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분쟁조정의 달인' 임성학의 실타래를 풀어라(55)

2012.12.10 10:48:21 호수 0호

보검도 임자 만나기 나름이다

컨설팅전문가인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은 자타가 공인한 ‘분쟁조정의 달인’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지침서 <실타래를 풀어라>를 펴냈다. 책은 성공이 아닌 문제를 극복해 내는 과정의 13가지 에피소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복잡하게 뒤엉키는 일로 고민하는 이들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기 위해 책을 펴냈다는 임 소장. 그의 숨은 비결을 <일요시사>가 단독 연재한다.



제3자가 끼어들기 전에 지체 말고 결정하라
채무자에게 희망과 재기의 기회를 보여줘라

“그렇군! 근데 봉급쟁이인 내가 무슨 돈이 있겠는가. 그렇지만 박 사장을 위해 좋은 방법은 하나 있네만.”
“네? 아이고, 그렇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내 얘기를 들어보고 판단해 볼 텐가?”
“예, 그러죠.”

갈증이 풀리다

“박 사장! 지금 부도를 내면 공장은 공장대로 날아가 한 푼도 건질 수 없게 되고, 길음동 공사현장 역시 한 푼도 건질 수 없게 될 것은 뻔한 일이네. 그 길음동 빌라현장을 오 사장인 선배님에게 양도 해 주게. 자네는 현재 더 이상 공사를 진행 할 수 없는 입장이 아닌가. 주택을 제대로 살려놓으면 오 선배의 채무는 해결하고도 남지 않겠나? 그리고 부동산시세가 올라가면 오 선배님과 정산하고 자네에게도 돌아가는 몫이 있겠지? 지금 박 사장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도난 후에 어떤 희망이 있느냐 하는 거야.”

나는 그가 현실을 인식하고 자신이 실리를 취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열심히 설득을 했다.
“옛말에 보검도 임자를 만나기 나름이라고 했네. 아무리 훌륭한 보검도 주방장이 쓰면 부엌칼이 되고, 천하제일검객이 쓰면 보검이 된다는 말이네. 그 주택은 박 사장에게는 그리 별 도움이 못되지만, 그걸 값진 보검으로 만들 사람은 오 선배뿐이라고 생각하네. 지금 동생이 현명한 결정으로 오 선배에게 대물변제를 한다면 후일에 박 사장을 도와 줄 가장 강력한 아군을 두게 되는 거야. 한번 생각해 보게. 우물쭈물하다가는 오 선배가 강제집행을 하거나, 토지에 설정되어있는 채권자인 금융권에서 경매를 진행 할 것은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가 없게 될 거야. 1순위인 금융권에서 배당을 받고 나면 후순위 일반 채권자들이 얼마씩 건질 수 있겠는가? 도저히 근본 해결책이 될 수가 없을 걸세. 오히려 돈맛을 본 모든 채무자들이 적군이 되어 피를 본 하이에나처럼 동생에게 달라붙어 독촉을 하지 않겠나? 아무런 희망과 기회가 없다 이 말이네. 채무자들에게 희망과 재기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아야하네.”

내 말에 박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듯 시름에 잠기는 듯 했다. 캄캄한 동굴에 갇혀 있는 사람처럼 표정이 어두웠다. 나는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한참 후에 그가 결론을 내렸는지 굳은 표정을 풀면서 말을 했다.
“이사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로서는 돈을 더 투자해주시면 좋지요. 저 역시 다른 채권자들보다, 오 사장님에게 제일 미안합니다. 다른 채권자들은 많아야 1억 미만인데 오 사장님은 저를 믿고 4억원이나 되는 돈을 담보도 없이 빌려준 분이기에 각별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사님께서 이렇게 좋은 방안을 제시해주니 정말 감사합니다. 이사님 말씀에 지금까지 고민하며 풀지 못한 답답한 문제가 일순간에 풀린 듯 공감이 갑니다. 오늘밤에 생각해보고 내일 만나서 답을 해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그래! 기다리겠네.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단번에 결정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속이 타고 있었다. 박 사장에게 짐짓 여유로운 표정으로 충분히 생각해보라고 했지만 밤새 안녕이라고, 무슨 번복이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만일 박 사장이 누군가에게 자문을 해서 누군가 내 제안에 이의를 제기하며 초를 칠 수도 있는 거였다. 그러자 순간적으로 이 기회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밀어붙이기로 마음먹었다.

“박 사장! 내일까지 생각한다고 별 뾰족한 수가 있겠나?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이 자리에서 결정을 해서 오 선배님에게 사정을 설명하게나. 이 방안을 채택하여 투자를 하도록 설득하세. 누군가가 끼어들어 투자할 가치가 없다고 방해라도 한다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지 않겠나? 어차피 저 주택은 남의 손으로 넘어가는 것 아닌가? 오 선배는 자네에게 돈을 받지 못하면 전문적으로 돈을 받는, 소위 진상치는 사람들에게 채권을 팔아버리겠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박 사장도 피곤하지 않겠나?”
나는 박 사장에게 당근과 채찍을 섞어가며 최종적으로 설득을 했다. 그러자 박 사장이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익을 추구하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 사장의 승낙이 떨어지자마자 재빨리 볼펜을 꺼냈다. 그리고는 커피숍 카운터에 메모지를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박 사장에게 빌라 공사 현장 일체와 토지 및 신축돼 있는 건물주택에 대한 양도 각서를 작성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사장은 볼펜과 메모지를 건네받고는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도 나도 말없이 무거운 시간이 흘러갔다.
마침내 그가 모든 것을 오 선배에게 양도해 준다는 각서를 작성했다. 물론 오 선배가 양도받기를 거절한다면 무효로 한다는 전제 조건도 붙였다. 나는 양도각서를 받아들고 나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보게, 동생. 기왕 이렇게 약속했으니 내가 오 선배님 승낙을 받는 대로 곧바로 법무사로 가서 양도를 마무리 짓는 게 어떤가?”

“그렇게 하시죠. 저는 언제라도 상관없습니다.”
“그러면 내가 바로 오 선배님을 만나 결정을 본 후에 연락할 테니 일단 내일 만날 약속을 해두는 게 어떻겠나. 아참 그리고 혹시 자네가 아는 법무사가 있는가?”
“예, 지난번 땅을 경락받아 대출받을 때 이용한 법무사 사무실이 있습니다.”
“그거 잘 되었네. 그 법무사 연락처를 주겠나?”
“사무실에 가면 명함이 있을 겁니다. 제가 법무사에 전화해서 이사님께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때 약속시간을 정해서 만나시죠. 어쨌든 오 사장님에게 잘 말씀드려주세요.”

“그야 당연하지. 나는 오히려 자네가 아무생각 없이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아니면 어떠한 사해행위를 할 게 염려가 되네.”
“아니 저도 남자인데 그럴리가요. 내가 도리어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진데 왜 장난을 치겠어요. 오 사장님한테나 잘 설득해 주시죠.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되고 나면 저에게도 남는 돈을 돌려달라고요.”
“알았네. 그것은 염려 말게.”
우리는 마치 서로의 이익을 위해 동업자라도 된 양 설득과 이해타산을 논한 후 헤어졌다. 박 사장과 헤어지자마자 곧바로 오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내 얘기를 듣자마자 단숨에 내가 있는 커피숍으로 달려왔다.
<다음호에 계속>

임성학은?

- 대한신용조사 상무이사 역임

- 화진그룹 총괄 관리이사 역임

- 임성학 멘토링컨설팅연구소 소장

- PIA 사설탐정학회·협회 부회장 겸 운영위원


- PIA 동국대·광운대 최고위과정 지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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