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충북 청주에서 열린 조국혁신당 전당대회에서 조국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단독 후보로 나서 98.6%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당 대표에 복귀했다. 대표직에서 물러난 지 11개월 만이고,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사면·복권된 지 3개월여 만이다.
최근 당 지지율이 2~3%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치러진 이번 전당대회는 조국 대표에게 정치적 재도약의 발판이 됐다. 조 대표는 정견발표에서 “정치개혁의 항해, 민생개혁의 항해, 경제개혁의 항해, 사회개혁의 항해, 인권개혁의 항해, 이러한 새로운 항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전당대회는 끝났고, 조국혁신당은 내년 6·3 지방선거를 ‘조국 체제’로 치르게 됐다. 이는 조 대표의 개혁과 쇄신 전략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승패가 판가름된다는 의미를 시사하며, 당 전체의 향후 진로 역시 그의 리더십에 크게 좌우될 것임을 보여준다.
조 대표의 귀환, 혁신인가 회귀인가
조국혁신당은 지난 총선에서 3석이라는 소규모 의석을 확보했지만, 그 동력은 조 대표 개인의 유명세와 영향력, 그리고 윤석열정부의 과잉 대응의 반사이익에 기댄 채 강성 지지층의 결집이 만들어낸 일시적 성과였다. 그러나 조 대표 사면 이후에도 당 지지율은 2~3%대에 머물렀고, 당내 성 비위 사건까지 겹치면서 중도층은 완전히 빠져나갔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조 대표가 다시 선출되면서 당은 ‘조국 중심체제’로 회귀했다. 혁신의 첫 단추는 인적 쇄신, 구조 쇄신, 시스템 쇄신으로 이어져야 했지만, 실제는 당 구조가 조 대표의 개인 리더십에 더욱 결박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혁신을 표방하는 당의 이미지와 반대의 흐름이 형성된 셈이다.
만약 조국혁신당이 과거의 방식에 머무르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이는 조 대표 개인에게도 부담이 되고, 당 전체에도 재앙이 될 수 있다. 조국혁신당은 당의 운명이 조 대표 개인을 넘어 조직의 자립성과 중도 확장 가능성을 복원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혁신당의 등장과 구조, 그리고 한계
조국혁신당의 탄생은 윤정부와의 극한 대립이 만들어낸 정치적 반작용이었다. 조 대표가 문재인정부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되고, 이후 윤석열 검찰과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정치적 상징성이 시작됐고, 그 자원을 기반으로 창당된 정당이 바로 조국혁신당이다.
조국혁신당의 정체성은 비교적 명확하다. 반 검찰, 반 윤석열, 개혁파, 강성 진보층을 중심으로 한 조직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생존과 확장의 관점에서는 절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다. 강성 팬덤이 정당을 떠받치고, 중도층은 정치적 피로감을 느끼며 이탈하고, 정당의 정책적 폭은 매우 제한적이다
더욱이 당내 민주주의와 의사결정 구조 역시 조 대표 개인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는 게 문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조 대표는 단독 출마했다. 이는 정당 민주주의의 측면에서 약점이자, 대중의 신뢰 확장에 치명적 제약이다.
전대로 드러난 혁신당의 냉혹한 현실
전당대회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단독 출마와 찬반 투표, 대의원·권리당원 과반 확보 시 자동 당선이라는 구조 덕분에 결과는 애초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그러나 당내 경쟁구도는 사라졌고, 조 대표 중심의 리더십은 더욱 강화됐으며, 그의 지방선거 출마 여부에 따라 당 운영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리스크까지 생겼다.
특히 최고위원 선거에서 “대표 궐위 시 수석 최고위원이 권한대행을 맡는다”는 규정이 부각된 것은 당 내부가 조 대표의 지방선거 출마를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는 신호다. 이는 최고위원단 권한이 조 대표의 선택에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당내 권력의 흐름이 그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흐름은 당 운영이 조 대표 개인의 정치 일정에 예속될 위험을 경고한다. 팬덤 정치로 결집력은 유지할 수 있지만, 대중정당이 필요한 외연 확장에서는 분명한 한계를 갖는다. 중도층의 이탈과 취약한 조직 기반을 고려하면, 이번 전당대회는 혁신보다 퇴행의 신호가 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내년 지방선거서 리스크 큰 혁신당
조 대표는 평소 “지방정치의 교두보를 세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우리 국민은 조국혁신당의 지방선거 전망을 그리 밝게 보지 않는다. 현재 당 지지율은 2~3%대에 머물러 있고, 전국 단위 조직력도 취약한 데다, 중도층 확장은 사실상 멈춘 상태다. 민주당과의 경쟁구도에서도 구조적으로 열세일 수밖에 없다.
