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성북구 소재 갤러리 ‘아트노이드178’에서 이희상 작가의 개인전 ‘SNOW WHITE: Interview with the Gods’가 열린다. 이희상은 백설공주라는 고전적 아이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백설공주에 대한 재해석으로 독자적 예술 세계관을 구축해 온 이희상 작가는 이번 전시 ‘SNOW WHITE: Interview with the Gods’을 통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작가는 젊음을 영원히 박제당한 채 가짜 행복 속에 부유하던 백설공주를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실존적 주체로 탈바꿈시켰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과 신이 본질적 차이가 없음을 직시하며 그들을 직접 대면하려는 당돌한 여정을 표현했다.
일체유심조
이 모험은 ‘영원한 젊음과 행복을 부여받은 나와 신이 무엇이 다르냐’는 근원적인 질문에서 시작됐다. 이희상은 ‘백설공주의 외출’을 테마로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신을 찾아가 인터뷰하는 서사를 그렸다. 작가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한층 선명한 지향점으로 확장시키려는 시도다.
이희상에게 신성은 더 이상 도달할 수 없는 외부의 절대적 권위가 아니다. 마녀의 거울이 투영하는 타자의 시선에 의존하며 맹목의 어둠 속에 갇혀 있던 백설공주는 이제 그 거울의 프레임 안으로 직접 발을 내디딘다.
스스로 ‘블랙 미러(Black Mirror)’의 내부로 진입한 공주는 3억3000만명에 이르는 힌두교의 신을 비롯해 세상에 편재한 무수한 도상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진실한 신성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이희상은 붓다와 마주 선 백설공주를 담은 작품 ‘일체유심조’를 통해 신성이란 외부의 맹목적 믿음이 아니라 주체의 의지가 발현되는 순간 비로소 형태를 갖추는 것이라는 점을 역설한다.
그는 부처를 본 적 없는 필리핀의 한 여성이 벼룩시장에서 슈렉 피겨(figure)를 부처로 오인해 구입한 뒤 몇 년간 정성을 다해 기도하다가 뒤늦게 그 대상이 부처가 아니라는 걸 알았는데도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는 일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내가 신이라 믿으면 그게 바로 신이 되는 것’이라는 혜안은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일체유심조의 핵심을 관통한다.
진실한 구원의 형태
주체적 용기의 기록
이번 전시는 세상의 수많은 신을 만나며 타인이 규정한 성과 속의 경계를 허물고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주체적인 용기에 관한 기록이다. 외부의 구원을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삶의 주인으로 나아가는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진실한 구원의 형태를 제시한다.
신을 마주하는 주체적 투사는 종교적 상징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이돌 방탄소년단(BTS)의 응원봉을 손에 든 백설공주는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대상을 향해 기꺼이 추종자가 되기를 자처하는 이 시대 젊은이의 초상이다. 오늘날 아이돌은 거대 종교가 삶의 해답을 주지 못하는 시대에 각자의 일상을 버티게 하는 안식처이자 삶의 방향을 설정해 주는 실존적 나침반이 됐음을 시사한다.
이희상은 작가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주제인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과 공명하며 시간의 유한성에 대해 사유한다. 겨울 동백이 낙화하는 붉은 바다를 가로질러 벚꽃이 만개하는 곳으로 향하는 항해는 과거의 기억을 딛고 현재의 존엄을 회복하는 제의적 여정이다.
곧 사라질 벚꽃의 찬란함을 포착한 작품 ‘유한, 더없이 눈부신(Utterly Radiant)’은 영원히 썩지 않는 가짜 신성보다 소멸을 향해가는 살아있는 존재의 숭고함을 증명하며 작가의 세계관을 완성된 지향점으로 밀어붙인다.
마음의 주인
아트노이드178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는 이희상의 대표작 ‘330,000,001번째 신’ ‘시바신 비트코인을 목에 걸다’ ‘가시 돋친 평온’ 등 총 17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관람객은 백설공주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타인에 의해 규정된 운명의 프레임을 벗어나 자신의 마음이 주인인 진실한 세계를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다음 달 5일까지. ⓒ자료·사진= 아트노이드178
<jsjang@ilyosisa.co.kr>
[이희상은?]
추계예술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1992)
▲개인전
‘백설공주의 외출’ 더숲아트갤러리(2024)
‘스노우 화이트’ 아트노이드178(2022)
‘이희상 개인전’ ML갤러리(2021)
‘이희상 개인전’ 갤러리 일호(2019)
‘주변의 사람들, 그들의 잠재적 감정’ 고양아람누리갤러리(2016)
‘Key가 있는 방’ 가나인사아트센타(2014)
‘비행’ 관훈갤러리(2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