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패배 후 정계 은퇴·탈당을 선언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연이어 국민의힘을 비난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과연 그는 정말로 정계에서 은퇴한 것일까?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해 4월 국민의힘 대통령후보 제2차 경선 패배 직후 정계 은퇴·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했다. 탈당 이유에 대해 “더는 국민의힘에서 할 역할도 없고, 남을 명분도 없으며, 자연인으로서 편안한 삶을 살겠다”는 것이었다.
은퇴 맞아?
이후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는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해 5월 국민의힘 권영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당시 원내대표가 주도한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용산과 당 지도부는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만만하니까 김 후보를 지지해서 한덕수 전 총리에겐 장애가 되는 홍준표를 떨어트리자는 공작을 꾸몄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를 지지하던 사람들이 순식간에 김 후보 지지로 돌아섰고, 한순간에 김 후보가 당원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며 “김 후보는 이들의 음험한 공작을 역이용했는데, 난 그때부터 이 더러운 판에 더는 있기 싫어졌다”고 비판했다.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거부한 후 미국 하와이로 출국했다. 그러자 홍 전 시장의 캠프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미국으로 출국해 홍 전 시장에게 선대위 합류를 호소했다. 홍 전 시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홍 전 시장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 ‘TV 홍카콜라’ 방송과 페이스북 글 작성에 몰두하고 있다. 유튜브 방송과 페이스북 글 작성은 대중·언론이 가장 친숙하게 여기는 정치인 접근 방법이다.
홍 전 시장의 유튜브·페이스북 활동을 놓고, “정말 정계 은퇴를 한 게 맞느냐”고 의심하는 시선도 있다. 홍 전 시장은 유튜브·페이스북 활동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뚜렷하게 제시하고 있고, 언론 보도가 이를 확대 재생산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홍 전 시장이 지난해 5월 출국 당시 그를 유일하게 배웅한 사람은 개혁신당 대선후보였던 이준석 대표였다. 홍 전 시장과 이 대표는 상당한 친분이 있고, “2030세대 남성이 우호적으로 접근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쉬지 않는 유튜브·페이스북
“국힘·현실 정치 은퇴일 뿐”
홍 전 시장도 지난해 5월 자신의 소통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서 “국민의힘이 연이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기 경선을 하는 것을 보고 내 청춘을 묻은 그 당을 떠났다”며 “국민의힘에서 은퇴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에서 은퇴했다”고 했지, “정계에서 은퇴한다”고는 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엔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난 현실 정치에서 은퇴했을 뿐 정치 무관심층은 아니”라며 “내 나라가 잘못돼가고 있는데, 관심조차 두지 말란 것은 나에 대한 모욕”이라는 등 애매한 발언을 남겼다.
따라서 홍 전 시장의 온라인 기반 활동은 “홍 전 시장이 정계 은퇴를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인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홍 전 시장은 전형적인 관심 자산 정치인이다. 언론을 통해 자신의 독설을 확산하는 방식으로 ‘가식 없는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얻었다.
독설은 논란을 만들 뿐 아니라, 가장 먼저 이슈를 선점해 주도하는 형태로 이어진다. 홍 전 시장은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그 순간까지도 독설했다.
아울러 대구시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23년엔 대구퀴어문화축제의 도로 사용을 부정적으로 언급하는 페이스북 게시글을 남겼다. 이어 ▲집회 금치 가처분 신청 ▲행정대집행 시도 ▲민사소송 등 적극적 대응을 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TV 홍카콜라’·‘청년의꿈’은 그가 언론을 거치지 않고, 자신을 지지하는 2030세대 남성과 직접 소통하는 창구라고 할 수 있다. 2030세대 일부 남성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선 지난 2021년 그에게 ‘무야홍’이란 별명을 붙여 그에게 호응했다.
홍 전 시장이 보수 성향을 지닌 2030세대 남성의 지지를 얻는다는 측면은 그가 내놓는 정치적 의견에 영향을 미친다. 그가 작성하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성향은 반 윤석열·반 한동훈이다.
홍 전 시장은 지난해 7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자발적으로 해산해서 당 재산을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며 “비상계엄의 실마리를 제공한 친윤(친 윤석열)·친한(친 한동훈) 모두 축출한 후 새로운 사람들이 모여야 그나마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자신의 정치적 기회 ▲친윤·친한 모두를 비난하는 기회로 삼았다. 지난 17일에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더는 한국 정치에 있어선 안 될 존재”라며 “윤 전 대통령과 함께 보수 진영을 궤멸시킨 화양연화 정치검사”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두둔·흔들기 동시에…6월 이후 대비?
홍의 플랜…보수 새 얼굴? 이준석과 보수신당?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선 그의 고립을 노리는 듯한 복합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대표는 목숨 건 단식을 하는데, 시장 자리라도 해보려고 날뛰며 등 뒤에 칼을 꽂는 영남 중진들”이라는 비판 글을 게재했다.
이는 장 대표가 단식투쟁 중인 상황에서 오는 6월 지방선거에 대구시장 후보로 출마 궁리를 하는 일부 국민의힘 중진들을 강하게 비판한 것이다.
반대로 장 대표의 단식투쟁 명분을 무력화하는 글도 게시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2004년 4월 총선 공천심사위원을 맡았을 당시 대구·경북 지역 중진 의원이 재공천을 조건으로 15억원을 제의해 즉시 공천심사위원회에 보고했고, 그 의원은 그날 컷오프됐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를 두둔하는 것 같으면서도 흔드는 대응은 홍 전 시장이 지방선거 이후를 바라보고 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장 대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후엔 상호 책임 추궁과 당권 투쟁이 극심해질 수밖에 없다.
한 전 대표는 당내 제명 결정에 대응해야 한다.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 출마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민의힘 내부 투쟁에 참여할 동력이 떨어진다. 한 전 대표가 자신의 동력을 다하지 못하면,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내세울 새 얼굴을 찾아야 한다.
결국 김 전 후보와 홍 전 시장이 다시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홍 전 시장으로선 지난 2017년 대선처럼 만신창이가 된 국민의힘이 자신을 다시 ‘모시러 오는’ 그림을 꿈꿀 수도 있다. 탈당했는데도 이어지는 그의 국민의힘 비난은 결국 ‘강한 미련’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런데 홍 전 시장은 이미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국민의힘에서 홍 전 시장을 ‘모셔가지’ 않으면, 그는 혼란을 거듭할 보수 정치의 판을 새로 설계하려고 할 수도 있다. 이 대표와의 우호 관계를 매개로 “개혁신당+홍 전 시장=보수 신당”이란 공식을 대중 앞에 제시할 수도 있다.
홍 전 시장이 다시 정계에 복귀하면, 자신이 주도하는 보수 정치 개편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그가 대중의 주목을 받아 화려하게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것은 지난 1993년 정덕진 슬롯머신 사건과 관련해 통일국민당 박철언 의원을 구속했던 평검사 시절이었다. 당시처럼 화려한 보수 정치 개편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여전히…
홍 전 시장은 예나 지금이나 호감도와 비호감도가 나란히 높다. 과연 ‘TV홍카콜라’와 페이스북 게시글로 비호감도를 극복할 수 있을까? 홍 전 시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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