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국민의힘 전당대회 일정 중 대구·경북(TK) 합동연설회에서 소란을 일으켜 출입 금지 조치를 받은 한국사 강사 출신 전한길씨가 12일, 부산·울산·경남(PK) 합동연설회에도 참석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2시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의 정견 발표를 듣는 합동연설회를 개최한다. 대표 후보는 반탄(탄핵 반대) 성향의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탄핵 찬성) 성향의 안철수·조경태 후보 4명이다.
최고위원 후보는 김근식·김민수·김재원·김태우·손범규·신동욱·양향자·최수진, 청년최고위원 후보는 박홍준·손수조·우재준·최우성이다.
이날 연설회에 전씨의 참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TK 합동연설회 이후 “PK와 충청권 일정에도 당연히 따라나설 예정”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일각에선 그가 또다시 소란을 벌여 전당대회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국민의힘은 PK 합동연설회부터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출입비표를 타인에게 양도할 경우 제공자와 수령자 모두 퇴장 조치하도록 하고, 필요한 경우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극심한 야유나 조롱에 대해서도 제재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8일, TK 합동연설회에서 전씨는 자신이 창간한 <전한길뉴스> 발행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연설회 도중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 소개 영상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기자 그는 연단으로 올라가 “배신자”를 연호했고, 지지자들도 이에 가세했다.
이 과정에서 찬탄파 후보 지지자들이 전씨를 향해 물병을 던지며 맞대응했고, 양측 간 몸싸움으로 번져 연설회 진행이 한때 어려워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국민의힘은 즉시 전씨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한 뒤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당내에선 최고 수준인 ‘제명’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르면 오는 14일 결론이 날 전망이다.
TK 합동연설회 다음날 전씨는 사설을 통해 “극우세력 음모론자 등 운운하며 김근식 후보가 평당원인 자신을 저격한 것으로부터 소란이 촉발됐다”며 “‘배신자’ 발언은 당원 사이에서 터져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면전에서 대놓고 공격을 당한 전한길 발행인은 이에 대한 항의와 방어를 했을 뿐”이라며 “자신을 향한 공개적인 공격과 매도에도 가만히 참았어야 옳았는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정가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그를 옹호해온 전씨의 존재감이 부각되면 국민의힘을 겨냥한 ‘정당해산론’이 재점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명분 삼아 ‘내란 동조 정당’ 낙인을 씌우고 정당해산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TK 합동연설회 소란 이후 페이스북에서 “지난 사례에 따르면 국힘은 10번, 100번 정당해산시켜야 한다”며 “(통합진보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음모 혐의, 내란선동만으로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국민의힘 소속 윤석열 당원의 죄는 통진당보다 10배, 100배 더 중한 죄 아니냐”고 주장한 바 있다.
당내 부정적 영향에 대한 분석도 나온다. 전씨의 개입으로 경선 과정에 혼란이 발생한 만큼, 어느 쪽에서 대표가 선출되더라도 반대 진영은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반탄파와 찬탄파의 뚜렷한 대립 속에서 패배 진영이 ‘경선 왜곡’을 주장한다면 당내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긴급 지시사항’을 통해 “혼란을 초래한 전씨를 포함해 대의원 자격이 없는 인사는 앞으로 열리는 모든 전당대회 일정에 출입을 금지하라”며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전당대회를 분열과 갈등의 장으로 만든 데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미 전당대회 국면 이전부터 전씨는 당내 영향력을 넓혀왔다. 지난달 18일 그는 국민의힘 당원 가입 사실을 알리며 “나를 품어야 당 대표가 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31일엔 장 후보가 전씨를 비롯한 정치 유튜버들이 공동으로 생중계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출연했고, 해당 토론회에선 부정선거 음모론, 비상계엄 옹호, 탄핵 반대 등의 발언이 잇따랐다. 이후 김 후보도 같은 자리에 참석했다.
전씨가 전당대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언론은 이 토론회가 사실상 ‘당 대표 후보 면접장’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평가를 내놨다.
한동훈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전씨를 겨냥해 “진짜 극우 감별사”라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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