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 번째 암살 위기를 모면했다.
현지 외신 등에 따르면, 총격은 지난 25일(현지시각)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열린 연례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장에서 발생했다. 용의자 콜 토머스 앨런(31)은 산탄총과 권총, 다수의 흉기를 소지한 채 보안 검색대를 돌파하려다 비밀경호국(SS) 요원에게 총격을 가했다.
피격된 요원은 다행히 방탄 장비 덕분에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즉시 제압된 앨런은 현재 구금돼 조사를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 JD 밴스 부통령 등 주요 내각 인사들은 신속히 대피해 화를 면했다.
미 법무부는 앨런에게 대통령 암살 미수 및 연방 공무원 공격 등 중죄 혐의를 적용해 기소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암살 위기에 직면한 것은 이번이 벌써 세 번째다. 불과 2년 사이 세 차례나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을 받은 셈이다.
첫 번째는 지난 2024년 7월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 현장이었다. 당시 토머스 매슈 크룩스(20)가 인근 건물 옥상에서 쏜 총탄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른쪽 귀 윗부분에 관통상을 입었다. 이 사건은 그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어 두 달 뒤인 9월15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골프장에서 라이언 웨슬리 루스(58)가 총기를 겨누다 적발되는 두 번째 암살 미수가 발생했다.
이번에 체포된 앨런의 신상이 공개되자 미국 사회는 또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앨런은 단순 범죄자가 아닌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물이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 보유한 그는 게임 개발자이자 시간강사로 활동해 왔다. 특히 2024년 12월에는 ‘이달의 교사’로 선정될 만큼 성실한 사회 구성원으로 보였기에 주변의 충격은 더욱 컸다.
정치 활동 흔적도 일부 확인됐다. 연방선거관리위원회 기록에 따르면, 그는 2024년 10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캠프에 25달러를 기부한 이력이 있다.
앨런은 범행 10분 전 가족에게 전송한 1052단어 분량의 성명서를 통해 범행 동기를 밝혔다.
그는 자신을 ‘친절한 연방 암살자’라고 칭하며, 행정부 고위 관료들을 ‘표적’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성명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소아성애자, 강간범, 반역자가 내 손을 더럽히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며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또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 벽 관통력이 낮은 산탄을 준비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사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용감한 경호원들에 의해 상황이 정리됐다”며 요원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정신적 문제가 있는 개인의 ‘외로운 늑대(Lone Wolf)’식 범행으로 규정했다.
특히 이란과의 배후 연관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이는 현재 결렬 위기에 처한 이란과의 2차 협상 국면을 고려해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려는 정무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보안 구멍’이다. 사건이 발생한 워싱턴 힐튼 호텔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암살 시도가 있었던 역사적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행사에서 보안 검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만찬에 참석했던 마이크 롤러 하원의원은 엑스 계정을 통해 “만찬 전 리셉션이 열린 워싱턴 힐튼 호텔 건물 입구와 1~2층에 신분확인 절차나 금속탐지기가 없었다”며 “투숙객들이 건물 대부분 구역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고 이에 총격범이 만찬장 인근까지 갈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용의자 앨런은 성명서에서 “호텔에 무기를 여러 개 들고 들어왔음에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내가 이란 요원이었다면 M2 기관총을 들고 들어왔을 것”이라며 경호 시스템의 무능함을 조롱했다.
세계 각국 리더들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6일 엑스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참석자 모두가 무사하다는 소식에 안도한다”며 “정치에는 결코 폭력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며 “민주주의 제도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돼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암살 시도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한 비밀경호국에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엑스를 통해 “백악관 기자단 만찬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외를 비롯 현장에 계셨던 모든 분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에 안도하며, 미국 국민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폭력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중대한 위협이며, 어떠한 이유로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jungwon933@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