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심리하는 재판부가 16일, 구속 수사 중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조건부로 석방시켰다.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내란중요임무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에 대해 직권으로 보석을 결정했다. 보석은 보증금을 받고 구속 중인 피고인을 석방하는 제도로, 주거 제한 등 조건을 부여하기도 한다.
재판부는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른 1심 구속 기간이 최장 6개월로 그 구속 기간 내 이 사건 심리를 마치는 것이 어려운 점, 구속 기간 만료를 앞두고 피고인의 출석을 확보하고 증거인멸을 방지할 조건을 부가하는 보석 결정을 하는 것이 통상의 실무례인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보석 조건은 보증금 1억원과 주거 제한 등 기본적인 사항들과 함께 이번 사건 피의자, 참고인 등 관련인들과 만나거나 어떠한 방법으로도 연락을 주고받아선 안 된다는 내용 등을 추가로 부여했다.
통상 보석은 당사자가 청구하는 사례가 많으나 이번의 경우 검찰이 요청해 법원 직권으로 결정됐다.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이날 법원의 결정에 대해 “형사소송법상 불구속 재판 원칙을 지키고 김 전 장관의 권리보호는 물론, 상관의 명에 따라 계엄 사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한 각급 사령관들 및 대한민국 국군 장교들의 권리보호를 위해 법원의 위법한 보석 결정에 불복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석 결정의 위법성이 중대하기 때문에 비록 김 전 장관이 석방되지 못하더라도 법원의 위법·부당한 보석 결정을 반드시 바로 잡겠다”며 “석방 결정이 아니라 사실상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 상태를 불법적으로 연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법원의 결정으로 인해 김 전 장관이 오는 26일 구속 기간 만료 이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권한을 통제당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전 장관 측은 법원의 결정에 대한 항고와 집행정지 신청을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조은석 검사를 중심으로 꾸려진 내란 특검팀이 피의자들을 재구속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검법에 따라 12·3 비상계엄 관련 기존 혐의 외에도 내란 관련 잔여 의혹, 무인기 평양 침투 외환 혐의 등 수사 범위가 확장돼 추가 기소할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이달 출범한 특검팀은 담당 검찰청으로부터 수사기록을 인계받아 준비하는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김 전 장관의 석방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편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이나 재판부가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 기간을 늘릴 수 있음에도 이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 비판했다.
김병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보석 보증금 1억원, 주거 제한 등 기본 조건을 붙이기는 했지만 요식 행위로 보인다. 검찰과 특검은 적극 추가 기소에 나서야 한다”며 “내란 수괴 일당을 다시 구속해야 한다. 그것만이 사법 불신을 해소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 역시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참으로 유감스럽고 개탄스럽다는 입장”이라며 “국민들이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라며 상당히 충격을 받고 비판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같은 재판부가 이번엔 내란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김용현을 보석으로 풀어줬다. 이것이 올바른 결정인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재판부에 조건부 보석 허가를 요청한 검찰도 수사 의지가 있는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우리 당은 내란주요종사임무 피의자들을 같은 재판부가 계속 풀어주는 것에 대해 강력한 규탄과 함께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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