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김현지 부속실장, 또 비선 실세 구설수?

2025.12.04 16:47:43 호수 1561호

대통령과의 사적 관계를 기반으로 국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자 실세’ ‘비선 실세’ 의혹이 이재명정부에서도 어김없이 터져 나왔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김남국 대통령비서실 국민 디지털소통비서관 사이의 인사 청탁 텔레그램 메시지가 포착되며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메시지에는 홍성범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를 회장으로 추천해달라는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의 인사 청탁 내용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문 원내수석부대표는 김 비서관에게 ‘아우가 추천 좀 해줘 봐’라고 요청했고, 김 비서관은 ‘훈식이 형(대통령비서실장)이랑 현지 누나(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하며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 대화는 단순한 친목과 개인 간의 대화를 넘어선 권력형 유착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공공기관 인사에 대한 부적절한 개입 의혹으로 국민적 불신을 초래하고, 정치권의 도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언급된 대통령실의 김현지 제1부속실장을 둘러싼 논란이 정권 초반부터 거세게 일면서, 역대 정권의 고질병인 ‘만사형통’ 측근 정치가 다시금 정치권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의 심장부에서 가장 은밀하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지적되는 사람이 바로 김 부속실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을 성남시장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보좌해 온 최측근 인사인 김 부속실장은 “모든 일은 김현지를 통하면 이뤄진다”라는 만사형통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정치권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정부 들어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으로 일하면서 대통령실의 예산과 인사, 운영 등 행정 전반을 총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위 공직자 인사에도 관여했던 의혹이 제기됐다.

권한이 없는데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 직접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뜻이라며 사퇴를 종용했다.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는 김인호 산림청장의 임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도 지난 국감에서 제기됐다. 설령 대통령이 인사권을 가진 자리라고 해도 정상적 절차가 아닌 음성적 추천을 통해 인사가 이뤄지면 온갖 비리의 온상이 된다.

그렇다. 대통령의 측근이 공식 기구를 우회해 권력을 행사하는 ‘실세 논란’은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제와 맞물려 모든 정부에서 반복돼온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된다.

과거 노태우정부에서는 대통령의 사촌 처남인 박철언 전 의원이 ‘황태자’로 불리며 실세로 군림하다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김영삼정부에서는 대통령 차남인 김현철씨가 ‘소통령’으로 불리며 국정 및 인사 전반에 개입했다.

김대중정부에서는 대통령 아들들인 ‘홍삼(홍일·홍업·홍걸) 트리오’가 친인척 비리와 이권 개입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노무현정부에서는 대통령 친형인 노건평씨가 ‘봉하대군’이라는 별칭과 함께 비리 사건에 연루됐고, 이명박정부에서는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박근혜정부에서는 비선 실세의 극단적 형태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의 ‘국정 농단’ 사태로 인해 국가 시스템이 붕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실세 논란이 비교적 옅었던 문재인정부조차도 '3철'이 비공식적인 정무 임무를 수행한다는 비판이 일부 있었다.

윤석열정부에서는 영부인 주변 인사 및 사적 채용 논란이 ‘김건희 라인’으로 지칭되는 등 실세 논란은 단절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실세 논란이 매 정권마다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를 대통령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과 권력 집중에서 찾는다. 대통령에게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돼있고, 중요한 결정이 공식 계통이 아닌 사적인 경로를 통해 이뤄질 때 그림자 실세가 활동할 공간이 넓어진다고 분석한다.

대통령의 의사결정 과정이 공개되지 않는 불투명성 때문에 그림자 키워드가 정치권에서 쉽게 소비되고 이는 결국 국민의 국정 신뢰를 저해하는 요인이기에 투명하고 제도적인 국정 운영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한국 정치의 시급한 과제다.

이로 인해 작금의 대한민국은 “시스템은 죽고 인맥만 남았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김 부속실장은 단순한 보좌진을 넘어, 현재 권력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물이 됐다. 과연 ‘현지 누나’는 이 거센 파도를 넘을 수 있을까? 아니면 정권의 레임덕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까? 분명한 것은, 이제 국민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매의 눈으로 감시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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