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김연아 효과’에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최근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김연아를 얼굴로 내세운 기업들이 쾌재를 부르고 있는 것. 김연아를 모델로 기용한 기업들은 매출이 급등하는가 하면 이미지와 인지도가 크게 향상되고 있다. 해당 기업으로선 여간 신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재계 전체엔 ‘김연아 마케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김연아 물결’을 제대로 탄 각 기업의 중간 계산서를 들여다봤다.
김연아는 현재 10여 개가 넘는 기업의 광고와 후원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생활건강, KB국민은행, 매일유업, 롯데칠성, 아이비클럽, P&G 등이다. 이들 기업은 김연아가 ‘피겨 여왕’에 오르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하우젠 에어컨’모델로 김연아와 연간 광고 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은 약 10억원 정도.
그러나 삼성전자가 누리고 있는 ‘김연아 효과’는 이를 훨씬 상회한다. 삼성전자의 하우젠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달 지난 2월에 비해 약 40% 늘었다. 삼성전자는 앞서 피겨 스케이팅의 ‘스파이럴’과 ‘스핀’동작을 에어컨 디자인으로 형상화한 제품인 ‘김연아 스페셜에디션’을 내놓은 바 있다.
삼성전자 측은 “김연아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하우젠 에어컨의 브랜드 호감도가 상승하고 있다”며 “경쟁사보다 절반 수준의 모델료를 지출했지만 오히려 20% 이상 높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일유업도 ‘김연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김연아를 모델로 쓴 기업 중 가장 높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4월부터 김연아를 ‘ESL 저지방&칼슘우유’광고 모델로 기용했다. 당시 계약금은 6개월간 약 4억원 수준. 지난해 말 재계약으로 1년 더 추가해 8억원의 개런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유업은 올해 저지방 우유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 김연아와의 광고 계약을 연장, 현재 2차 광고를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역시 김연아는 ‘밥값(?)’을 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전년 대비 매출이 최고 500% 급상승하는 후광을 받고 있다.
매일유업에 따르면 김연아가 광고한 ESL우유는 200ml 기준으로 광고 전 평균 8만∼8만5000개씩 판매되던 것이 이달 일평균 48만개로 5배가량 급증해 월평균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김연아를 모델로 활용한 덕에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며 “매출 증가로만 따져도 광고비 대비 수십배 이상의 효과를 누린 셈”이라고 말했다.
김연아 모델 기용 브랜드 매출·이미지 급상승
수억대 광고비 대비 수십배 후광 효과 ‘톡톡’
현대차그룹과 국민은행은 김연아의 메인 스폰서다. 아직까지 매출로 연결된 집계는 나오지 않고 있지만 김연아 광고 덕분에 기업 이미지와 인지도가 크게 상승한 마케팅 효과를 누리고 있다. 업계에선 CF 효과가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최근 한 공식석상에서 “세계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김연아 선수로 인해 내수 홍보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얼마 전 공식 후원 계약을 내년 7월까지 1년간 추가로 연장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외에도 김연아의 광고 상품인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생수는 70% ▲P&G의 위스퍼 생리대는 150% ▲LG생활건강의 샤프란과 라끄베르는 각각 15%, 100% ▲J에스테나의 특정 쥬얼리는 30% ▲뚜레쥬르의 김연아빵은 10% 등으로 판매량이 급증했다.
김연아는 이들 기업으로부터 6개월 단발에 4억∼6억원대 모델료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연아가 거둔 광고 수입만 지난해 100억원이 넘었다는 후문이다. 기업들은 속속 김연아와 모델 계약 연장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김연아의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그녀를 광고 모델로 쓴 업체들이 특수를 맞고 있다”며 “수영의 박태환이 4000억원, 골프의 신지애가 1000억원의 경제적 가치를 감안하면 김연아의 경제적 효과는 적어도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계산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모델료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등 김연아 상품의 대박으로 기존 업체들의 재계약은 물론 다른 업체들까지 가세해 뜨거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며 “김연아의 후광 효과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기업 간 마케팅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가하면 ‘때는 이때다’는 식으로 김연아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나라당은 공식 홈페이지 ‘박희태의 말말말’코너에 ‘우리도 연아처럼’이란 문구와 함께 김연아 옆에 박희태 대표를 합성한 패러디 광고를 달아 “김연아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전주시도 시 공무원들이 김연아의 우승 기자회견장인 미국 LA 스테플스센터 내 프레스 컨퍼런스룸에 몰려가 내년 2월 전주시에서 열리는 4대륙대회 참석을 묻는 질문을 던졌다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고려대는 최근 모 일간지 1면에 ‘민족의 인재를 키워온 고려대학교, 세계의 리더를 낳았습니다’란 문구와 김연아 선수의 우승사진을 담은 학교 이미지 광고를 게재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런 어이없고 어설픈 ‘김연아 마케팅’을 접한 네티즌들은 한결같이 “한심하다”란 반응이다.
김연아 숨은 후원자는?-회장님은 ‘키다리 아저씨’
허동수 회장, 7천만원 지원
정태영 사장, 5천만원 후원
김연아를 조용히 뒤에서 후원한 기업인들이 화제다. 주인공은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과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다.
허 회장은 김연아가 유명세를 타기 전인 2006년 7월부터 지원해 왔다. ‘김연아가 가정 형편상 해외훈련이 어렵다’는 뉴스를 보고 그동안 훈련비, 코치비 등으로 7000만원 정도를 후원했다. 김연아는 지난해 4월 서울 역삼동 GS그룹 사옥으로 허 회장을 찾아가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사장도 김연아에게 2006년 5000만원의 장학금을 수여했다. 이는 당시 현대카드가 주최한 ‘슈퍼매치 2006’아이스쇼의 출연료와는 별도로 지급된 것이다.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씨는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바 있다. 박씨는 팬 카페 등을 통해 “남 몰래 조건 없이 후원해주신 GS칼텍스 회장님과 현대카드 사장님의 따뜻한 격려와 후원으로 연아가 힘을 얻고 있다”며 “조용히 도와주신 분들께 항상 감사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