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정동영 공천 갈등 서바이벌게임 <전모>

2009.03.31 10:26:17 호수 0호

둘 중에 한 명은 죽어야 당이 산다?

민주당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정동영(DY) 전 장관의 전주 덕진 출마를 놓고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DY가 지난달 24일 비공개 회동을 가졌지만,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당내 갈등은 갈수록 고조되고 있고 일각에서는 분당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정세균계에서는 “DY 출마는 옳지 않다”는 불만이 고조되면서 공천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강경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반면 DY는 4월 재보선에서 재기를 모색하기 위해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당 주도권 및 차기 대권을 겨냥한 정 대표와 DY간의 공천 갈등은 더더욱 가열될 것으로 관측된다.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현 상태의 관계가 유지된다면 이들의 관계는 금이 갈 수밖에 없다. 당 일각에서는 한쪽에서 양보를 할 경우 ‘패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섣부른 관측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정 대표와 DY간의 공천경쟁의 끝은 어디이고, 합의점은 과연 무엇일까.


“당 지도부 일각에서 정동영(DY) 전 장관을 부평을로 내보내려는 이유가 따로 있다.” “현 상황에서 한 사람이 양보를 한다면 1차 전쟁에서 패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DY와 정세균 민주당 대표간의 공천경쟁을 놓고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정 대표가 ‘DY 덕진 출마’, ‘부평을 출마’에 강한 불만감을 토로하면서 DY의 정계복귀를 반대하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달 24일 정 대표와 DY는 3시간여 동안 비공개 만찬회동을 가졌지만 ‘합의점’을 찾아내지 못한 것도 정 대표의 입지 등을 고려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노영민 대변인은 “이번 비공개 회동은 지도부 차원의 아이디어와 의견들을 가감없이 전달하는 자리였다”며 “그동안 최고위원들이 소극적 자세였는데, 이제 적극적으로 나서서 의견 개진도 하고 설득에 나서겠다는 것”이라고 말해, 정 대표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 체제의 최대 난관인 ‘DY 출마’ 문제로 심각한 파열음이 일고 있어 이를 둘러싼 당내 계파갈등은 갈수록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최규식·이종걸·박영선 의원 등 DY계 인사들은 DY의 공천 반대는 ‘정세균 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한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최규식 의원은 “당 지도부가 끝내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라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 주저앉으라는 것은 정치적 사망선언을 하라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고, 박영선 의원도 “전략공천 결정은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만약 개인이 특정인을 배제해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종걸 의원은 “DY 출마에 논쟁이 많았지만 이미 그는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누구를 막고 못 나오게 하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것은 절대로 안 좋다”며 “(당 지도부의 DY 공천 배제 방침에 대해) 그런 상태가 되면 이미 분당이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DY는 ‘우군 형성’을 위해 당내 원로 인사인 문희상 국회 부의장, 김원기 전 국회의장, 박상천 전 대표 등을 분주하게 만나고 있다. 그러나 원로인사들은 ‘분당사태는 막아야 한다’, ‘당 지도부와 합의를 모색해야 한다’는 등 당내 화합을 강조함과 동시에 원론적인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문제는 정세균계와 당 지도부에서는 당내 역학구도 등을 고려해 DY 출마설에 반대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는 점이다. 더 나아가 비공개 회동 이후보다 ‘불출마 요구’가 더더욱 강한 기류를 타고 있을 정도다.
송영길 최고위원은 “김민석, 안희정 최고위원은 지난 총선 공천에서도 배제됐으나 그 결정에 승복하고 당에 충성을 해서 다시 최고위원으로 당선이 됐고,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당을 위해 뛰고 있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뜻을  받아들여야 된다고 주장하면서 DY가 재보선 출마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정 전 장관이 하루아침에 출마 문제를 번복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당의 원로들을 만나다 보면 설득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역시 분당을 막기 위해서는 DY가 불출마 선언을 해야 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동영 전주 덕진 무조건 고수, "우군 만들어라"
정세균 불출마 꾸준히 요구…대권 먹구름 제거 중
지도부 “DY, 무소속 출마해도 상관없다”…분당, 실현 불가능
정세균-정동영 이별 전쟁 계속된다…당권·대권 놓고 신경전


