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국힘 전당대회’에 바라는 네 가지

2025.08.01 08:37:12 호수 1543호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더불어 몰락해 가고 있는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통해 변화를 만들려 하지만 앞날은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현 상황에서 현재까지도 윤석열을 버리지 못하고 극우 정당으로 굳어져 가는 분위기 속에서 아예 보수 붕괴를 걱정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그간 한국의 보수 세력은 자유당,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 자유민주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 미래한국당 등 10여 차례 당명을 고치면서 나름 한쪽 진영의 위치를 지켜왔고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꿔 윤석열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지난 22대 총선 대패, 여소야대의 정국을 이룬 가운데 21대 대통령선거에 연이어 패배하면서 건국 이래 가장 약체화된 야당으로 전락, 존폐의 갈림길에서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어처구니없는 비상계엄 선포로 여당인 국민의힘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이들의 상황 대처 방식도 비상 계엄 조치에 못지않게 열등했다. 당면한 위기 상황을 차원 높고 슬기롭게 대처해 위기를 극복하는 대신, 불법 계엄을 옹호하며 정권 포기의 길을 택했다.

국민이 맡겨준 5년 임기의 정권을 3년 만에 포기해 버린 것이다.

한국 보수 세력의 법통을 승계한 국민의힘은 선진화된 국가를 제대로 끌어나갈 집권 철학을 세우고 국가를 시대정신에 맞도록 운영할 책임을 감당해야 하지만 불행히도 정국이 여소야대 상황으로 바뀐 불리한 상황을 극복, 돌파하는 데 필수적인 내부 결속과 효율적인 당정 협력의 기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여당이 다수의 힘을 믿고 펼치는 특검 공세를 극복하는 데 절실히 요구되는 대응 선전 역량도 너무 취약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만 의존하다가 정권 수호에 꼭 필요한 거당적 단합과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지도 못했다.

불법 비상계엄 전 윤석열의 집권 여당이 무위무능의 정당으로 전락한 것은 21세기의 한국의 국력과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에 상당한 집권 철학의 부재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국가 차원에서는 지금까지 남의 나라를 모방하면서 따라잡던 전술 국가를 넘어서서 다른 나라가 우리를 모방하면서 따라오게 만드는 전략 국가적 비전을 집권 철학으로 정립하지 못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번 8·22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변화를 끌어내려 하지만 대표 출마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앞으로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나올법한 목소리가 너무도 뻔한 만큼 큰 기대는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은 최근 “공당으로서 최소한의 방향을 얘기하는 (혁신안) 1호 안도 통과되지 않고 전당대회를 한다는 것은 너무 끔찍하다”고 탄식했다. 윤 위원장이 내놓은 1호 안은 당헌·당규에 계엄·탄핵 등에 대한 대국민 사죄를 반영하자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탄핵당한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과 지난 대선을 통해 법적·정치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다. 그렇다면 윤 전 대통령을 배출한 공당으로서 계엄과 탄핵 사태를 사과해야 마땅한데 그 문제로 지금까지도 집안싸움만 벌이고 있으니 할 말을 잊게 한다.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할 예정이다. 그에 앞서 혁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당 대표 후보 등이 보수 재건을 위한 비전 경쟁을 펼쳐야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친윤(친 윤석열) 세력이 장악한 당의 기류는 정반대다. 윤희숙 혁신위가 마련한 쇄신책이든 ‘윤석열 어게인’을 외치는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의 출당 문제든 전당대회 이후로 미루자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이니 갓 입당한 전씨가 “추종자 약 10만명이 이미 입당했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을 당 대표로 만들겠다”면서 활개를 치고 있다. 극우 유튜버 한 사람에게 휘둘리는 당이 한국 보수를 대표하는 정당이라고 할 수 있겠나?

친윤 세력 청산의 기치를 내걸었던 한동훈 전 대표는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대표는 “퇴행 세력들이 ‘극우의 스크럼’을 짠다면 우리는 ‘희망의 개혁연대’를 만들어 전진해야 한다”면서 혁신을 표방한 조경태·안철수 의원 등과 연대할 뜻을 비쳤다. 가뜩이나 국민의 외면을 받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한 전 대표의 불출마로 관심도가 더 낮아질 전망이다.


전당대회 이후 당의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는커녕 다수 국민의 부아만 더 돋우는 게 아닌지 걱정해야 할 판이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대진표가 확정됐다. 이번 전당대회는 이른바 ‘반탄(탄핵 반대)파’와 ‘찬탄(탄핵 찬성)파’ 간 대립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극우 논란 등 당 정체성 이슈와 인적 쇄신 범위에 대한 논란까지 맞물리며 이들 간 노선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 등록을 마친 인사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안철수·장동혁·조경태·주진우 의원 등 5명이다. 아직 뚜렷한 1강 주자는 없지만, 김 전 장관이 여론 조사상 가장 앞서 나가는 모양새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 후보자라는 역량으로 등판한 것이고 안철수 의원은 상시 출마자로 정치적 인지도가 상당하나 당의 세력이 없다는 게 아킬레스건이다. 조경태 의원은 선수는 많으나 인지도도 낮고 지지 세력도 없으며 역대 의원 생활 동안 권력자의 옆에 있었지, 앞장서서 무엇을 해본 적은 없는 인물이다.

장동혁 의원은 1.5선, 주진우 의원은 초선으로 중량감이 다소 떨어진다.

<뉴시스>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7~28일 양일간 무선 100% 전화 면접 조사 방식으로 벌인 여론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34.9%가 김문수 전 장관을 차기 당 대표로 가장 적합하다고 답했다.

