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수사는 창(槍)이지만, 변호사는 방패(盾)가 돼야 한다.”
법무법인 백현의 소개 글 첫머리에 적힌 이 문장은 군검찰과 군사법원을 두루 거쳐온 박상옥 변호사의 이력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국방부 검찰단 공안 특수과장(현 반부패수사과장)과 고등군사법원 고등군판사를 지낸 그는, 현재는 법무법인 백현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민·형사 사건 전반을 다루고 있다.
2004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군 사법의 최전선에서 ‘창’을 쥐었던 박 변호사는 이제는 민간에서 의뢰인의 권리를 지키는 든든한 ‘방패’가 되고자 한다고 말한다.
박 변호사는 법무법인 백현을 “형사 전문 로펌으로서 형사사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힘이 되고, 항상 의뢰인의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는 로펌”이라고 소개했다.
백현만의 강점으로는 ‘수사와 관련된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변호는 물론, 재판 경험까지 갖추고 있어 수사 단계에서부터 재판까지 한번에 대비할 수 있는 로펌’이라는 점을 꼽았다. 단순히 수사 단계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후 재판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고 전략을 짜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형사사법 환경의 변화도 그가 주목하는 지점이다. 박 변호사는 “경찰 조직개편, 검찰청 폐지 논의 등 형사사법 절차에 큰 변동이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변화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곳이 백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수사 구조가 요동치는 시기일수록, 수사와 재판을 동시에 이해하는 변호인의 역할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이런 자신감의 바탕에는 남들과는 다른 그의 출발점이 있다.
박 변호사는 2004년 사법연수원을 마치자마자 군법무관의 길을 택했다. 그는 “군 사법은 말 그대로 ‘사법의 황무지’라고 생각했고, 그 속에서 군인들의 인권 보호와 수사·재판 절차를 정립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군법무관으로 복무하는 동안 그는 국방부 검찰단에서 군검사로 수사를 담당했고, 이후 고등군사법원 고등군판사로서 상급심 재판을 맡았다.
그는 “당시는 고등군사법원이 2심을 담당했고, 3심은 대법원이었기에 고등군판사는 육군·해군·공군을 모두 합해 6명뿐이었다”며 “상급심으로 육·해·공군의 거의 모든 사건을 다뤄볼 수 있었던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군사법 체계 개편으로 2022년부터는 고등군사법원의 관할이 서울고등법원으로 이관되는 등 구조가 바뀌었지만, 군검사와 군판사를 모두 경험한 이력은 지금도 민간에서 보기 드물다.
박 변호사는 “검찰과 법원을 모두 경험한 변호사는 민간에는 없다시피 하기에 수사와 재판을 동시에 종합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군검찰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는 국방부 검찰단 근무 당시를 꼽았다.
그는 “국방부 검찰단 근무 시 4성 장군의 횡령 혐의로 구속·기소한 사건에 일조했고, OOOOO탄 납품비리 수사, OOO 납품비리 수사 등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여러 납품비리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고 소개했다.
군검찰이 주로 다루는 사건 유형에 대해 그는 “군 성범죄, 뇌물, 대장·장성 등 고위 간부 대상 범죄, 폭력 사건들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사건의 유형 자체는 민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군대’라는 특수성이 곳곳에서 드러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가 반복해서 언급한 것은 ‘수사 보안’의 문제다. 박 변호사는 “군이라는 조직 특성상 사회보다 훨씬 좁은 공간이어서 수사 보안 유지에 어려움이 있다”며 “특히 계급이 높은 장교에 대한 수사의 경우, 국방부 검찰단이나 각 군 본부 검찰단이 아닌 단위부대 차원에서 수사를 진행하기에는 보안 유지가 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모두 각 군 검찰단 체제로 바뀌어 각 예하부대에 검찰단이 파견 나가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현 제도의 구조도 짚었다.
군 조직 내 수사·기소 전반에 대해 그는 “민간 검찰과 큰 차이는 없다”면서도 “다만 수사 보안 측면에서는 군이 훨씬 더 민감하고, 그 점이 가장 큰 차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군인 피의자·피고인을 다룰 때 박 변호사가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신분’이다.
그는 “아무래도 군인은 공무원 신분이기에 형사 처벌을 받으면 신분과 연금까지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게 수사에 있어 증거 수집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군사법 체계와 일반 형사법 체계의 차이에 대해선 “지금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도 구조적인 부분은 분명히 했다. 박 변호사는 “민간 검찰의 경우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있고 수사와 공소 유지가 분리될 예정이지만, 군의 경우 군사경찰의 수사종결권이 없이 기소 유무와 공소 유지·수사 모두 군검찰이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재판 절차에서의 특징도 언급했다. 그는 “군사재판의 경우 민간보다 더 원칙적인 절차를 거친다”며 “민간에서 쉽게 생략하는 절차들도 군사법원에서는 원칙대로 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심리가 아주 충분히 집중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민간 법원과 같이 간단하게 넘어갈 부분도 따지는 경우가 많아, 준비를 잘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제대로 준비한 변호인에게는 전략적 여지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군 관련 사건 의뢰인들이 자주 갖는 오해도 짚었다.
박 변호사는 “‘군사법절차도 민간과 사실상 모두 동일하고 재판 역시 모두 동일함에도, 어떤 지휘관의 입김이 사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하지만 오히려 지휘관이나 고위 장교라 할지라도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이 날 수도 있음을 간과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군 사법의 최전선에서 오랜 기간을 보낸 그는 결국 군을 떠나 민간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계기는 담담했다.
박 변호사는 “군법무관으로 군검찰, 특히 국방부 검찰단 특수수사과장(현재는 반부패)과 고등군사법원 고등군판사까지 역임한 이후, 법무관으로써는 최고의 기관에서 명예롭게 근무했다 생각하고 전역을 결심했다”고 떠올렸다.
전역 후 그는 법무법인 백현에 합류해 군형사 사건은 물론 일반 형사사건, 건설·부동산 관련 사건까지 폭넓게 맡고 있다. 군검찰 업무 외에 법무관으로 징계 업무까지 해본 경험이 있기에 공무원, 일반인 상담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군 복무 중 사건에 연루된 장병과 가족들을 만날 때, 박 변호사가 가장 자주 듣는 말은 “눈앞이 캄캄하다” “죽고 싶다”는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이들에게 “반드시 파도를 넘는 방법은 있으니, 절대 힘을 잃지 말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억울함을 풀고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의뢰인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는 그다.
군법무관(군검찰)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 법학도들을 향한 조언도 남겼다.
박 변호사는 “지금의 군사법 체계는 내가 근무할 때보다 일부 달라진 점도 있지만 근본은 같다”며 “군법무관은 징계, 항고 등 행정 업무 그리고 검찰 업무, 군판사 업무까지 두루두루 그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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