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사태 3개월' 윤석금 회장 재기 로드맵

2013.01.28 15:00:39 호수 0호

이거 팔고 저거 팔고…처음부터 다시 시작

[일요시사=경제1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700억을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모태기업인 '웅진씽크빅' 사수를 위해서다. 한때 재계 30위에 들며 업계를 호령하던 웅진그룹이 쪼개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법정관리 절차 개시 이후 우량 계열사를 잇달아 매각하는 등 회생에 몸부림치고 있다. 코웨이는 날아갔고 식품·케미칼·폴리실리콘·패스원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회생'보다는 '해체'에 가까운 움직임이다.



웅진홀딩스는 지난 21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일가가 법정관리 중인 웅진홀딩스 회생을 위해 사재를 출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웅진씽크빅과 북센을 매각하라는 채권단의 요구에 웅진홀딩스가 그룹의 '모태기업'을 살리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같이 제안한 것이다.

그룹 회생 위해
회장 사재 출연

윤 회장 일가가 내놓을 수 있는 사재는 400억원대로 추정된다. 윤 회장 일가가 보유하고 있는 코웨이 매각 대금 970여억원 중 서울저축은행 관련 채무 630여억원을 뺀 금액과 웅진케미칼·웅진식품 주식 등을 더한 것이다.

웅진홀딩스 지분 73.9%를 보유하고 있는 윤 회장 자신은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 상태여서 사재 출연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이 두 아들에게 매각한 웅진케미칼·웅진식품 등의 지분을 사재 출연할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웅진케미칼·웅진식품 주식 전량을 두 아들에게 매각한 바 있다.

이로써 웅진씽크빅과 북센은 채권단의 매각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윤 회장이 웅진그룹을 만드는 데 발판이 됐던 계열사만큼은 건진 셈이다. 하지만 주력계열사인 웅진코웨이는 이미 웅진그룹 손을 떠났고 웅진케미칼과 웅진식품, 웅진폴리실리콘 등 전 계열사를 M&A 시장에 매물로 내놓고 있어 결국 웅진은 빈껍데기만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윤 회장 품을 떠난 계열사는 웅진코웨이다. 웅진코웨이는 2013년을 MBK파트너스에서 시작했다.

지난 2일 웅진그룹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코웨이 인수대금 1조1915억원 가운데 65%인 7800억원 가량을 입금 완료했다. 웅진홀딩스는 코웨이가 보유한 1782억원 가량의 웅진케미칼 지분 46.3%(2억1464만4092주)도 넘겨 받았다. 이로써 지난해 8월 웅진홀딩스와 MBK파트너스가 매각 본계약을 체결한 지 5개월 만에 코웨이는 완전히 웅진을 떠났다.

윤 회장 사재 출연 약속 "모태기업은 살려라"
공중분해 막았지만 계열사 대부분 '산산조각' 

지난해 11월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해 사명을 '코웨이'로 변경하고 김병주 회장과 윤종하 대표이사 등 MBK파트너스 측 인사를 이사로 선임했다.

웅진케미칼 매각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는 웅진홀딩스의 회생계획 일환으로 추진하는 웅진케미칼 매각과 관련, 매각자문사 선정을 지난 11일 허가했다. 웅진케미칼이 법원에 허가를 요청한 지 하루 만이다. 매각주관사 선정 및 매각 진행 일정 등 구체적인 사항은 채권자협의회와의 협의 후 법원의 승인을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매각자문사를 선정해 2월부터는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각자문사로는 우리투자증권이나 한영회계법인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웅진케미칼은 지난 1972년 삼성그룹의 '제일합섬'으로 출발했다. 1995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후 새한그룹으로의 편입과 함께 1997년 2월 간판을 '새한'으로 바꿨다. IMF 타격을 받아 1999년 이후 구조조정을 추진, 화섬경기 악화 등의 이유로 2000년 6월 워크아웃 대상기업으로 선정, 2008년 1월 웅진그룹에 인수돼 '웅진케미칼'로 상호를 변경했다. 4번째 주인을 찾고 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웅진케미칼의 사업부문별 매각도 효율적인 M&A 전략 중 하나라는 얘기가 나온다. 웅진케미칼이 영위하는 섬유, 필터, 전자소재부문 등이 각각의 특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웅진케미칼은 기능성 화학섬유, 수처리용 필터, 전자화학 소재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

웅진케미칼의 섬유사업은 국내 생산능력 3위 규모의 원사·원면·직물을 비롯 소방복 등에 사용되는 슈퍼섬유(메타계 아라미드)도 생산한다. 또한 LCD 백라이트유닛용 확산판 등 디스플레이 소재도 만들고 있으며 필터사업은 해수담수화, 초순수제조, 폐수재활용 등에 사용되는 역삼투필터와 마이크로필터 기술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엎친 데 덮친격
염산 누출 사고

인수 후보로는 웅진케미칼과 사업영역이 겹치는 코오롱·효성·휴비스·제일모직 등의 업체가 물망에 오른다.


