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카카오톡 업데이트 이슈로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카카오가 또다시 입길에 올랐다. 이번에는 고위급 임원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자신의 경조사에 직원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카카오가 올해 하반기 최고 ‘밉상 기업’으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카카오는 ‘빅뱅 프로젝트’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고 야심 차게 밀어붙인 카카오톡 업데이트 이슈로 명절 밥상머리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후 카카오톡 개편을 주도한 홍민택 최고제품책임자(CPO)는 모습을 감췄다. 카카오 안팎에서는 사라진 홍 CPO에 대해 ‘실망스럽다’ ‘불통 리더십’ 등의 반응을 내놨다.
수납 업무?
카카오톡 이슈가 채 사라지기도 전에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이번에도 입방아에 오른 건 카카오 고위 임원이다. 논란의 주인공은 카카오 CA협의체의 A씨다. A씨는 지난해 5월 카카오가 영입한 인사로 당시에는 변호사로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A협의체는 카카오가 그룹을 쇄신하겠다며 출범시킨 컨트롤타워다. 2021년 문어발 확장과 카카오페이 경영진 스톡옵션 먹튀 논란, 2022년 카카오 서버 화재 등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비판 수위가 높아지자 카카오가 내놓은 일종의 대책 기구였다. 당시 카카오는 골목상권 독점 등으로 정치권에서도 비판을 받던 상황이었다.
A씨가 속한 것으로 알려진 책임경영위원회는 CA협의체 5개 위원회 중 하나로 그룹사 정기 감사와 컴플라이언스, 윤리, 법무 이슈를 총괄하는 조직이다. 당시 업계에서는 A씨의 선임으로 카카오 그룹의 쇄신과 책임경영 기조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A씨가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자신의 딸 결혼식에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직원들에게 축의금 수납 업무를 맡겼다고 한다.
익명 직장인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A씨의 갑질 의혹에 대한 성토글이 올라왔다.
한 직원은 ‘딸 결혼에 직원들 불러 일 시켰다던데 이거 괜찮음?’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거 사적 남용 아님? 자식 결혼식에 직원들 동원하는 게 말이 되는 얘기임? 결혼은 집안 행사인데 왜 직원이 가서 일을 함? 요즘은 대기업에서도 이런 거 안 할 듯”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화(가) 카카오에 퍼져서 카카오 임원들 이렇게 해도 되는 줄 알까 봐 무섭다”고 적었다.
해당 글에는 70개가량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 내용도 대동소이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블라인드에는 “부탁하는 거 자체가 문제” “부탁이 아니라 강제면 큰 문제” 등의 댓글이 올라왔다.
내부 블라인드 갑질 의혹 성토글
직원들 “직장 내 괴롭힘” 비판
CA협의체 소속으로 지난 5월 영입
직원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직원은 “전형적인 직장 내 갑질이다. 신고해라”라고 했고 또 다른 직원은 “이건 좀 애매하다. 나도 회사 분이 부탁해서 축의금 받았다. 대신 본인 결혼식이었다”는 내용의 댓글도 확인됐다.
A씨가 소속돼있는 CA협의체를 비판하는 댓글도 올라왔다.
한 직원은 “부탁이든 강제든 가족 행사에 부하 직원 동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님? 책임경영위원회가 가장 엄격하게 윤리(를) 지켜야 하는데 앞에서는 감사 권한 휘두르고 뒤에서는 본인이 갑질하는 거? 어이가 없네”라고 지적했다.
또 “책경위원장은 갑질하고 브컴위원장은 밑에 애들 못 견뎌서 다 그만두게 만들고 협의체 총괄은 책임 없이 권한만 휘두르고 회사 꼴 잘 돌아간다. 이럴 거면 그냥 협의체 해체해라”고 일갈했다. 해당 댓글에는 “CA협의체는 문제 있는 사람들 집단이다. 없애라, 그냥”이라면서 동조하는 댓글이 달렸다.
‘브컴위원장’은 CA협의체의 ‘브랜드커뮤니케이션’ 위원장으로 추정된다.
카카오 경영진의 행보를 지적하고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한 직원은 “…(중략)… 회사가 자정 작용을 잃은 지 이미 오래돼서 외부의 힘이라도 빌려야 뭐라도 반응함”이라며 “…(중략)… 회사가 직원에게 윤리, 도덕성을 강요하지만 정작 경영진은 점점 해이해져 감”이라고 비판했다.
또 한 직원은 “회사는 같이 만들어간다. 부당함을 당했으면 같이 이야기하고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개선할 것을 개선하고. 아무도 얘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썼다. 다른 직원은 “…(중략…) 그 정도 회사는 아니라 생각했는데…. 당신들이 뭔데 왜 회사를 이렇게 천박하게 만드는 거야. 직원들에게만 윤리경영 의무교육 시키면 뭐하고. …(중략)… 도대체 협의체라는 거 땜(때문)에 회사가 어디까지 나락으로 가야 하는 거야”라고 한탄했다.
불통 리더십
CA협의체에 대한 카카오 직원들의 생각이 일부 드러난 글과 댓글이다. 문제는 A씨 문제 외에도 ‘CA협의체발’ 논란이 적지 않다는 데 있다.
2023년 카카오에 영입돼 CA협의체에서 경영 혁신 업무를 총괄했던 인사는 회의 중에 욕설한 행위와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해임됐다. 또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소까지 됐던 배재현 전 투자총괄 대표도 CA협의체 소속이었다. 다만 배 전 대표는 최근 법원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카카오 측은 “사실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jsjang@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