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정치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리틀 DJ'라 불렸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에 대해 공식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5일 한 언론인터뷰를 통해 "지금 민주당은 그 때 민주당이 아니다. 계파 위주로 운영되는 패거리 집단"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바라던 전 국민의 지지를 받는 야당이 아니다.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박 후보를 지지하게 된 이유로 전라도 지역의 발전을 꼽았다. 그는 "전라도 쪽에서 이제 대통령 후보로 나올 만한 인물도 없고 인구도 충청도에 비해서 줄어들 판인데 그렇게 되면 전라도는 영원히 미아가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았다"며 "그래서 정권이 바뀌어도 어쨌든 정권 쪽과 대화 채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지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박 후보 쪽에 전라도 발전을 위한 계획을 열 가지 정도 제시했는데 그걸 받아줬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도 계승하느냐는 질문에는 "남북문제는 의견교환을 했다"며 "조금의 의견 차이는 있지만 대체적으로 김 대통령의 그 기류를 그대로 밀고 갈 것"이라고 답했다. 또 한 전 대표는 박 후보를 "대통령을 하기 위해 가장 오래 준비한 후보"라며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준비가 됐을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과거 함께 했던 동교동계와의 관계에 대해서 한 전 대표는 "마음이 편치는 않다"며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인당수에 몸을 던진 심청이의 마음으로 전라도에 보탬을 주기 위해 몸을 던졌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4선 의원 출시의 한 전 대표는 권노갑 전 의원과 함께 '양갑'으로 불리며 DJ 계열인 동교동계의 중추 역할을 해 왔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불법정치자금 수수로 의원직을 잃으면서 민주당 공동대표에서도 물러났다. 이후 18대와 19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호남에서 출마했으나 연이어 고배를 마셨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DJ의 옛 평화민주당을 계승해 새로운 ‘평화민주당’을 창당해 대표직을 맡았지만 단 한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하면서 사퇴했다.
동교동계는 DJ의 비서출신 인사들이 주축을 이룬 가신그룹으로, 한때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상도동계와 함께 한국 야당사의 양대 산맥을 이뤄왔다.
DJ 비서 출신인 김옥두 전 의원은 같은 날 한화갑 전 대표에게 '동지이자 친구 화갑이, 도대체 어디갔나'라는 제목의 공개서한을 통해 "현충원에 있는 DJ가 통곡하고 광주 5·18 묘역의 민주 영령들이 통탄할 것"이라고 착잡한 심경을 쏟아냈다. 김 전 의원은 "우리는 1965년 박정희 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에 동교동에 들어와 45년간 한솥밥을 먹어온 사이"라며 "민주당을 중심으로 뭉쳐 행동하는 양심으로 정권교체를 이루라는 DJ의 유언을 벌써 잊었는가"라고 말했다.
동교동계 좌장격인 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도 전날 DJ의 노벨평화상 수상 12주년 기념행사에서 "DJ의 뜻에 반하는 길로, DJ가 살아있으면 얼마나 마음 아파했겠느냐"며 "이희호 여사도 통탄을 금치 못하고 분통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