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국정자원 화재, 전 정부 탓해서야⋯

2025.09.29 12:13:00 호수 0호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오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한 국가 전산망 장애 사태와 관련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국정 책임자로서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그는 국가 전산망에 이중 운영 체계가 없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원점부터 철저히 조사하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곧바로 전 정부를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23년 대규모 전산망 장애 사태와 양상이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전 정부가 2년이 지나도록 국가 전산망 보호를 게을리한 게 아니냐고 윤석열정부를 공격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무슨 문제가 생기면 ‘전 정부 탓’이라는 말을 자동 반사처럼 쏟아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런 구태를 답습하지 않겠다고 했고, 지금까진 대체적으로 전 정부 탓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정자원 화재 사태로 결국 이 대통령도 전 정부 탓을 하고 말았다. 국민 앞에서 책임 대신 변명을 한 셈이다.


정권이 바뀌면 당연히 전 정부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와 사고 앞에서 “우리 잘못 아니다, 전임 잘못”이라는 태도는 무책임의 극치다. 국민이 듣고 싶은 건 핑계가 아니라 해결책이다.

현 정부가 권력을 쥐고 있는 한, 모든 책임은 현 집권 세력의 몫이다. 이를 외면하고 전 정부 탓만 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다.

전 정부 책임론은 단순한 관료 사회에 뿌리 깊은 무사안일을 합리화하는 독이다. 어차피 정권이 바뀌면 남탓을 하면 된다는 풍토가 자리 잡으면, 누구도 제도를 고치려 하지 않는다. 잘못된 관행은 고스란히 다음 정권으로 떠넘겨지고, 피해는 결국 국민이 떠안는다.

우리 국민은 지금 윤정부 때 전 정부 탓을 남발한 윤 대통령 때문에 지쳐 있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한번의 전 정부 탓도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책임을 떠넘기는 정치는 신뢰를 잃게 된다. 정권교체가 권력 교체가 아니라 ‘핑계 교체’로 끝나버린다면, 정치 전체가 조롱거리가 될 뿐이다.

국민이 정권교체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전 정권의 잘못을 심판하고 새로운 권력이 더 잘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도 정권이 바뀐 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전 정권 탓을 들먹인다면 말이 되는가?

정권교체 자체가 전 정부에 대한 평가다. 윤정부가 집권 내내 전임 정부를 걸고 넘어지며 책임을 회피하면서 국정은 공허한 변명으로 채워졌고, 국민은 정치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이 역시 12·3 비상사태와 함께 정권교체의 발판이 됐다.

국민은 사고의 원인이 누구 때문인지 묻지 않는다. 왜 터졌는지, 어떻게 막을 것인지, 책임자는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 그 대답만을 원한다.

사건마다 전 정부를 소환하는 정치라면, 정권교체는 무엇을 위한 것인가? 그렇게 따지면 어떤 정부도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 국민은 정치권의 끝없는 남 탓에 질렸다. 핑계 정치는 결국 국민의 신뢰를 가장 먼저 파괴한다.

국민의힘은 국정자원 화재에 대해 이재명정부의 위기 대응이 부실했다며, 야당 대표 시절 이 대통령이 정부 전산망 마비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했던 발언을 소환해 “윤호중 행안부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이 겪은 불편에 사과하면서도, 이번 사태의 뿌리가 전 정부의 잘못된 결정에 있다고 맞서고 있다. 당시 유사한 사고가 있었지만 배터리와 서버 이중화 작업 같은 필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누구보다 먼저 국민 앞에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야당 시절에는 책임을 묻겠다 외치다가, 집권하면 책임을 회피하는 이중잣대 태도야말로 정치 불신의 뿌리가 된다.

정치의 가장 큰 책임은 ‘지금’의 권력에 있다. 전 정부는 이미 국민이 심판했다. 그럼에도 민주당까지 ‘전 정부 탓’을 되풀이한다면, 이는 국민을 무시하는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이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 악습을 끊어내야 한다. 그래야 권력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권교체가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전 정부 탓’은 이제 변명도, 정치도 아니다. 그것은 책임을 회피하는 구차한 자기 고백일 뿐이다.

앞으로 정부와 여당이 전 정부 탓 대신 책임 정치만 하기 바란다. 이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주권’을 말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끊어야 할 악습은 바로 ‘전 정부 탓’이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정권은 책임지라고 국민이 부여한 것이다. 전 정부 탓을 하는 순간, 권력은 국민의 명령을 배신하는 것이다.

전 정부 탓, 이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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