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식품업계 회사 192개가 모여 만든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또 잡음이 생겼다. 올해 초 협회장 후보자 선출과 관련해 이사회 정관을 마음대로 고치려고 했다는 논란에 이어 복합적인 비위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새로운 협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 협회를 완전히 쇄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국내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비영리단체인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대한 회비 유용, 부정 청탁 채용, 노동법 위반 등 복합적인 비위 의혹이 일었다. 업계에서는 회장 선거 관련 이사회 정관 변경 논란에 이어 이번 논란이 겹치며 협회가 복마전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회비 걷어
사적 유용
<일요시사>가 확보한 한국식품산업협회의 회계 자료에 따르면 협회는 지난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사업추진비로 1750만5000원을 사용했다. 품목은 ▲타월 100개 ▲양산 100개 ▲와인 120병 ▲골프공 100개 ▲청소기 100대 ▲기프트 카드 30개 등이다.
내부 관계자 A씨는 이중 80% 이상을 회장과 부회장이 사적으로 반출했다고 말했다. 회계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 물품들은 회장 및 이사회 임원들이 외빈에게 선물하거나 이사회 임원들이 반출했다.
특히 와인 같은 경우 입고된 후 외빈 선물용으로 사용되지도 않았다. 회장부터 부장까지 개인적인 용무로 와인을 반출을 했으며 심지어 회장단 회의에서 음용했다. 구체적으로 와인 92병 중 63병이 회장단 및 이사회 임원들이 유용했다. 120병을 주문하고 행사 등 공식 일정에서 28병만 사용한 셈이다.
A씨는 “행사 기념품 용도로 물품을 주문하면서 과도한 양을 주문했다”며 “이후 창고에 물품을 보관하다가 개인 소유 품목인 듯 회장단과 이사회 임원들이 이를 유용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몇몇 물품들은 농림식품부 공무원 개인 주소와 이덕환 서강대 교수(한국식품과학회 소속) 개인 주소로 보내지기도 했다. A씨는 이들이 받은 품목 중 차량용 청소기 같은 경우 가격이 6만2000원에 달해 이른바 김영란법에 위반된다고 꼬집었다.
김영란법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 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같은 지적이 나오자 협회는 사업추진비를 활용한 기념품 구매와 관련해 “이사회 및 총회를 거쳐 편성된 예산으로 기념품을 마련해 협회 창고에 보관하고 워크숍, 학술대회, 회원사 및 유관기관 방문, 내방객 응대 등에 사용했다”며 “개인적 유용은 없다”고 밝혔다.
사업추진비로 산 물품 맘대로 반출
한 임원 예산으로 스마트워치 구매
협회의 반박에 A씨는 “단순히 예산을 편성했다고 해서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라며 “기념품이라는 용도의 모호성을 악용한 과다 지출 정황이 있고, 누가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에 대한 수불 대장·내역 공개는 물론 기념품 단가와 수량 등 예산 집행 세부내역 공개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사들의 회비도 사업추진비로 사용되는데 이런 것을 밝히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협회 예산을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있다. 제보에 따르면 협회 임원 B씨는 사적으로 사용할 갤럭시 워치를 협회 예산으로 구매했다.

B씨는 협회에 갤럭시 워치를 사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B씨의 지시를 받은 직원이 협회 회계팀과 이야기를 한 후 나온 방법이 한 업체에 토너 구매 대금으로 처리를 하는 것이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직원 C씨는 D업체에 토너 구매 대금으로 처리가 가능한 지 물었고 D업체는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에 C씨는 D업체에 33만4900원짜리 갤럭시 워치 사진을 보냈고 업체는 이를 구매하고 삼성 ML-D115 토너 3개 구매대금으로 33만6000원을 요청했다. 이에 C씨는 컬러토너까지 포함해 거래명세서와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C씨에 따르면 B씨가 갤럭시 워치를 요청한 것은 두 번이다. 지난 2023년 10월경과 지난해 11월에 요청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토너 결제대금으로 결제된 임원의 갤럭시 워치는 모두 협회 교육 회계에서 처리됐다. 교육 회계는 식품영업자 등의 교육 수입비이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감독하는 예산이다. B씨는 해당 예산을 사적 유용했으며, 업무상 횡령 및 배임죄로 고발이 가능하다. C씨도 사문서 위조와 횡령 및 배임죄 공범에 해당한다.
지속된
인사 문제
또 채용 비리 의혹도 제기됐다. 제보에 따르면 협회는 전·현직 법령위원분과위원회 위원장의 자녀,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검사 관련 부서 소속 공무원 자녀, 한국강소기업협회 임원의 자녀를 채용했다.