특히 서울과 부산 같은 광역단체장 선거는 거대 양당의 조직력과 자원이 총동원되는 전형적인 힘의 싸움이기 때문에, 조 대표가 직접 출마한다 해도 승산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무리한 승부는 오히려 당 전체에 부정적 후폭풍을 남길 위험도 크다.
이 같은 한계를 고려하면 조국혁신당이 지방선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몇몇 기초의원과 광역의원에서의 소수 당선, 특정 지역에서의 상징적 승리, 그리고 3~5석 규모의 제한적 교두보 마련 정도로 요약된다.
그러나 정당의 생명은 결국 전국적 확장성에 있는데, 이 핵심 기준에서 조국혁신당은 여전히 취약한 위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향후 정치적 위치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단 하나로 귀결된다. “과연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보조 정당인가” 아니면 “독자적 제3정당을 지향하는가”다. 현재 상황을 보면 두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는 상태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민주당과의 선거 연대 또는 단일화 가능성이다. 이 경우 내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양당 간의 후보 조율 가능성도 예상된다. 특히 대선 국면에서는 ‘반보수 단일화’라는 명분이 자연스럽게 등장할 수 있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은 민주당의 ‘2중대’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제3당 전략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지지율, 조직, 재정 기반이 모두 취약하고, 지역 기반도 사실상 전무하다. 조 대표가 23일 당선 수락연설에서 “팬덤에 의존하지 않고 제7공화국을 여는 쇄빙선이 되겠다”며 제3당의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명 변경, 뉴정체성 확립과 쇄신의 첫걸음
정당의 이름은 단순한 간판이 아니라, 정체성과 전략을 규정하는 상징이다. 그런 점에서 ‘조국혁신당’이라는 당명은 개인 정치인 중심의 사당 이미지를 강화하고, 팬덤 정치와 동일시되는 구조를 만들며, 중도층 확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 당명만 바꿔도 정당의 정체성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 예컨대 ‘공정정의당’ ‘민권혁신당’ ‘미래정책당’ ‘시민개혁당’ 같은 이름들은 그것만으로도 공적 가치, 정책 중심, 시민 기반 정치를 떠올리게 하며, 전혀 다른 이미지와 확장성을 제공한다.
필자는 조국혁신당의 진짜 혁신은 당명 변경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 대표 개인의 정치적 제2막 역시 동일한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공당으로서 요구되는 독립성과 안정성이 확보되고, 민주당과 연대를 하건 독자적으로 제3당이 되건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 조 대표의 향후 정치 시험대
조 대표는 이제 팬덤이나 반사이익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리더십을 증명해야 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형사재판을 받고 있고, 검찰 조직은 해체 수순에 들어가 있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검찰의 희생자라는 프레임에 기대어 정치적 에너지를 얻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내년 지방선거는 조 대표에게 세 가지를 동시에 평가하는 시험 무대가 될 것이다. 조 대표 개인의 정치력, 조국혁신당의 조직력, 그리고 혁신 정당으로서의 생명력이 그것이다. 만약 지방선거에서 눈에 띄는 성과가 전혀 나오지 않는다면, 그의 정치적 퇴장 가능성도 현실적인 논의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일부 지역에서 교두보를 확보한다면, 조 대표는 다시 전국 정치의 한 축으로 복귀할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하다. 지금의 당명과 지금의 조직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그 길은 매우 험난할 수밖에 없다.
전대 끝났다…당명부터 바꿔야
조국혁신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지만, 지금의 구조와 이름으로는 한계가 명백하다. 정당의 이름은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으로는 승산이 없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개인의 이름을 정당 이름에 넣는다고 정치적 신뢰가 생기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조 대표가 진짜 혁신을 원한다면, 그리고 조국혁신당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원한다면, 전당대회가 끝난 지금 바로 당명을 바꿔야 한다. 우리 국민은 조국혁신당이 당명을 바꾸기 전에는 아무리 쇄신을 해도 실제 피부로 느끼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조국이 나라를 뜻한다는 의미’라고 말하지만, 국민 여론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 국민은 조국혁신당을 ‘조국의 당’으로 인식하지 ‘나라의 당’으로 보지 않는다. 조국혁신당의 미래는 ‘조국’이라는 이름을 지우는 순간부터 시작될 것이다. 혁신도 그 이름을 버리는 순간부터 시작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