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63)

2013.02.04 11:32:20 호수 0호

속전속결로 해결하는 게 답이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예상치 못한 돌발로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느긋하게 여유를 보여 상대를 안정시켜라

 “마치 회사가 무슨 약점이라도 있어서 시위자의 요구를 들어준 것처럼 대내외적으로 오해를 받게 되지 않겠어요? 그리되면 전국지점에서 수만 명의 각기 다른 성향을 가진 판매원들이 가만히 있겠어요? 그들 역시 자신과 이해관계가 다르고 불만족을 느낄 경우 이번 사건처럼 시위를 하며 떼쓰고, 억지를 부려 해결하려고 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본사 정문 앞에는 일 년 365일 시위자로 넘쳐 날 겁니다.”

“저도 그런 부분이 염려가 되어 제대로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백 부장! 어쨌든 이번일과 같은 시위민원은 좋은 방법으로 속전속결로 해결해야 합니다. 잘못 대응하다간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일로 낭패를 볼 수도 있지요. 자, 상담실로 가서 시위 여성을 만나 반응을 살펴보도록 합시다.”

내 말에 백 부장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후 앞서 상담실로 향했다.
우리가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 과장과 시위자가 뭔가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나는 대화를 하기 전에 먼저 그 여성에게 커피를 권했다. 느긋하게 여유를 보임으로 해서 긴장한 시위자의 마음을 안정시키려고 했다. 그리고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무엇이든지 하라고 했다. 그녀는 나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며 말문을 열었다.

내뱉기 전에 들어라

“아무리 말단 사원이라고 해도 사람을 우습게보면 안 되지요!”
분노를 억누르며 그녀가 회사의 문제점을 열거하고 있었다. 시위 여성은 회사에서 자신을 퇴출시킨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했다. 지점장과 권역 책임자가 자신을 미워해서 개인감정을 갖고, 아무 잘못도 없는 자기를 모함해서 목을 잘랐다며, 이미 회사에서 감사 시 조사한 내용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나는 간혹 고개를 끄덕여 주며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을 끝까지 들어준 다음 회사의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이제 제가 말씀드려도 되겠지요? 먼저 시위를 중단하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으면 다른 지점에서 판매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검토해 보겠습니다.”


내 말에 그녀가 펄쩍 뛰며 대꾸했다.
“무슨 말이에요. 내가 왜 다른 지점으로 가야 하죠? 지점장이 다른 곳으로 옮겨 가라고 하세요. 지점장이 나를 잘라 잘못했는데, 내가 왜가요? 아니면 가만있지 않겠어요!”
그녀는 회사가 자신의 시위를 두려워해 자신과 협상을 하는 것인 양 착각하고 있는지 자신의 주장이 당연하다는 듯 여전히 버티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표정과 행동을 주시하며 점잖게 말했다.
“알았습니다. 저희들도 방안을 강구할 테니 시간을 좀 주시죠.”
“내일 당장에 지점장을 다른 곳으로 보내고 나를 지점에 출근 시키도록 하세요!”

그녀는 마치 회사가 큰 잘못을 했으니 바로잡으라는 식으로 막무가내 억지를 썼다. 아무래도 더 이상 대화를 해봐야 소용이 없어보였다.
“알았습니다. 지점장과 협의해 볼 테니 일단 돌아가 계십시오.”
겨우 달래고 나서야 그녀가 돌아갔다. 나는 백 부장과 직원들을 모아놓고 차를 마시며 간략한 미팅 시간을 가졌다.
“지점장 입장으로서는 단 한명의 판매원이 소중할 텐데 오죽했으면 퇴출시켜 달라고 감사를 요청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무지 시위자와 대화가 되지 않네요. 일단 돌려보냈지만 내일이라도 다시 올수 있으니 회사주변을 잘 살피도록 주의하기 바랍니다.”

“예, 알겠습니다!”
모두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예의 주시하기로 하고 각자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확인을 했다.
다음 날 오전 10시, 팀원인 총무부 김 대리가 보고를 했다.
“이사님! 건물 경비실에서 전화가 왔는데요. 어제 그 시위 여성이 또 와서 현재 정문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 대리 보고를 받으면서 며칠이라도 시위를 중단했으면 좋겠다는 내 바람이 희망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백 부장님에게도 보고했나?”

“예, 부장님께 말씀드리자 빨리 이사님께 보고 드리라고 하시며 시위현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알았어요.  김 대리도 수고해주고 백 부장님 올라오면 내가 좀 보자고 해요.”
“알겠습니다.”
김 대리가 자리로 돌아가고 잠시 뒤, 백 부장이 내 방으로 들어오면서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사님! 하루도 지나지 않아 또 시위를 하는 건 뭡니까? 혹시나 한 것이 역시나 돼 버렸습니다.”
“어차피 기대하지도 않았던 거 아닌가? 이런 일이 말 한 마디로 쉽게 끝날 일인가? 어제 그 여인의 성격으로 보니 좋게 해결할 일이 아닌 것 같네.”

“이사님,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요?”
“시위 여성의 가족을 파악해두라고 한 것은 어떻게 되었나?”
“민원실 박 대리가 조사하고 있습니다. 아마 오늘 내일 중에 파악 될 것으로 봅니다. 이사님! 불법시위자로 112신고를 해보면 어떨까요?”
“좋아요. 심적 부담을 갖는지 한 번 더 반응을 떠 봅시다. 그런 후에 정식 고소여부를 판단하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바로 신고하라고 하겠습니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백 부장이 뛰쳐나가 듯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백 부장이 나간 후 두어 시간이 지나 인터폰으로 내게 보고를 해왔다.

만일을 대비하라

“이사님! 112에 신고해서 지금 막 경찰관이 현장에 도착했는데 저한테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또한 시위자를 만나 구두 진술을 들어 본 후 ‘단순 1인시위자를 체포 연행할 수 없다’며 그냥 돌아갔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뭘 어떡해요. 그건 그렇고 경찰관이 오니까 시위자의 반응은 어떻던가?”
“처음엔 경찰관을 피하듯 하더니 순순히 따르던데요.”
“그래요, 어쩔 수 없지. 일단 감시자를 붙여두고 나머지 직원들은 일상적인 업무를 보도록 하세요. 다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으니 팀원들은 외출 금지하고 사내에서 업무를 보면서 대기하도록 하세요.”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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