정 대표가 DY 덕진 출마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는 배경을 둘러싼 뒷말도 무성하다. 차기 당권·대권 문제로 인한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 대표는 “당을 먼저 생각해야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말 못할 속사정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안팎에서는 정 대표가 대권에 욕심이 있는 만큼 DY가 원내에 진출할 경우 적잖은 파열음을 일으킬 뿐 아니라 부담스러운 존재로 부상할 소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 지도부가 DY 불출마를 요구하는 것은 정 대표의 대권 욕심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냐는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DY계 한 측근은 “DY가 덕진에 출마 선언을 한 만큼 절대 양보를 하지 않을 것이다. 무소속 출마도 언제든지 가능하다”면서도 “정 대표가 386인사들에게 포위당하고 있고, 논리와 명분도 없이 DY 출마를 반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세균계 한 관계자는 “DY 출마를 놓고 한때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여론조사 경선제 얘기가 나왔다. 전주 덕진, 전주 완산갑, 인천 부평을 등 재보선 지역 모두를 여론조사로 후보를 선출하자는 게 골자다. 그러나 전주 덕진, 인천 부평을은 전략공천 지역으로 분류한 이상 여론조사 경선제를 실시할 경우 정 대표가 패배하는 꼴이 된다”면서 “최근 당 지도부에서는 DY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분당은 쉽지 않다는 계산 하에 공천을 주지 않을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도부에서 부평을 출마가 나오는 것도 모든 시나리오가 짜여져 있다. 당 지도부에서 부평을 지역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그 결과 DY가 부평을에 출마하더라도 승산이 없다”며 “결국 DY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양측의 주장을 종합해 볼 때, DY는 정치복귀를 노리고 있지만 정 대표는 당내 기반을 확고히 다지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게다가 DY의 정치적 입지를 축소하기 위한 고도의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고 해석하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정세균계에선 DY가 무소속으로 출마를 하더라도 분당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관측이다. 민주연대 등을 통해 신당을 창당할 수 있는 여건은 마련될 수 있지만, 정치적 이미지를 비롯해 원내 인사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민주당에는 큰 위협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DY 출마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인사들도 민주당의 분당은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카드라고 말한다. 때문에 DY의 출마를 지지하더라도 ‘DY당’에는 따라가지 않겠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특히 DY가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복당을 요구하더라도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인사”, “해당행위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써 ‘개인적인 욕심으로 인해 출마를 선택했다’는 비난도 민주당 내부에서 몰아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민주당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반면, DY는 당 지도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덕진 출마를 계속적으로 강행할 태세다. DY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라고 당에 말하고 싶다”며 “옛 지역구로 돌아가 새롭게 출발하고 당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이 확실한 대안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는 게 급선무”라며 “솔직히 말하면 확고한 희망을 주는 대안정당이 못 되는 게 현실”이라고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전주 덕진을 통해 정치재개를 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드러냄과 동시에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측근들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당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DY가 전주 덕진 무소속 출마를 할 가능성에도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일부 당 지도부의 요구대로 부평을에 출마해 낙선할 경우 DY는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따라서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는 DY 입장에서는 든든한 지역 텃밭이나 계보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즉 DY가 무소속 출마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 전주 덕진 출마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은 바로 DY가 처한 이러한 정치적 현실과 맞물려 있다. 
이처럼 재보선 출마 쪽으로 마음을 정한 DY는 정 대표와 피할 수 없는 치열한 승부를 계속 펼쳐야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차기 대권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DY가 무소속 출마를 통해 복당하거나 민주당으로 출마를 할 경우 향후 당권을 놓고 대혈투를 벌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두 사람 간의 치열한 싸움이 서서히 막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첫 결투는 공천 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호남맹주’를 놓고 치열한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 대표와 DY가 비록 전주 덕진 출마를 놓고 다방면에 걸쳐 논의를 하거나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화합모드를 연출하려고 애를 쓰겠지만 두 사람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두 사람 중 한 명은 죽을 수밖에 없다’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급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직·간접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있는 정 대표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DY 불출마를 요구, 친정체제구축에 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DY 또한 당내 상황을 지켜본 뒤 여차하면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무소속 출마가 바로 그것이다. 이럴 경우 신당 창당 가능성도 얼마든지 열려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DY 덕진 출마로 인해 정 대표와 DY간의 전쟁이 예고된 만큼 향후 민주당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민주당 내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는 정 대표와 DY간의 공천경쟁은 서바이벌게임으로 변할 것으로 보여, 민주당은 재보선을 앞두고 초긴장 모드로 진입하고 있다.


이미경-박지원 의원회관 회동 <미스터리>
정동영·한광옥 공천 조율?

민주당 재보선 공천심사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이미경 사무총장과 ‘DJ 핵심측근’인 박지원 의원의 회동을 둘러싼 갖가지 해석이 나돌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과정에서 이 사무총장과 박 의원이 지난달 23일 오후 5시40분경 이 사무총장 방에서 만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30분여 동안 독대했다. 민주당이 공천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공심위원장인 이 사무총장과 박 의원이 만남을 가져다는 사실에 정치권은 주목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와 정동영 전 장관의 공천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한 전 대표는 전주 완산(갑)에 출마를 했지만, 친노인사인 이광철 전 의원이 출마를 해 쉽지 않은 승부를 벌이고 있다. 더 나아가 지역 정가에서는 이 전 의원이 한 발 유리한 상황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정 전 장관 문제도 비슷하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공천 불가’를 외치고 있지만, 박 의원은 “원내 진출이 필요하다”고 발언을 해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 주변에서는 한 전 대표, 정 전 장관 공천 문제에 대한 DJ의 뜻을 전달한 것이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두 사람이 회동을 통해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이 사무총장과 박 의원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DJ의 분신인 박 의원과 공심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 사무총장이 회동을 했다는 점에서 이들간에 어떤 대화내용이 오갔는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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