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위액트와 함께’ 쓰레기에 갇힌 10마리 구조기

2026.04.30 10:51:57 호수 1582호

구해도 그녀의 소유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을 열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쓰레기 더미를 치우니 벌레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천장에서도 벌레가 말 그대로 쏟아졌다. 발 디딜 틈은커녕 바닥이 보이지도 않았다. 그동안 구조 과정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동물단체도 경악할 만한 수준의 현장이었다. 그 안에 10마리의 개가 있었다.

지난 28일 오전 10시. 제주시 용담2동의 한 아파트 앞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동물구조단체 위액트, 제주시청 축산과 공무원, 해당 아파트 경비업체 직원, 소방관, 경찰, <일요시사> 취재팀 등 어림잡아도 수십명에 달하는 이들이 한 집 앞에 섰다. 악취와 소음이 심하다는 민원이 제기됐고 개가 방치돼있다는 동물 학대 신고까지 된 상태였다.

이번에는

집주인에게는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결국 지자체와 소방서, 경찰 등은 해당 집의 문을 뜯고 강제 개방했다. 집안은 ‘쓰레기’ 그 자체였다. 3개의 방과 욕실은 각종 물건으로 가득 차 있었다. 소파 등 가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특이하게도 선풍기가 10대 넘게 곳곳에 놓여 있었다. 그중 일부는 진입 당시 작동 중이었다. 냄새를 빼기 위해 틀어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눈에 띄는 점은 쓰레기 더미 위로 흩뿌려진 개 사료였다. 개들은 쓰레기 틈에서 발견됐다. 몰티즈, 푸들 등 대부분 품종견이었고 새끼와 성견 사이의 크기였다. 구조한 개는 총 10마리. 전부 오물을 뒤집어쓴 상태로 관리는 전혀 돼있지 않았다. 털이 길게 자랐고 피부병을 앓고 있는 흔적이 보였다. 중성화도 진행하지 않았다.

위액트 관계자는 쓰레기 사이에 살아있는 개 혹은 사체가 더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쓰레기가 너무 많아 몸집이 작은 개는 발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장 쓰레기를 치울 상황이 안 됐다. 동에서 12명의 청소 인력이 투입됐지만, 현관 부분만 치우는 게 고작이었다.

구조 과정 내내 집주인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50대 여성으로 알려진 집주인 A씨는 옆집의 민원, 경비업체의 문의에도 제대로 된 답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경비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한 달 이상 집에 들르지 않은 듯하다는 말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그때(구조 당시)까지 개들이 살아 있는 걸로 봐서는 A씨가 새벽에 몰래 와서 사료를 뿌리고 간 듯하다”고 추정했다.

구조된 개들은 제주시청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동물병원으로 나뉘어 옮겨졌다. 제주시청 축산과 관계자는 “시청 협력 동물병원에서 개들의 건강을 체크한 후 동물보호센터로 이동한다. 이후 A씨가 나타나면 보호 비용 등을 청구할 텐데 이때 A씨가 돈을 내면 다시 개를 데려갈 수 있다. 만약 A씨가 비용을 내지 못하겠다고 하거나 개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면 일련의 절차를 거쳐 (입양) 공고를 낸다”고 설명했다.

제주시청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A씨에 대해 고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A씨가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소유권 포기 등의 절차를 밟지 못했다는 점이다. 법적으로 아직 개들은 A씨의 소유인 셈이다. 위액트 관계자는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을 우려했다. 동물 학대 정황이 있어도 개에 대한 소유권을 강제로 포기하도록 할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동물구조단체가 개 주인과 오래도록 설득과 협상의 과정을 거치는 이유다.

2024년부터 입주민 민원
2년 만에 강제 개방 진입

실제 경비업체에 따르면 3~4년 전에도 유사한 일이 발생해 소방서, 경찰 등이 A씨의 집에 진입한 적이 있다. 경비업체 관계자는 “(당시에도) 민원이 제기됐고 집안에서 생활 반응이 없어 (소방관이)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집에 들어갔다. 우리가 집안에 들어간 것과 동시에 A씨가 집에 와서 마주쳤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도 쓰레기가 많긴 했지만 그나마 거실에는 사람이 서 있을 공간이 있었다. 개는 4마리가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3~4년 뒤 A씨의 집은 쓰레기로 가득 찼고 개는 확인된 것만 10마리로 불어났다. 그중에 당시 발견됐던 4마리가 포함돼있는지는 현재로선 확인할 방법이 없다. 3~4년 만에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은 것이다.

이번에도 구조 작업이 이뤄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2년여에 이른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2024년 1월부터 경찰, 시청 등에 입주민의 신고와 민원이 지속해서 들어갔다. 악취가 심하고 바퀴벌레가 많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호수의 옆집에 사는 주민이 찍은 사진을 보면 전반적으로 깨끗한 복도에 문제의 집 앞에만 바퀴벌레 사체가 바글바글하다.

민원은 올해 2월에도 이어졌다. 입주민들이 주민센터를 통해 바퀴벌레가 계속 나온다는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결국 옆집 주민은 위액트에 구조를 요청했다. 그는 “악취가 너무 심하고 개 짖는 소리가 계속 나서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경찰은 ‘집 앞에 개 사체가 놓여 있지 않은 이상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A씨가 집에 들른 시간에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다. 문이 열렸을 때 안을 봤는데 개들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불쌍하고 가여워 모르는 척 둘 수 없었다. 아주 가끔 문이 열릴 때마다 개 종류가 바뀌었고 마릿수도 달라졌다. 개를 학대하는 애니멀 호더를 더 두고 볼 수 없어 구조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옆집 주민은 2024년 5월과 7월, 2025년 1월에 A씨 관련 사항을 경찰에 알렸다. ‘개 짖는 소리가 심하다’ ‘악취가 너무 난다’ ‘내부에서 뭔가 썩는 냄새가 난다’ 등 신고 내용은 모두 비슷했다.

2024년 7월 ‘112 신고 사건 처리 내역서’를 보면 이미 당시에도 A씨의 집은 쓰레기로 가득 찬 상태였다. 내역서에는 ‘집 안에 사람 가슴 높이의 쓰레기 더미를 쌓아두고 사는 것으로 확인되고, 강아지들은 외관상 학대 정황은 없으나 쓰레기 더미 위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확인’ 등의 내용이 기재돼있다.

또 ‘대상자(A씨)에게 주변에 악취 피해 및 강아지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오지 않도록 7일 기간 내에 집안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고 강아지를 잘 관리하도록 강력 경고 조치함’이라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개들은 무려 2년이 지난 뒤에야 구조될 수 있었다. 그사이 다른 입주민이 겪은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경비업체도 민원이 반복되자 A씨에게 내부를 청소해주겠다는 말까지 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경비업체 직원은 조심스럽게 “사실 많이 안타깝다. A씨에 대한 (정신적인) 치료가 필요할 것 같다. 지자체에서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했지만…

구조에 참여한 함형선 위액트 대표는 이번 일이 제도의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 대표는 “지속해서 민원을 제기해도 수사기관이나 동물구조단체가 법적으로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결국 미비한 제도가 이 같은 비극을 만들었다”며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이 개를 학대해도 이를 제지할 수 없는 게 현행 제도다. 제대로 된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 또 똑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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