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째에 접어들면서 ‘보은 인사’가 노골화되고 있다. 이른바 ‘낙하산 CEO’가 공기업 등에 무차별 착륙하고 있는 것. 이명박 대통령(MB)은 정권 초기 “보은 인사는 절대 없다”고 못 박았지만, ‘낙하산’은 외풍을 타고 속속 정부 산하·소속기관으로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낙하산 논란의 주인공들이 MB의 최측근인 ‘오른팔’로 분류된다면 이제 막 낙하산을 펼친 장본인들은 ‘왼팔’격으로 나뉜다. 최근 알짜 기업에 안착한 엉뚱한 ‘사장님’ 2명을 따라가 봤다.
강원랜드는 지난달 26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최영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했다. 강원랜드는 “조기송 전 사장의 임기 만료로 사장추천위원회가 서류심사, 면접심사 등을 통해 최종 4명의 사장 후보를 선정했다”며 “최종 추천된 4명의 후보 중 주주들의 투표에서 최다 득표(79.8%)를 획득한 최영 후보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강원랜드 사장직에 응모한 후보자는 최 사장을 비롯해 ▲나승열 한국관광호텔리조트 경영인협회장 ▲이성복 서울경제산업연구원 부회장 ▲전인백 현대그룹 기획총괄본부 사장 등이었다.
그러나 최 사장의 선임을 두고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원 강릉 출신인 최 사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20회)에 합격해 동작·강서구 부구청장을 거친 뒤 MB의 서울시장 재직시절 시울시청 문화관광국장·산업국장·경영기획실 실장 등 주요 요직을 두루 지내 ‘MB 인맥’으로 분류된다.
2007년 2월 SH공사 사장으로 부임한 최 사장은 서울시청 출신 중 MB와 코드가 가장 잘 맞는 인물이란 평이다. 최 사장은 지난 2월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상태에서 돌연 SH공사 사장에서 퇴임해 강원랜드 사장직에 사전 내정됐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강원랜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하다. 이는 최 사장의 임무이기도 하다. 전직 경영진들과 임원들의 비리 등의 혐의가 잇따라 불거지면서 강원랜드 경영진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 5대 조 전 사장 전까지 전임 사장들이 모두 줄줄이 구속되는 수모를 겪었다.
강원랜드는 조 전 사장의 임기 동안에도 일부 임원들의 비리로 곤욕을 여러 번 치렀다. 여기에 사설 카지노 난립 등으로 수익성이 불안한 가운데 주민들을 비롯한 사회적 시선도 여전히 싸늘하기만 하다.
관련업체 관계자는 “MB 인맥의 낙하산 인사가 떨어지다 떨어지다 강원랜드에까지 떨어졌다”며 “강원랜드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치권의 인맥을 통해 내려온 사장을 선임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강원랜드 측은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경쟁 모집을 통해 사장을 선임했기 때문에 낙하산과는 거리가 멀다”고 일축했지만 강원랜드의 최대주주가 지식경제부 산하 광해관리공단(36%)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입김 가능성이 충분하다. 강원랜드는 주주들이 참여한 사장 선출 투표에 주식 1주당 1표를 부여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친MB’최영·김영한 알짜기업 대표이사 선임
정부·정치권 입김작용 의혹 “CEO 자질 있나”
반면 강원랜드가 특성상 외풍에 자주 흔들리는 만큼 최 사장만한 외압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적임자가 없다는 의견도 많다. 각종 내외 악재가 끊이지 않은 강원랜드의 당면사업을 과감히 추진하기 위해선 정부와 어느 정도 코드가 맞아야 한다는 논리다.
최 사장도 강한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부정 시비를 사전 차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최 사장이 취임한 지 8일 만에 강원랜드 임직원 20여 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강원랜드 내부에선 조만간 큰 폭의 물갈이까지 관측되고 있다.
같은 날 한전산업개발도 새 사장을 뽑았다. 한전산업개발은 주주총회를 열고 김영한 전 뉴데일리 대표이사를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를 두고도 사실상 ‘낙하산 인사’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북 의성이 고향인 김 사장은 대구고등학교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TK-고려대’출신의 ‘친MB’로 꼽힌다.
보수진영의 대표 인터넷매체 데일리안·뉴데일리 편집국장과 대표이사를 지내면서 지난 대선 때 참여정부의 진보·좌파 세력에 맞서는 한편 한나라당 등 보수·우파세력을 옹호해 MB 당선의 ‘숨은 공신’이란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은 서울시 감사자문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거친 뒤 2008년 3월 4·9 총선 한나라당 비례대표에 신청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전산업개발의 주업무인 전기검침 및 정비 등 관련 업무와 전혀 무관한 인사가 사장으로 앉았다”며 “김 사장은 기자 출신의 언론인으로서 정부가 민영화의 명목으로 내세운 경쟁력, 전문성·수익성 등을 책임질 CEO와는 동떨어진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눈에 띄는 점은 한전산업개발의 인사권을 갖고 있는 곳이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이란 사실이다. 자유총연맹은 한전산업개발의 최대주주(51%)로 2003년 2월 한국전력으로부터 700억원에 경영권을 인수했다. 나머지 지분(49%)은 한전이 보유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전산업개발 사장 선임 불과 일주일전인 지난달 19일 대표적인 ‘MB 인맥’ 박창달 전 의원이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로 취임했다.
지난해 말 한전산업개발의 회삿돈을 빼돌려 수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된 권정달 전 총재의 빈자리를 채운 것. 2000년부터 자유총연맹 총재를 맡은 권 전 총재는 2004년부터 한전산업개발 대표이사를 겸임했었다.
MB와 고향이 같은 경북 포항 출신의 박 총재는 ‘MB 복심’으로 불린다. 한나라당 소속으로 15,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MB의 포항중학교 4년 후배로 지난 대선 때 MB 캠프의 유세총괄 부단장을 맡으면서 외곽 조직인 ‘국민성공실천연합’을 이끌었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2005년 의원직을 상실한 박 총재는 지난해 8월 MB 취임 뒤 처음 실시된 광복절특사에 포함돼 사면됐다. 이후 박 총재는 MB의 신임이 두텁다는 이유로 국정원장 등 중앙정부 개각과 청와대 인선 때마다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회사 측은 김 사장의 선임 배경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별로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한전산업개발-한전-자유총연맹은 서로 해명을 떠밀기까지 했다.
한전산업개발 관계자는 “김 사장이 어떻게 선임됐는지 정확한 이유와 배경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인사권을 쥐고 있는 한전과 자유총연맹에 확인해 보라”고 말끝을 흐렸다.
한전 한 직원도 “김 사장의 선임을 언론을 통해 처음 알았다”며 “한전산업개발 사장직 인선은 경영권이 넘어간 2003년 이후 전적으로 자유총연맹이 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유총연맹 측은 “한전산업개발 사장 문제를 왜 여기에 묻냐”며 “이와 관련 내부에서 아는 사람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