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지율 70% 고지가 눈앞이었던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두 달 만에 내리막길을 마주했다. 국민주권정부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역대 대통령 수준의 평이한 지지율이라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깎이는 숫자에 여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내림세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1∼14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51.1%로 집계됐다. 이는 전주 대비 5.4%p 하락한 수치이자 이 대통령 취임 후 가장 낮은 지지율이다. 부정 평가는 44.5%로 전주 대비 6.3%p 상승했다.
급브레이크
해당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 응답률은 5.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 달 전 같은 여론조사 업체가 조사했을 당시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62.1%였다. 보수의 심장이라 불리는 대구·경북에서도 58.6%의 지지율을 보이며 향후 긍정 평가가 70%를 넘길 것이란 기대감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들어 내림세에 접어든 데에는 각종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권 초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이춘석 의원의 차명 거래 논란, 광복절 특별사면, 대주주 양도소득세 및 주가 하락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내려 줘서 고맙다”며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를 에둘러 비판했다.
이후 안 후보는 SNS를 통해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하락한 것을 꼬집으며 “땡큐 조국. 더욱 가열차게 활동해 달라”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50% 붕괴가 코앞”이라며 “이런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하락은 조국·윤미향의 8·15 매국 사면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조 전 대표를 이재명정부의 X맨이라고 칭했다. 안 의원은 “윤미향씨와 팀을 이뤄 방방곡곡에서 활동해 지난번(20대 대통령선거)에 이은 2연속 정권교체 선봉장이 돼 달라”고 비꼬기도 했다.
“잘한다” TK서도 과반이었는데…
인사·사면·코스피 악재에 ‘휘청’
정작 장본인인 조 전 대표는 이를 부인했다. 그는 광복절 사면 이후 이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것에 대해 “제가 여론조사 전문가는 아니지만 저의 사면도 (국정 지지도에 미친 영향이) ‘N분의 1’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힘 쪽 정치인들은 ‘조국 사면 때문에 모든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보던데 원 자료를 보더라도 그건 아닌 것 같다”고 반박했다.
혁신당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도 “국정 지지율 하락은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김 권한대행은 “조 전 대표 사면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검찰독재의 조기종식,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국민의 뜻을 반영한 사면이기 때문에 그 반대의 여론을 고려한다면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는 데 사면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와 이 대통령의 지지율 간의 상관관계에 선을 그었지만 정치권에서는 ‘조국 후폭풍’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정권을 잡은 지 반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대통령이 조 전 대표를 사면한 것은 시기상조였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 역시 “조 전 대표가 지지율 하락의 핵심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다고 본다”며 “오히려 혁신당이 선을 긋고 당당하게 행동하면서 평소 조 전 대표에 부정적 인식이 있던 2030세대 지지율이 빠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 대주주 양도소득세 논란도 문제다. 국내 증시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의 목소리가 엇갈리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만 커지는 모양새다. 이정부는 출범 당시 코스피 5000을 외쳤지만 현재 코스피 3000선도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앞서 이정부는 과세 기준을 ‘종목당 보유금액 50억원’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으로 되돌리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자 “증시 활성화에 방해가 된다”는 반대 의견과 “윤석열정부의 부자 감세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는 찬성 의견이 팽팽이 맞붙으면서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현행 기준인 50억원을 유지하자는 입장이지만 정부는 “심사숙고 중”이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흔들리는 주식 시장, 뿔난 개미들
개혁 우선순위 두고 당-정 엇박자
결국 정책 불확실성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돼 주식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시 악화로 소액 투자자인 개미들의 반발심이 대통령 지지율에 반영된 셈이다.
여기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서 국내 증시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이 얼마인지 묻는 질문에 뜸들이다가 “10 정도”라고 답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현재 한국의 PBR은 1로 신흥국 평균은 1.8, 대만이 2.4, 일본이 1.6 등이다.
해당 발언이 알려진 뒤 각종 주식 커뮤니티를 비롯해 투자자들이 모이는 주식 사이트에서는 구 장관의 자질을 의심하며 해임을 요청하는 글이 여럿 게시됐다.
국민의힘 원내정책수석부대표인 김은혜 의원은 “이재명정부는 코스피 5000을 외치더니 양도세·거래세를 올리고,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현 1.0 수준인 PBR을 10이라고 답하며 동학 개미들의 뒷목을 잡게 했다”며 “배추 (김민석) 국무총리는 국가 채무가 얼만지 모르고, 주식은 해본 적 없다는 민주당 진성준 전 정책위의장은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두고 물러서지 않으니 무소신보다 무서운 게 무능임을 실감한다”고 연달아 지적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강성 지지층 위주의 정책이 중도층 이탈의 원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추석 전까지 전광석화처럼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자신했지만, 중도를 비롯한 일반 국민이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지 못해 등을 돌렸다는 해석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지지율 하락 폭이 가파르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이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자중지란에 빠진 상태인데,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 것은 여당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3대 개혁도 좋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밥상 물가 같은 것들이 잡혀야 ‘대통령이 일을 잘하는구나’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재도약 발판은?
이와 관련해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시장에 가서 직접 듣는 목소리부터 편지나 온라인으로 전달돼온 여러 목소리, 여론조사까지 다 경청하고 있다”며 지지율 하락 원인을 직접적으로 단정 짓지 않았다. 다만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데 있어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아직 고민의 여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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