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법부의 전체집합 국회는 국회의원이 소속된 부분집합 정당으로 구성된다. 집합의 원리에 의하면 “정당이 국회다”는 명제는 성립되지만 “국회가 정당이다”는 명제는 성립되지 않는다. 이 두 명제를 착각하면 안 된다.
마찬가지로 여당과 야당으로 구성된 정당의 기능이 국회의 기능은 될 수 있어도 국회의 기능이 정당의 기능은 될 수 없다.
국회의 주요 기능은 새 법률을 제정하거나 기존 법률을 개정해 정부가 사회의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것과 정부 예산안을 심의하고, 집행 과정을 관리해 국민의 세금이 잘 사용되는지를 감시하는 것이다.
정당의 기능 중 여당은 정부의 국정운영 공동책임 차원서 정부 정책에 협조하며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고, 야당은 비판과 제안을 통해 정책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정부의 권한 남용을 막기 위해 견제하는 것이다.
집합의 원리에 의하면, 여당이건 야당이건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으려면 정당의 기능을 넘어 국회의 기능을 충족해야 한다. 즉 여당은 정부 정책에 협조만 해선 안 되고 감시도 해야 하고, 야당 역시 정부 정책에 반대만 해선 안 되고 좋은 법안을 만들어 협조도 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는 8월2일 더불어민주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대표를 선출한다. 지난 6·3대선 승리에 공을 세운 두 주역이 출마해 대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사위원장으로서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방어한 정청래 의원은 지난 15일 이미 출마선언을 했고, 선대위원장으로서 선거를 진두지휘한 박찬대 원내대표는 6월23일 출마선언을 한다고 한다.
이번에 선출된 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이 사퇴한 당 대표의 남은 임기 1년만 수행하지만, 내년 6·3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어 막강한 파워를 가진다. 특히 이재명정부의 초기 국정운영을 성공적으로 도운다면 상징성이 뚜렷해 차기 대선후보로도 부상할 수 있다.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대표 선출 방식의 포인트는 권리당원 투표 반영률이 55%라는 점이다. 결국 '명심'이 선거의 승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힐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두 후보가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당원 표심에 집중적으로 호소할 것이다.
우리나라 정당사를 보면, 새 정부가 들어선 다음 전당대회서 선출된 여당 대표는 언제나 대통령의 입맛에 따라 움직이는 허수아비였다. 물론 정당의 기능만 생각하면 틀린 것도 아니다. 그런데 국가와 국민을 생각하면 국정운영의 협조자이자 감시자가 돼 정부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하는 게 여당 대표다.
특히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막기 위해 똘똘 뭉쳤던 민주당이 대선 승리 후 정부와도 똘똘 뭉친 모습만 보인다면 향후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건 당연하고 당장 내년 6·3지선서도 필패할 것이다. 차기 민주당 대표는 정부가 잘못된 길로 가면 각을 세워서라도 과감히 지적하고 바로 잡을 베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정부와 여당은 한 몸이 아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도 한 몸이 아니다. 선거 때 대선후보와 정당이 한 몸이었다고 대선 승리 후에도 한 몸으로 착각하면 큰 오산이다. 물론 정청래 후보가 말한 한 몸의 의미는 이 대통령과 코드가 같다는 의미로 생각되긴 한다.
필자는 대선 때 이재명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수없이 법을 고쳐가며 사법 리스크를 방어했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시킨 민주당이 이제는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법 개정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래야 지난 1년 동안 입법독주로 실추된 위상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8·2전당대회서 당선된 대표는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는 그런 대표여야 한다.
대표가 민주당을 정부 2중대로 만들어서도 안 된다. 대표가 앞장서서 정당의 기능을 수행하되 국회의 기능을 더 크게 생각하고 정부를 감시하는 데 소홀히 해선 안 된다
현재 정가 분위기를 보면, 두 후보 중 정청래 의원이 대표가 되면 정부의 거수기 노릇만 하지 않고 민주당의 정체성을 살리며 강한 민주당으로 만들 수 있고, 박찬대 원내대표가 대표가 되면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잘 파악해 국정운영에 최상의 협조를 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정청래 의원이 대표가 돼 차기 대권을 노리고 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스탠스를 취하거나 박찬대 원내대표가 대표가 돼 정부의 2중대 역할만 해선 민주당은 미래와 내년 6·3지선서 승산이 없다는 걸 잘 알아야 한다.
이번 전당대회에 결선투표제가 도입되는 만큼 3파전으로 치러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세 번째 출마자가 키를 쥐고 두 후보의 리스크를 차제에 없애는 약속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8·2전당대회서 선출되는 대표는 정부가 잘못했을 때 국민의힘과 힘을 합쳐 정부의 잘못을 막을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국회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평소 국민의힘에 양보도 하면서 협치 할 줄 아는 리더쉽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 국민은 여당 대표일지라도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쓴 소리도 할 줄 아는 대표를 원한다. 그러나 민주당 당원은 정부에 협조를 잘 하는 대표를 원할 것이다. 8·2전당대회서 어떤 대표가 뽑힐지 벌써부터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