A씨에 따르면 이들 일부는 면접 점수가 사후에 조정됐으며 일부는 평가표에 점수를 기입하지 않은 채 특정 지원자를 우선순위로 올렸다고 한다.
협회는 채용 과정에 대해서 “정관과 인사규정에 따라 대부분 공개 경쟁 전형을 통해 채용했으며, 필요한 경우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특별 채용을 했다”며 “2024년에는 국제박람회 준비와 운영에 필요한 전문가를 영어 능통자로 심의해 특별 채용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의 반박에 A씨는 “공개경쟁 또는 인사위원회 심의로 특별채용을 진행했다고 하지만 당시 특별채용 심사 대상자는 1명”이라며 “경쟁 없는 특별채용은 사실상 내정된 채용이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이어 “해당 인물들의 이력서 수집 경위, 출처 등에 대해서도 답을 하지 않았다”며 “해당 채용에 대한 공정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누가, 어떻게, 왜 그 지원자의 이력서를 추천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회 내부에서는 특정 인사를 잔류시키기 위한 인사 지연 문제가 있다는 의혹도 계속 불거지고 있다. 제보에 따르면 지난해 임원추천위원회 제도가 도입됐음에도, 부회장 후보자 미적격 판단 이후 후속 공고가 수개월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직원들
임금체불
협회 내부에서는 그 이유로 현직 부회장의 장기 잔류를 위한 전략적 지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협회 임원추천위원회 운영규칙 제5조에 따르면 상근임원 후임자 선정을 위해 임기 만료 2개월 이전에 구성해야 하며, 예정되지 않는 결원이나 그 밖의 사유로 인해 후보자 추천이 필요할 때에는 지체 없이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협회는 이에 대해 “현재 협회장 선출 절차를 다시 가동한 만큼 비상근 회장 후보자 등록을 마감하고 임시총회를 통해 최종 선출하게 되면 부회장 선출을 진행할 것”이라며 “특정 인사를 잔류시키기 위해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실시한 지도 점검에서도 협회는 다수의 노동법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우선 상시 10인 이상 사업장임에도 불구하고 변경된 취업규칙을 고용노동부에 신고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93조를 위반했다. 노동청은 관련 규정에 따라 취업규칙 신고 및 증빙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며, 협회는 지난 5월21일자로 신고를 완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2024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5개월간 총 5차례에 걸쳐 125~129명에 이르는 직원들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을 미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지급액은 총 3193여만원으로, 이는 근로기준법 제56조(통상임금의 50% 이상 가산지급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협회는 지난달 24일 해당 기간 초과 근로자에 대한 수당을 재산정해 전액 지급했다고 밝혔다.
퇴직자 임금체불도 확인됐다. 협회는 퇴직한 직원 4명에게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과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36조(퇴직 시 14일 이내 금품 지급 의무)를 위반했다.
다수 노동법 위반 불거져
부처·협회 자녀 특채까지
또 퇴직자 3명에게는 초과근로수당을 반영한 퇴직금 차액 53만원가량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는 퇴직급여보장법 위반 지적을 받은 뒤 지난달 18일자로 해당 금액을 정산해 지급했다.
이에 대해 A씨는 “퇴직자 중 일부만 임금이 재조정돼 지급됐고, 나머지는 아무런 통보 없이 배제됐다”며 “단순 체불을 넘어 고의적 은폐이자 선택적 지급이라는 비판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통상임금과 관련해서는 “2024년 12월 통상임금 기준 변경에 따라 고용노동청의 시정 지시에 따라 추가 지급을 완료했으며, 고의로 은폐하거나 수당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A씨는 이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2024년 12월 대법원 판례와 2025년 2월6일자로 개정된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에 따라,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는 명확하게 정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는 수개월간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고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이는 단순한 해석 오해가 아닌,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을 통해 시정 지시까지 내려진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협회는 고용노동부 통상임금 지침 개정 당일에 협력 노무사에게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에 대해 물었고, 해당 노무사는 ‘기본 연봉의 15% 중 10%에 해당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다’ ‘통상임금은 상여금을 1/12로 나눠 매월로 적용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 확정 시점부터 초과근로수당을 소급 지급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해당 사실을 지난 2월7일 인지하고도 수개월간 통상임금 적용을 지연한 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았고, 결국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지적 후에야 시정 조치를 이행했다”며 “협회의 해명과 달리 의도적인 은폐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부 발칵
“조사 중”
협회의 해당 비위들은 현재 국민권익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고발된 상황이다.
식약처는 지난 9일 감사반을 협회에 투입해 정관 준수 여부, 예산·인사 집행의 적법성 등 전반을 점검했다. 감사는 ‘불시 점검’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목적사업 수행과 회비 운영, 조직·인사 등 법인 운영 전반이 대상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도 해당 민원을 청탁금지제도과로 이첩해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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