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입가경 이윤재 피죤 회장 '막장 스캔들'

2013.01.07 16:04:45 호수 0호

팔순 앞두고…초라한 말년

[일요시사=경제1팀] 팔순을 앞둔 이윤재 피죤 회장이 초라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가석방 된지 4개월 만에 또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청부폭행 지시에 이어 이번에는 횡령·배임혐의다. 119억원을 주머니에 챙긴 의심을 받고 있다. '30년간 1위'라는 타이틀을 가진 피죤의 기업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검찰이 120억 상당의 회사 재산을 빼돌린 혐의로 이윤재 피죤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제조사3부(부장검사 김한수)는 최근 119억원의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중국 법인 등에 부당 지원해 회사 측에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이 회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딸은 입건유예

앞서 검찰은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에 나선 정황을 포착, 지난 6월부터 서울 역삼동 피죤 본사를 압수수색하고 임원진 및 이 회장과 이 회장의 장녀 이주연 피죤 부회장을 수차례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관련 회계 장부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이 수감됐던 구치소와 병실까지도 압수수색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 2002년 1월부터 2009년 7월까지 납품업체 8곳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제 비용보다 부풀린 거래대금을 지급한 뒤 나중에 차액을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총 43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이 회장은 피죤 구매팀장을 통해 제품 용기에 부착하는 각종 스티커를 인쇄·납품하는 S업체로부터 11억여원을 되돌려받은 것을 비롯, 플라스틱성형 전문업체인 S사와 D사로부터 각각 8억여원, 4억여원, 화학업체인 S사와 O사에서 각각 2억여원, 5억여원 등 각 업체마다 수억원 이상을 부풀려 납품계약을 맺었다.


이 회장은 이렇게 빼돌린 납품대금을 주식 투자나 중국현지법인(벽진일용품유한공사)의 유상증자대금 투자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중국 현지법인에서 생산·영업 차질로 손실이 급증하자 2007년부터 지난 8월까지는 피죤 직원에게 주는 것처럼 꾸며 실제로는 현지법인에 인건비 40억여원을 지급했고 현지 공장 리모델링 비용 18억여원을 본사 자금으로 부당 지원하기도 했다. 벽진일용품유한공사는 생산과 영업 활동을 하지 못해 발전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08년 10월21일∼2011년 3월7일 기간 동안에는 임의로 회사 내부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뒤 허위로 회계처리하는 방식으로 피죤 법인자금 8억3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임원 청부폭행 이어 120억 배임·횡령 혐의 
지난해 8월 가석방 4개월 만에 다시 법정행

이 회장은 내·외부 회계 감사에서 적발되지 않도록 재무팀 직원에게 횡령 액수만큼 매출향상격려금, 영업특별활동비 지원금, 복리후생비, 회의비, 수수료 등으로 허위 회계처리토록 지시했다. 검찰은 이 회장의 구속여부 등을 검토했으나 빼돌린 회삿돈 일부를 중국법인을 운영하는데 사용하고 또 이 회장의 나이, 건강상태, 자백여부 등을 고려해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의 횡령·배임에 가담한 혐의로 입건유예 처분을 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범행의 일부에만 가담한 점, 전적으로 아버지의 지시에 따른 점, 횡령액을 아버지가 모두 사용한 점을 비추어 볼 때 기소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 일가의 비리와 부정혐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세청은 지난해 1월부터 특별세무조사를 벌여 이 부회장이 2010년 세금감면 등 청탁 목적으로 북인천세무서 직원들에게 200만원을 돌린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금품을 전달한 것은 아니지만 이와 관련한 보고를 받고도 묵인하고 결재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삿돈 횡령을 감추려 장부를 허위로 만드는 방법으로 상습적인 분식회계도 행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청부폭력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문제는 지난 2011년 6월 이은욱 전 피죤 사장을 취임 4개월 만에 해고하면서 시작됐다. 이 전 사장을 통해 이 회장 일가의 횡포가 세상에 알려진 것. 여기에 피죤 전 직원들의 제보도 잇따랐다. 다급해진 이 회장은 김모 피죤 이사를 통해 광주 '무등산파' 행동대원 오모씨 등 조폭 3명에게 3억원을 주고 이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지시하고 나중에 이들의 도피도 도왔다. 이 회장은 청부폭행 혐의로 경찰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이 전 사장 등 전 임직원들을 상대로 한 모든 소송을 취하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거듭 선처를 부탁했다. 법원은 이 회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 회장의 반성은 진심이 아니었다.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이 회장은 사임 후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아 사내이사로 취임했다. 후임 대표에는 이 부회장이 선임됐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이 회장은 이번 횡령·배임 혐의로 4개월 만에 다시 법정에 서게 됐다.


아들과의 관계도 문제거리다. 이 회장의 아들 이정준씨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경제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피죤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피죤의 대주주다. 이씨는 지난 2009년 아버지를 상대로 배당금 지급 소송을 걸어 승소한 바 있다.

"비리엔 피죤∼"

회사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009년만 해도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50%에 가까운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달렸던 피죤의 최근 시장점유율은 20%대로 반토막이 났다. 2011년 30년 만에 LG생활건강(샤프란)에 1위 자리를 빼앗겼고 옥시(쉐리)의 거센 추격으로 업계 2위 자리마저 위협받는 신세다. 소비자들은 비도덕적인 회사의 제품을 살 수 없다며 등을 돌린지 오래다. 각종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피죤 불매 운동까지 전개되기도 했다. 이 회장이 구속 된 후 가짜 피죤 2만4000여개가 판매되는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 회장이 구속되면 회사가 도산해 제품 관리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라 판단한 이모씨 등이 피죤 상표를 도용해 가짜 섬유유연제를 유통시킨 사건이다.

이 회장의 올해 나이는 79살 고령이다. 간암과 뇌동맥경화 등 지병을 앓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불쌍하다' '안쓰럽다' 등의 반응도 나오고 있지만 동정표일 뿐이다.

한종해 기자<han1028@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