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특집] 심상찮은 후폭풍 ‘대선 살생부’ 추적

2012.12.27 14:41:18 호수 0호

여왕님 깐 ‘용감한 녀석들’ 겉으론 “콱!” 속으론 “윽!”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 바람 앞 촛불 신세가 될 인사들이 벌써부터 거명되고 있다. 박 당선인에겐 그저 눈엣가시인 인사들이지만 야권에서는 권력에 굴하지 않는 이른바 ‘용감한 녀석들’이다. 대선 전부터 새누리당이 고소·고발을 불사하고 나서 이들의 5년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 이에 <일요시사>가 대선 후폭풍을 피할 수 없는 인사들의 ‘살생부’ 리스트를 전격 추적해보았다.

 



'살생부'.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 매체에 의해 작년 11월에 일어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친인척 간 살인사건이 재조명됐다. 잔인하게 살해된 박용철씨는 증인으로 법정에 나오기로 돼 있었다고 한다. 박용철씨가 “신동욱 교수(박 당선인 동생 근령씨의 남편)를 죽이라고 박지만 회장(박 당선인 동생)이 이야기한 내용을 녹음한 것이 있고, 통장으로 비용을 부쳐준 증빙이 있다. 나 혼자 그냥 죽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는 증언내용이 육영재단 전 관계자를 통해 법정에 흘러나왔다는 보도였다. 일명 ‘데스노트’의 첫 희생자가 나온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여의도를 뒤덮었다.

명예훼손·허위사실유포 남발

대대로 한반도 역사는 왕이 바뀔 때마다 숙청의 피바람이 불었다. 반대세력에 의한 ‘모함’이었다 하더라도 ‘주리’를 틀어 자백을 받아 집안의 씨를 말렸다는 역사다.

그래서일까? 지난 2007년 MB정권이 들어서자 야권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의 한을 푸는 것 아니냐는 원성이 이어졌다. 직전 대통령인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가 ‘보복’으로 비쳤기에 더욱 그랬다. 

박 당선인은 어떨까? 새누리당은 대통령 당선인을 내놓기가 무섭게 이 같은 ‘정치적 보복’을 예고하고 나섰다. 대상은 선거 막판 박 당선자를 당혹스럽게 했던 언론인, 그리고 보도와 관련된 인물들이었다.


박 당선인의 동생 근령씨는 ‘박근혜 5촌 간 살인사건 3대 의혹’이란 기사의 직접적인 당사자다. 근령씨의 남편인 신 교수는 이 사건의 중심인물로 현재 1년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내년 3월에 출소할 예정이다. 신 교수는 현정권 내내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언니인 박 당선자와 오랜 세월 송사를 전개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근령씨도 남편만큼이나 위태로워 보이는 인물이다. 하지만 대선 전 언니를 지지한다는 보도내용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우려는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하고 언급한 인사들이다. 처음으로 이를 보도한 <시사IN>의 주진우 기자가 ‘제2의 정봉주’로 포털을 뜨겁게 달궜다. 국회에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에 “주 기자 너무 위험해 진 것 아니냐” “큰 폭풍이 불 듯 하다”라는 말이 돌고 있을 정도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꼼수>)에 대한 검찰 수사도 마찬가지다. 나꼼수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김용민 시사평론가 등이 수사대상이다. 사건의 재수사 촉구 브리핑을 한 우상호 전 민주당 공보단장도 허위사실공표죄로 고발된 상태다. 

이들과 맞물린 ‘박근혜 굿판’의 첫 제보자 원정스님도 위태롭다. 원정스님은 18대 대선이 채 1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 문제 해결을 위해 억대 굿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나꼼수>가 이를 대대적으로 다루면서 ‘박근혜 굿판’이 검색어 1위를 차지하며 논란이 확산되자 한때 박 당선인의 지지율이 급락하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간담을 쓸어내리는 위기일발의 상황이었다.

원정스님은 형법상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다. 이에 지난 20일 원정스님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박 당선인을 상대로 ‘무고죄’ ‘명예훼손’ ‘허위사실유포죄’로 검찰에 맞고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5촌 살인사건’ 보도 나꼼수 당선되자마자 수사 착수   
‘박근혜 굿판’ 제보 원정스님 “목숨이 아깝지 않다”

또한 원정스님은 “대선 때 바로 맞고소할 생각이었지만, 혹이라도 문재인 후보에게 영향을 미칠까 염려돼 지금까지 기다린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에서 ‘다윗과 골리앗’ 싸움이 벌어질 조짐이다. 

대선 막판 정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국정원 사건’과 관련, 여론조작현장으로 지목된 오피스텔을 찾았던 김현 민주당 대변인도 새누리당에 고발당했다.


김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 사건이 아닌 국정원 사건인데도 새누리당이 고발했다”라며 “죄명은 주거침입미수라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 수사 방향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에 의해 고소나 고발을 당하진 않았지만 향후 5년간 여당의 집중 공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이 있다. 대선 막판에 ‘깜짝 변수’로 등장하며 TV토론에서 박 당선인에게 맹공을 가했던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보수언론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정권교체 실패’의 주요인물로 이 전 후보를 지목하며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MB정권에서도 문턱이 닳도록 검찰을 드나들었던 이 전 후보의 정치여정이 그리 순탄치 않아 보이는 이유다.  

정치를 풍자했던 <SNL 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도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이에 대해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지만, 앞으로 이와 같은 정치풍자프로그램도 정권의 견제를 받을 공산이 커 보인다.

이외에도 야권에서 정권교체를 외치며 힘을 보탰던 조국 서울대 교수도 국정원 사건과 선거법위반혐의로 고소당한 상태다.

MB 관련 BBK 의혹을 제기한 정봉주 전 의원, 국정원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발표 시점을 놓고 “정치적인 의도”라고 질타하며 경찰대 교수직을 사임한 표창원 전 교수의 신변을 염려하는 이도 적지 않다.

대선이 박 당선인의 승리로 귀결되자 "아침에 한술 뜨다가 비로소 울었다. 가끔씩 궁금한데 나치 치하의 독일 지식인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유신 치하의 지식인들은? 절망은 독재자에서가 아니라 그들에게 열광하는 이웃에게서 온다. 한반도, 이 폐허를 바라보고 서 있다"고 절망스러운 심경을 밝혔던 공지영 작가도 현정권과 끊임없이 대립할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인 보수주의자’로 불리며 문 후보 측 캠프에서 활동한 윤여준 전 장관, SNS를 통해 노동현장을 알렸으며 문 후보 지지 유세활동을 했던 배우 김여진, 우파 지식인에 대한 비평 활동을 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 대표적 진보성향의 연예인 김제동, 김미화 등을 향한 우려도 적지 않다.

다윗과 골리앗 싸움 


원정스님은 " 당선인과 맞서게 돼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고소·고발로 몸은 이미 초주검 상태다. 하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겁나는 것은 전혀 없다. 분노해야 하는 일에 분노하고 행동해야 하는 일에 행동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수많은 죽음과 희생으로 이루어진 사회에 살고 있다. 이것만으로 감사하다. 나는 지금 목숨이 아깝지 않다”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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