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끊이지 않는 바가지 요금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결국 ‘한 지붕 두 가족’ 간의 법적 분쟁이 터질 분위기다.
시장 내 일반 점포 상인들이 바가지 논란의 진원지로 지목된 노점상들을 상대로 매출 하락 등의 피해를 보상하라며 집단소송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반 점포들로 구성된 ‘광장시장총상인회’는 노점 위주로 꾸려진 ‘광장전통시장총상인회(이하 노점상인회)’를 상대로 연내 3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광장시장은 크게 건물 내 일반 점포 구역인 ‘광장시장’과 먹자골목 등 노점이 밀집한 ‘광장전통시장’으로 나뉘며, 각기 다른 상인회를 운영 중이다. 일반 점포 상인들은 지난 13일, 소속 상인 200여명의 서명을 받아 노점상인회 측에 경제적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번 갈등의 발단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노점들의 바가지 상술이다. 최근 구독자 154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이상한 과자가게’가 광장시장 내 순대 노점에서 겪은 ‘메뉴 바꿔치기 및 강매’ 영상을 공개하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해당 영상에서 노점 상인은 8000원짜리 순대를 주문한 손님에게 임의로 고기를 섞은 뒤 1만원을 요구했고, 이후 “섞어 달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여 공분을 샀다.
이후 상인회 차원의 영업정지 10일 징계가 내려졌지만, 싸늘해진 여론은 시장 전체의 발길을 끊게 했다. 일반 점포 상인들은 노점발 악재로 인해 애꿎은 자신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광장시장총상인회 소속의 한 육회 전문점 관계자는 “주말이면 대기 줄이 길었는데 논란 이후엔 빈자리가 남고 송년회 예약도 끊겼다”며 “매출이 예전의 60%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토로했다.
사실 전통시장 내 점포 상인과 노점 상인 간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광장시장의 이번 소송 사태는 과거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빚어졌던 ‘노점 실명제’ 갈등과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남대문시장 역시 점포 상인들과 노점상 간의 갈등으로 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과거 중구청이 노점 실명제를 도입하며 노점 양성화에 나섰을 때, 점포 상인들은 “불법 노점을 철거하기는커녕 합법화해준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갈등의 핵심 중 하나는 ‘비용 형평성’이었다. 남대문시장 1층 상가의 경우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가 400만원을 훌쩍 넘는 반면, 실명제에 참여한 노점상들은 연간 30~50만원 수준의 도로점용료만 내면 영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점포 상인들 입장에선 막대한 비용을 치르고 장사하는 자신들에 비해 턱없이 낮은 비용으로 영업권을 보장받는 노점들이 달가울 리 없었다.
영업 환경을 둘러싼 마찰도 컸다. 노점 실명제 시행 과정에서 구역이 재편되자, 인삼 매장 등 일반 점포 앞에 해산물 노점이 들어서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해당 점포 상인은 “비릿한 생선 냄새가 가게 안으로 새어 들어와 영업에 차질을 빚는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점포 상인들은 좁은 구역에 노점들이 밀집되면서 보행자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시장 전체가 혼잡해졌다고 비판했다.
광장시장 사태 역시 형태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당한 임대료와 세금을 내고 영업하는 일반 점포들이, 시장의 이미지를 훼손한 노점들의 행태로 인해 피해를 공유하게 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폭발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광장시장총상인회 관계자는 “명칭이 비슷하다 보니 바가지 논란이 터질 때마다 우리 사무실로 항의 전화가 빗발치는데 억울한 면이 크다”며 “피해는 우리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노점상인회 측은 “소송을 제기한다면 대응하겠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과거 남대문시장의 사례처럼 양측의 갈등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관할 지자체인 종로구 관계자는 “양측 상인회장을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면서도 “아직 소송이 본격화된 단계가 아닌 만큼 구청이 개입할 상황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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