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사형 구형의 의미와 한계점

2026.01.14 10:48:08 호수 0호

지난 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됐다는 소식은 한국 사회에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이날 내란특검(조은석 특별검사)은 재판부에 법정 최고형인 사형 선고를 요청하며, 이 사건을 “헌정 질서 파괴의 극단적 사례”라고 규정했다.



한국 형법상 내란죄의 법정형은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로 정해져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행위가 단순한 권력 남용이나 일탈이 아니라, 헌법적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든 반헌법적 폭거라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한 시도가 헌정 체제를 파괴하려는 시도였다는 혐의로 기소됐으며, 특검은 설계 및 집행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법정 최고형 구형은 단순한 형량 선택을 넘어 사회적·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한민국은 1997년 이후 사형 집행은 중단된 상태지만, 여전히 사형제를 명문화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실제 집행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법조계는 사형 구형 자체를 극단적 비상 상황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특검의 사형 구형은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현대사에서 하나의 이정표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전직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민주주의의 위기 신호이기 때문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의 행동이 “국가 체제와 법질서를 파괴하려는 폭거였다”고 강조했다. 결심공판에서 특검은 “헌법적 질서의 근간을 흔든 중대한 반역”이라고 주장했으며, 양형에서 최대한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판부에 전달했다.


이 같은 주장은 과거 한국의 내란 관련 재판과 비교돼 더욱 무게감을 가진다. 1990년대 군부 독재 시절의 군사 반란 관련 재판 당시에도 사형이 구형됐지만, 이후 형량이 감형되거나 사면·특사가 이뤄졌다. 이번 사건처럼 민선 대통령이 헌정 체제를 스스로 흔든 혐의로 기소된 사례는 한국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다.

사형 구형은 곧 ‘국가의 최후의 방어선’으로서 헌법적 질서와 민주주의적 절차를 보호해야 한다는 절박함의 표현이기도 하다. 특검이 주장하듯, 이 같은 극단적 행위를 단죄하지 못하면 향후 동일하거나 더 위험한 시도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였다.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에 던진 질문
사형 자체의 의미와 그 한계점은?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곱씹어야 할 질문은 단순히 ‘과연 법정 최고형이 적절한가’를 넘어선다. 사형이라는 형벌의 본질적 의미와 그것을 부과하는 사회적·법적 효과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

첫째, 한국은 사실상 사형 폐지 국가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수십년간 사형이 집행되지 않았고, 사회적 합의는 점차 사형제 폐지 쪽으로 기울어져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정에 사형을 구형하는 것은 형법상의 형량 조항이 현실 사회의 윤리적 기준과 점점 괴리돼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둘째, 사형 구형은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손상할 위험이 있다. 법 앞의 평등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 중 하나다. 최고 권력자일수록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할 책무가 크다는 점에서는 질서 유지 측면의 강력한 메시지가 필요하지만, 사형이라는 극단적 처벌이 과연 사회적 합의의 결과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셋째, 사형 구형은 정치적 분열을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과 여론은 이미 찬반으로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 일부는 사형 구형을 ‘정의 실현’이라며 환영하는 반면, 다른 일부는 법적 절차가 정치적 목적에 휘둘린다고 비판한다. 이런 분열은 법적 결정을 넘어 결국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해외 주요 언론들도 이번 구형 소식을 국제면으로 긴급 보도했다. <로이터통신> <가디언> 등 외신은 한국 검찰이 전직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했다는 사실을 크게 다루며, 한국이 여전히 사형을 법으로 남긴 나라라는 점을 복기했다.

국제 사회에서 사형은 인권 논쟁의 핵심 현안이기도 하다. 유럽연합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사형 폐지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며, 한국의 법정 최고형 조항을 비판적으로 바라봐 왔다. 이런 국제적 맥락에서 바라보면, 이번 사형 구형은 국내적 의미를 넘어 한국 사회의 법적·윤리적 기준에 대한 국제적 재검토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정치권 반응도 다양하다. 일부 여당 인사들은 사형 구형을 “역사의 준엄한 질책”이라고 평가한 반면, 야당과 중도층에서는 결과를 차분히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이 같은 진영 간 입장 차이는 향후 판결과 항소 과정을 통해 계속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는 실제 사형 선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존재한다. 한국은 오랜 기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고, 재판부가 가장 무거운 형벌을 실제로 선고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는 점이 그 이유다. 그러나 사형 구형 자체가 국내 정치·사회적 좌표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구형은 단지 한 개인의 형량 논쟁으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다. 이것은 한국 민주주의와 헌법적 질서, 형벌 제도의 정당성과 한계, 그리고 사회적 합의의 경계를 동시에 시험하는 사건으로 남을 전망이다.

사형이라는 극단적 구형을 통해 우리는 ‘무엇이 우리 사회를 여기까지 몰아넣었나?’라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법적 제재는 정의 실현에 기여하는가, 아니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대한민국 사회가 앞으로 어떤 법적·윤리적 기준 아래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냉철하게 답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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