장동혁 의원은 19.8%, 조경태 의원이 11.0%로 뒤를 이었다.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무당층에서는 김문수 전 장관이 26.7%로 가장 높았고 조경태 12.6%, 장동혁 12.3%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은 결과 조경태 의원이 23.5%로 1위에 올랐다. 김문수 전 장관은 16.8%, 안철수 의원은 10.7%를 기록했다. 민심과 당심이 상반된 결과를 보였지만 본경선에서는 당원투표가 80%에 달하는 만큼 지지층에서 1위를 차지한 김문수 전 장관이 본선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이 밖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기에 4자리가 걸린 최고위원(청년 최고위원 제외) 선거도 총 15명이 출마해 달아오르고 있다.


최고위원 다선을 자랑하는 김재원 전 최고를 비롯해, ‘안철수의 오른팔’에서 윤석열로 갈아타려 했으나 버림당해야 했던 김근식 당협위원장, 그리고 정치권의 싸움닭 김소연 변호사, 강서구의 불사조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김민수 전 대변인, 손범규 당협위원장이 출마했다.

인지도 측면에서는 김재원·김근식 후보가 가장 높은 편이지만 김 전 강서구청장과 김소연 변호사는 극우 애국 세력들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어 이번 전당대회에서 소정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강서구청장은 계엄 정국에서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지켜드리자”라며 탄핵 반대 여론전에 나섰던 인사다. 2023년 5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집행유예형이 확정돼 강서구청장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특별사면된 뒤 10월 보궐선거에 재차 강서구청장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해 윤석열정부의 결정적 실책으로 지목됐던 인사다.

김민수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윤 전 대통령이 계엄 당시 경기도 과천 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보낸 것을 두고 “과천 상륙작전”으로 치켜세우며 “계엄으로 한 방을 보여줬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김소연 변호사도 부정선거 음모론 진영에서 활약하며 계엄 직후 페이스북에 “구국의 결단,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적극 지지한다”는 글을 올렸다.

손범규 인천 남동갑 당협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류여해 전 최고위원과 함운경 당협위원장,  장영하 변호사도 출마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선출직 최고위원은 1명의 청년 최고위원을 포함해 총 6명으로 구성된다.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 나오는 인물들도 전혀 신선하지 않다.

이렇듯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중 개혁적으로 국민의힘을 쇄신할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후보들이 이런데 어떤 기대를 할 것인가?

국민의힘의 운명을 가를 전당대회가 시시각각으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전당대회에 대한 흥행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당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고, 새로운 인물의 부재는 국민의 관심과 기대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당의 쇄신과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요한 기로에서, 과연 어떤 인물들이 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이끌어갈까?

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며 새로운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번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내부가 ‘신천지 개입설’을 둘러싼 진실공방 논란으로도 혼란에 빠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엔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권성동 의원이 있다.

홍 전 시장은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에 앞섰음에도 당원투표에서 참패한 배경에 대해 “신천지·통일교 소속 수십 만명이 책임 당원으로 가입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윤 캠프 본부장이었던 권 의원을 겨냥했다. 권 의원은 이를 “허위 사실”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홍 전 시장은 이에 반박하며 2022년 8월 신천지 교주 이만희씨를 직접 만났고, 이씨로부터 “경선 당시 신도 10만 명이 책임 당원으로 가입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해 파장은 더욱 커졌다. 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자해극”이라며, 당의 위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수 진영에서는 이 같은 종교 단체의 정치 개입 가능성이 과거부터 제기돼왔다. 이번 신천지 개입설은 전당대회와 맞물리며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와중에 당내 쇄신은 지지부진하다.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직을 자진 사퇴했고, 윤희숙 의원이 제안한 쇄신안도 사실상 묵살됐다.

한편,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재기를 노리는 ‘윤 어게인’(Yoon Again) 운동과 전씨의 입당 움직임이 당의 또 다른 갈등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반탄파 후보들은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추고 있으며, 장동혁 의원은 전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 예정이며 김 전 장관도 출연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이 같은 혼란 속 국민의힘 지지율은 7월 17%까지 추락해, 전국지표조사(NBS)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43%로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런 지지율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혁신을 거부하는 당내 구주류의 책임이 가장 크다. 선거 국면이 되면 이재명정부에 반대하는 국민이 국민의힘 외에 어디 갈 곳이 있겠냐는 생각이라면 큰 착각이다. 민심의 외면을 받고 사라져 간 정당을 꼽자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란다.

‘영남 자민련’보다 못한 신세로 전락한 후에야 혁신한다고 나설 텐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보수의 재건을 꾀하려면 첫째, 당의 쇄신과 혁신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국민은 국민의힘이 과거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시대적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당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당의 지지율을 회복해야 한다. 낮은 지지율은 전당대회의 흥행을 저해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진솔한 소통과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셋째,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기존 정치권의 틀에서 벗어나, 참신하고 혁신적인 인물을 발굴하고 육성해 당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전당대회의 흥행을 이끌고, 당의 미래를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넷째, 당내 화합과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당내 갈등과 분열은 국민의 실망감을 자아내고, 당의 쇄신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당내 화합과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당원들의 단결을 끌어내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기 위해서는, 당의 혁신과 변화를 위한 진솔한 노력이 필요하다.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희망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당원들과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데 달려 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단순한 당내 경쟁의 장을 넘어,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논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당의 새로운 리더십은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대한민국 정치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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