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공수처 내분 막전막후

2025.10.28 09:43:59 호수 1555호

문제 있는 간부 알고도 감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수장이 채 해병 특검에 입건되면서 그간 내부적으로 쌓인 갈등이 폭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선 특검팀은 오동운 공수처장의 직무유기 혐의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 오 처장의 혐의가 입증되면 공수처의 차후 수사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채 해병 특검팀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를 압수수색했다. 오동운 공수처장을 비롯해 간부 여럿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한 상황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수사 지휘부와 수사팀 간 갈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일부 간부들의 잘못된 판단에 대해 오 처장이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했다는 의혹이다.

나아지더니…

특검팀이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한 공수처 간부는 오 처장과 이재승 차장검사, 박석일 전 부장검사 등이다. 지난 15일 공수처 수사기획관실·운영지원담당관실·사건관리담당관실 등을 압수수색했을 정도로 수사 속도는 빠르다. 이미 특검팀은 공수처 압수수색 이전 차정현 부장검사와 이대환 부장검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해 혐의를 다졌다.

오 처장 등은 공수처법에 따라 송창진 전 수사2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고, 수사를 고의로 지연하는 등 ‘제 식구 감싸기’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장이 공수처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하면 관련 자료와 함께 이를 대검에 통보해야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해 7월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송 전 부장검사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에 연루된 사실을 같은 달 10일까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국회 법사위는 송 전 부장검사가 공수처에 오기 전인 2021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이 전 대표의 변호인이었다는 사실을 토대로, 송 전 부장검사가 이 전 대표에 대한 의혹을 몰랐을 리 없다며 지난해 8월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고발 사건을 배당받은 수사3부는 송 전 부장검사에게 죄가 없고, 해당 사건을 대검에 통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오 처장과 이 차장은 해당 보고서를 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공수처는 특검 출범 때까지 송 전 부장검사 사건을 쥐고 있었다.

당시 수사3부장은 박 전 부장검사였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는 1년 동안 미뤄지다가 지난 6월 출범한 특검팀이 공수처로부터 관련 사건을 넘겨받으면서 속도가 붙었다.

채 해병 특검, 압수수색 후 오동운 소환 방침
송창진 전 부장 위증 혐의 사건 1년 넘게 묵혀

특검팀은 2023년 8월부터 채 상병 사망 사건 관련 외압 의혹을 수사한 공수처가 약 1년3개월 동안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가 지난해 11월 갑자기 수사를 재개한 배경도 들여다보고 있다.

특검팀은 조만간 오 처장 등을 불러 당시 수사팀에게 보고 받은 내용과 지시 사항, 수사가 지연된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오 처장은 “법과 절차에 따라 정면돌파할 것이고, 동시에 공수처의 발전을 위한 계기로 삼고자 한다”는 입장을 냈다.

그는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저와 (이재승) 차장 관련 수사 소식으로 인해 여러분이 많이 놀라고 불안했을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겪게 해 처장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진행 상황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간부들을 통해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겠다”며 “불필요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중심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수사팀과 지휘부 간 호흡이 맞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고질적인 인력난이나 수사력 논란을 배제해도 지휘부와 수사팀 간 호흡이 맞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이번 사건의 경우 내부 문제 제기가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며 “오동운 처장이 모든 걸 세세하게 알 순 없다. 다만 특검에 의해 기소되면 공수처가 맡은 수많은 사건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공수처 개혁에도 걸림돌이 될 만큼 중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오 처장과 공수처 간부들은 오해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특검팀은 입건이 필요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 처장은 최근까지 직접 언론 인터뷰에 나서며 ‘공수처 살리기’에 안간힘을 썼다. 신임 검사 4명을 채용하기 위해 지난 1일 이재명 대통령에게 후보자를 추천했고 재가를 기다리고 있다. 공수처는 현재 결원인 수사관 2명도 모집 중이다.

부장급 간부들 “오해로 생긴 부분”
입건된 윗선 기소 시 개혁 치명타

공수처 관계자는 “다음 달 정도면 수사관 채용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공수처 수사 인력 정원을 늘리는 공수처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국회와 소통하고 있고 공수처가 의견을 낼 수 있는 상황마다 국회 전체회의 및 업무보고 때마다 인력을 늘릴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고 말했다.

수사력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내년 1월로 출범 5주년을 맞지만 수사한 사건 중 총 6건을 직접 재판에 넘겼고, 8건을 검찰에 기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기간 공수처가 사용한 예산은 700억원이 넘는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실에 따르면 공수처는 2021년 1월 출범 이후부터 올해 8월까지 총 1만988건의 사건을 접수했고, 이 중 6건(0.05%)을 기소했다. 연간 1.2건꼴이다. 공수처 수사 대상이 아니거나 단순 민원에 불과한 4713건(42.9%)은 수사를 개시하지 않았고, 3996건(36.4%)은 검찰과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 넘겼다.

1600건(14.6%)은 불기소 처분했다.


같은 기간 공수처는 총 1068억여원의 예산을 받아 776억99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해 다 쓰지 못해 남은 불용액은 매년 22억∼53억원이었다. 매년 1억원 넘게 배정된 특수활동비는 불용액 없이 전액 지출됐다.

공수처에서 근무했던 법조인들은 “수사 노하우 부족이 원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설립 초기부터 경험이 부족한 인사들이 모여 꾸려진 만큼 수사력으로 검찰과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갑작스러운 위기

공수처 전직 수사관은 “검찰에서 유능했던 인재를 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른바 베테랑 출신이 없어서 수사 방향성이나 혐의 적용 등을 검토할 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지금은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공수처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수사력 논란은 극복하는 데만 10년의 세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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