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길가 여기저기에 널브러진 홍보용 현수막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여론조사 한답시고, 인사 올린답시고 울리는 전화벨은 필자의 귀를 어지럽힌다. 그래도 이거라도 해야 정치인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해주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방선거의 핵심 포인트는 따로 있는데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론이다. 지방선거가 반복될 때마다, 지방의회의 무능이나 부패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줄기차게 나온다.
중앙당이나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잘 보여야 공천이 되는 현행 체제에 문제가 많다는 그럴 듯한 논리와 기초의원 선거가 처음 시행된 2002년 지방선거에서만 하더라도 후보자들이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는 선례를 들면서.
강선우-김경 공천 헌금 사건에서도 일부 언론은 비슷한 주문을 내놨다.
지역구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 보스 정치를 지금 당장이라도 해결할 이 대안이겠으나 현대 정치를 정당 중심 대의민주주의로 이해하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는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첫 기초의원 선거 이후 기초의원 무공천 제도가 정당 정치의 근간을 흔든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결국 그 다음 선거부터 정당 공천이 시행됐다.
거기에 기초의원 후보자들이 당적을 갖고 출마하는 것은 그것대로 유권자들에게 효용을 주고 있으며, 공천제 취지를 살리면서 문제를 해결할 대안도 있다. 이런 것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이 정말 정치개혁인 걸까?
기초의원 공천제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정당 득표로 당선이 결정되는 비례대표 기초의원의 존재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지방의회 지역구 의석수의 10%를 비례대표 지방의원으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기초의회 선거에서도 유권자들은 정당에 투표하게 된다.
국회 구성에 관한 내용을 담은 헌법 41조는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뽑을 때도 비례대표제가 필수로 들어가는 상황에서 지방의회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최근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에 적용되는 봉쇄 조항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봉쇄 조항은 다양한 정치 세력의 난립과 정치 극단화를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유용한 점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정당이 득표율로 국회 의석을 배분 받으려면 3% 이상을 넘겨야 하는데, 이 정도면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봉쇄 조항이 엄격한 편도 아니다.
하지만, 헌재는 양당제가 공고해지면서 정치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과 소선거구제 위주의 선거 환경으로 인한 비례성 악화를 보완하기에는 현행 비례대표 의석이 모자란다는 점에 주목했다. 봉쇄 조항 위헌 결정은 정치 다양성 증진에 대한 시대적 요구를 헌재가 대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결정으로 승기를 얻은 소수 정당들은 지방의회에 적용되는 봉쇄 조항 5%에 대한 헌법소원을 헌재에 제기했는데, 이 또한 위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받을 것이다.
그런 만큼 지방의회 선거에서 비례대표제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나와야 할 것이지만, 현행 지방의회 비례대표제는 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라는 요구는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예전에는 노동자를 지지기반으로 삼는 소수 정당에서만 줄기차게 주장했다. 기초의회 선거구에 3~5인 선거구제 도입과 비례대표제 의석수 확대가 되지 않으면 소수 정당이 지방의회에 진출하는 길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주장을 소위 한줌의 소음으로 치부했을 테지만, 이제는 지역 정치인들도 비례대표제 확대에 공감하고 있다.
광역의회이면서 기초의회 기능도 있는 제주도의회는 교육의원 폐지로 인해 사라질 다섯 의석을 비례대표로 전환해 비례대표 의석을 전체 의석의 30%로 끌어올리자는 결의안을 가결했고, 대전-충남·광주-전남·대구-경북 행정 통합 특별법에는 통합 광역 의회 비례대표 의석을 지역구 의석의 20%로 늘리는 조항이 포함됐다.
비례대표 확대로 정치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지역사회 내에서 확산하고 있는데, 기초의원 후보자에게 정당 공천을 금지해 버리면 무슨 수로 비례대표를 뽑는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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