웅진케미칼 매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반면 웅진폴리실리콘과 웅진에너지 매각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태양광 업황부진으로 매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염산 누출 사고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염산 누출 사고는 지난 12일 상주시 청리면 마공리 웅진폴리실리콘 상주공장에서 염화수소를 폐기물 처리 장소로 흘려보내는 방류벽에 금이 가면서 발생했다. 약 200톤의 염화수소가 누출된 것이다. 염화수소는 염소와 수소의 화합물로 물과 섞이면 강산 중 한 종류인 염산이 된다. 염산이 기화돼 발생하는 염화수소가스는 부식성으로 폐 등 호흡기로 들이마실 경우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킨다. 향후 조사 규모에 따라 2차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특히 웅진폴리실리콘이 사고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기업 이미지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웅진폴리실리콘 상주공장은 지난해 7월부터 가동을 멈춘 상태다. 제고물량 소화도 어려운 상태다. 웅진홀딩스는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서 매각 작업을 진행해 왔으나 매수 의사를 밝힌 곳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염산 사태로 웅진폴리실리콘은 올해 안에 매각이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태양광 업황 악화로 좀처럼 매물이 제값을 받기 힘든 상황에 사고마저 터졌으니 제값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1년 매출 2200억원, 영업이익 90억원을 기록한 국내 음료업계 3위 업체인 웅진식품도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웅진홀딩스 채권단은 최근 웅진식품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관련업체에 비공식적으로 인수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후보로는 롯데칠성음료, 동아오츠카, 동부그룹 계열의 동부팜가야, LG생활건강, 하이트진로 등 음료전문기업과 CJ제일제당, 농심 등 종합식품기업, SPC그룹, 카페베네와 사모펀드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농심이 적극적이라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제주 삼다수의 판매권을 잃은 농심이 올해 경영지침을 '도전'으로 정하고 식음료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동안 M&A를 진행한 사례가 없고 농심 측도 "자체사업 역량 강화에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이어서 인수 가능성은 미지수다.

웅진식품 매각
누가 마실까?


국내 음료업계 1위인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자금동원력은 막강하지만 웅진식품의 주력인 주스사업과 영역이 겹쳐 시너지 효과가 낮다는 지적이다. 

관련업계에서 끝없이 경쟁을 펼쳐온 동아오츠카는 주스사업이 약하다는 점에서 시너지 효과는 기대되지만 상대적으로 웅진식품이 몸집이 커 인수는 부담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웅진식품 매각여부는 28일 채권단과 웅진홀딩스가 협의를 거쳐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서 최종 결정된다. 이후 주간사 선정 등 본격적인 매각절차에 돌입하게 되며 웅진홀딩스가 보유한 47.79%의 지분이 매물이 될 전망이다.

출판 계열사 웅진패스원은 스카이레이크인큐베스트 사모펀드에 매각될 예정이다. 스카이레이크는 교육업체 대교와 컨소시엄 구성을 논의했지만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고 현재 웅진패스원에 함께 투자할 전략적 투자자를 찾고 있다.

웅진플레이도시의 경우 몇 년간에 걸쳐 지루한 법정 공방이 이어져 기업회생 절차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웅진플레이도시에는 윤 회장의 개인 돈 709억원과 계열사 자금이 상당수 투입됐다. 웅진홀딩스 채권단은 웅진플레이도시 매각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웅진플레이도시는 웅진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당시 부천타이거월드는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다. 2008년 영업손실만 179억원을 기록했고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금 1300억원을 상환하지 못했고 2009년 1월 만기가 도래한 700억원의 PF 대출 만기 연장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2009년 한국자산신탁이 실시한 경매에서 해당 부지와 건물을 낙찰받은 웅진그룹은 원미구에 타이거월드가 신고한 체육시설업 등에 대한 권리, 의무 승계를 신고했고 원미구는 운영 허가를 내줬다.

염산 누출사고…폴리실리콘 매각 지지부진 
무너진 샐러리맨 신화 '씽크빅'으로 재기?

하지만 타이거월드 측은 "부지와 시설만 매각됐을 뿐 영업권은 매각하지 않았으므로 웅진은 엽엉을 할 수 없다"며 반발했고 2010년 4월 소송을 냈다.

1심은 시설을 인수한 업체는 따로 운영권을 사들이거나 허가받지 않고도 운영할 권리를 얻는다며 소를 기각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11월 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당사자 권리를 제한하는 처분인데도 사전통지, 의견통지 기회를 주지 않아 위법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대법원도 원고 승고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 웅진플레이도시는 정상영업을 하고 있다. 원미구가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바로 다음 날 다시 웅진그룹에 운영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타이거월드 측은 조만간 집행정지 신청을 낼 예정이다.

웅진홀딩스의 최근 움직임은 1999년 해체된 대우그룹을 회상케 한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전 세계를 누볐던 재계서열 3∼4위의 대우그룹은 IMF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공중분해됐다. 김우중 회장은 해외에서 장기간 떠돌았고 대우자동차는 GM으로, ㈜대우는 포스코로, 대우전자(현 대우일렉)은 동부그룹으로 넘어갔고 대우건설, 대우조선 등은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웅진씽크빅과 북센을 건진 웅진홀딩스는 완전한 공중분해는 면했다. 하지만 30년 전 교육출판 사업으로 시작해 정수기 '코웨이'와 비데 '룰루' 등 히트를 거듭하던 윤 회장의 웅진그룹이 잘못된 경영판단으로 산산이 쪼개진 것은 사실이다.

윤 회장은 1980년 웅진씽크빅 전신인 웅진출판을 설립하면서 경영자의 길로 뛰어들었다. 10년 만에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윤 회장은 1989년 한국 코웨이(현 코웨이)를 설립하며 정수기·비데 시장을 호령했고 이후 교육·출판·건설·레저·금융·태양광 소재 부문에서 14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중견그룹으로 키웠다.

잘못된 경영판단
웅진 몰락 불렀다

하지만 2007년 차입금을 포함해 7000억원을 주고 인수한 극동건설이 부실 덩어리로 전락하고 태양광 사업은 부담만 늘었다. 여기에 저축은행 인수를 통해 금융업에 뛰어드는 등 사업을 다각화한 것이 모두 자금압박요인으로 돌아왔고 결국 지난해 9월26일 웅진홀딩스는 계열사인 극동건설과 동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2주 만에 받아들였다. 웅진그룹은 34년 만에 초기 상태로 되돌아갔다. 다음달 20일 열리는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 계획안이 법원의 인가를 받으면 웅진그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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