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땅이 기억한 시간’ 이미희

2026.04.09 07:26:01 호수 1578호

점과 선 그리고 스와로브스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 채율이 이미희 작가의 개인전 ‘땅이 기억한 시간’을 준비했다. 이미희는 0.1㎜의 세밀한 펜 끝으로 촘촘히 기록한 자연의 지형과 그 사이 심어 놓은 스와로브스키에서 발현하는 에너지를 바탕으로 독창성 넘치는 시각적 서사를 선보인다.

이미희 작가의 화면은 세밀한 드로잉으로 축조된 자연의 형상으로 가득하다. 작가는 오직 펜선의 농담과 굵기만으로 화면의 원근을 구축했다. 화면 곳곳에 흩뿌려진 미세한 점은 산 너머의 산, 생명의 기운을 상상하게 만드는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특히 화면에 숨을 불어넣는 하얀 여백은 밀도 높은 작업 방식과 극적인 대비를 이루며 관람객이 시각적 정화를 경험하는 것과 함께 작품 내부의 고요 속으로 깊이 침잠하게 한다.

쓰레기 산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스와로브스키를 활용한 이미희의 독창적인 자연 해석이다. 단색의 선과 점 사이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스와로브스키는 단순한 시각적 장식이 아니다. 작가에게 산은 그저 눈에 보이는 풍경이 아니라 그 내부에 씨앗과 잎, 꽃과 열매를 품으며 오랜 시간 축적해 온 ‘밀도의 덩어리’다.

낮 동안 대지에 스며든 빛은 사라지지 않고 토양과 지형 속에 저장돼있다가 씨앗이 싹틀 때 형태와 에너지로 다시 드러난다. 작가는 이렇듯 지형이 기억하고 있는 빛이 생명력으로 분출되는 찰나를 스와로브스키의 반짝임으로 치환했다. 조명이 닿을 때 발산하는 화사함은 물론 조명이 꺼진 후 어둠 속에서도 은은하게 빛나는 스와로브스키의 광채는 자연의 경이로운 생명력이 멈추지 않고 순환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0.1㎜ 펜으로 그린 산
생명의 에너지 표현

전시의 주요 주제인 ‘그날의 기억’ 시리즈는 작가가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여과해 재탄생시킨 결과물이다. 이미희는 어린 시절 산의 능선을 보면서 가졌던 ‘저 엄청난 덩어리 안에 얼마나 많은 생명의 씨앗이 존재할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작업의 바탕으로 삼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쓰레기 산에서 생태공원으로 부활한 난지도의 서사부터 이탈리아의 장수 섬 ‘사르데냐’ 등 땅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을 추적한 신작이 공개된다.

이미희는 “나에게 산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무수한 생명의 씨앗과 시간의 층위를 품은 거대한 축적의 덩어리”라며 “0.1㎜의 선으로 구축된 이 압축된 시간의 표면 위에서 스와로브스키는 지형이 머금고 있던 빛이 비로소 형태와 에너지로 드러나는 찰나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땅이 기억한 시간과 생명의 밀도가 관람객에게는 고요하지만 도드라지는 메시지로 닿아 새로운 삶의 시각과 강렬한 위로를 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생태공원

갤러리 채율 관계자는 “우리 능선의 완만한 곡선으로 층층이 깊이가 더해진 색을 담고, 우리 세월과 이야기를 담아 완성하고자 한 채율의 브랜드 스토리는 땅이 품은 시간과 생명의 흔적을 세밀하게 기록하는 이미희의 작업 세계와 깊이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연을 가까이하며 시간을 향유하는 삶을 제안하는 채율의 공간과 작가의 서사가 만나 형성될 아름다운 시너지를 통해 많은 관람객이 마음의 여유를 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자료·사진= 갤러리 채율 

<jsjang@ilyosisa.co.kr>


[이미희는?]

▲학력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졸업(2010)
성신여자대학교 미술대학원 서양화과 졸업(2012)

▲개인전
‘땅이 기억한 시간’ 갤러리 채율(2026)
‘그날의 기억’ 하나갤러리(2025)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관훈갤러리(2011)

▲수상
유라시아 부산국제아트페어 신진작가 우수작가상
대한여성미술대전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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