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24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정상회의 불참을 결정한 데 대해 23일, 국민의힘이 “매우 잘못된 판단”이라며 작심 비판에 나섰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중동 사태로 인한 안보·경제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국제 공조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중요한 외교적 계기”라며 “대통령실은 ‘국내 현안’과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그토록 급박한 국내 현안이 무엇이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중동 정세가 불안할수록 왜 동맹국과의 공조 무대는 피하느냐?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냐?”며 “(오히려) 이번 불참으로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 중 가장 약한 고리로 인식돼 중국과 러시아의 강압 외교 대상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전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실리 외교를 말하던 정부가 현실을 등져서는 안 된다. 세계가 이번 불참을 선명한 의사 표시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실리도, 국익도 버리는 정책은 ‘자주파’라기보다 ‘기분파’에 가깝다”고 비꽜다.
그러면서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 이란 간 분쟁을 면밀히 관찰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중동 정세 때문에 불참할 것이 아니라 중동 정세 때문에라도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가에선 국민의힘의 이 같은 비판에 대해, 세계 패권 경쟁 속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나토로부터 한국 정부가 친중, 친러로 환승했다고 판단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나토는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인 IP4(한국, 호주, 뉴질랜드, 일본)를 매년 초청해 왔고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한국의 나토 참석을 비판해 온 바 있다.
또 이번 결정이 대미 관세 협상에서도 부진한 성과로 이어질 경우, 국내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일각에선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사실상 이스라엘 지지 입장을 밝힌 만큼, 나토가 이번 정상회의에서 중동 문제에 적극 개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경우 이 대통령의 참석이 오히려 한국에 불이익으로 돌아올 수도 있고, 다자외교 측면에서도 모순될 소지가 크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여러 국내 현안과 중동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 등을 고려해 도저히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다”면서 “정부 인사의 대참 문제는 나토 측과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날 일본 NHK방송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중동 상황을 고려해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보류하는 방향으로 조정 중이라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나토 정상회의 후 IP4와 특별회담 자리를 만들어 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대통령에 이어 이시바 총리마저 불참이 확정될 경우, 개최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미국 방문 등 별도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추진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kj4579@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