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모의고사’ 응시 자격 논란

2025.06.02 13:29:39 호수 1534호

팽 당하는 학교 밖 청소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6월 모의고사를 앞두고 학교 밖 청소년들은 깊은 무력감에 빠졌다. ‘학교 밖 청소년도 배움의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정책 기조와 달리, 정작 6월 모의고사조차 응시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반복된 호소에도 불구하고 응시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은 여전히 어른들의 시선 ‘밖’에 머물러 있다.



검정고시를 준비 중인 학교 밖 청소년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앞두고 오는 4일, 모의고사에 응시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수능을 준비하며 동일한 시기에 대학 입시를 목표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격 요건’ 미비를 이유로 모의고사 응시 기회서 제외되고 있다는 것이다. 자격시험이 아닌 학습 성취도 진단 목적의 모의고사조차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는 넘을 수 없는 문턱이 됐다.

높은 문턱

6월에 시행되는 2025년 전국연합학력평가(모의고사)는 수능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험으로 여겨진다. 6월과 9월에 치러지는 모의고사는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직접 출제하며, 수능과 가장 유사한 문제와 난이도로 출제되기 때문이다.

실제 수능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은 6월, 9월 모의고사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체감하고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하지만 6월 모의고사 응시 자격은 모든 청소년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교를 떠나 밖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일부 청소년들에게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자원봉사로 학교 밖 청소년들의 공부 지도를 돕고 있는 A씨는 아이들의 6월 모의고사 접수를 준비하던 중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검정고시 2차 접수자는 6월 모의고사에 응시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검정고시는 1년에 1차, 2차로 나뉘어 2번 치러진다. 올해 2차 검정고시는 8월에 예정돼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모의고사를 응시하기 위해서는 검정고시 접수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2차 검정고시 접수는 6월4일 모의고사가 끝난 뒤에 시작된다.

결국 학교 밖 청소년들은 검정고시 접수증이 없어 6월 모의고사 응시가 불가능하다.

A씨는 “학교 밖 청소년 중 8월 검정고시에 응시할 예정인 학생들이 6월 모의고사에 응시하지 못하게 됐다”며 “수능을 준비하고 있음에도, 검정고시 접수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응시가 불가하다고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A씨가 돕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은 올해로 고등학교 3학년 나이에 해당하며,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시점부터 검정고시를 준비해 왔다. 올해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B군은 2023년 9월 고등학교 자퇴 후 2025년 8월에 예정된 제2회 검정고시에 응시할 계획이었다.

수능 전 가장 중요한 시험
검정고시 전이라 기회 없어

A씨는 “모의고사에 응시하려면 검정고시 원서 접수증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해당 학생은 6월에 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라 자격 요건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는 단순한 자격 미비가 아니라, 제도 설계의 순서 자체가 어긋나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과 똑같이 11월 수능을 준비하고 있고, 지금 이 시점에 실력을 점검하고 학습 계획을 보완하려고 하는데, 접수증이 없다는 이유로 그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해당 학생은 교육청서 모의고사 접수를 거절당한 후 모의고사에 응시할 방법을 찾기 위해 사설 학원을 방문했지만, 학원 측도 “교육청의 자격 기준 때문에 받아줄 수 없다”며 접수를 거절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교육청에서는 안 된다고 하니 학원서라도 보자고 해서 갔는데, 학원도 교육청 기준에 따라야 한다고 하더라. 결국 학생은 두 번 울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원도 학생이 찾아오면 그냥 봐주고 싶다고 했는데 교육청서 자격 기준을 정해놨기 때문에 받아줄 수 없다고 했다. 돈 내고 시험을 보겠다는 학생에게 ‘자격이 없다’는 말을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이냐”고 되물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적에도 행정적으로 아무런 보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교육청에 직접 이의를 제기했지만 “일정상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씨는 “애초에 이건 고3 학생과 경쟁하는 문제가 아니다. 1%에 해당하는 검정고시 예정자들 자신이 실력이 어디쯤인지 알고 싶어 시험을 쳐보겠다는 것뿐”이라며 “단순히 자기 실력 점검용인데도 응시를 못하게 막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접수 일정 때문에 모의고사에 응시하지 못하는 상황은 매년 반복되고 있었다.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는 C 센터는 “이런 문제를 겪는 학생들이 매년 있다. 단지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내 아이가 아니면 잘 보이지 않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매년 같은 문제가 반복돼도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학생들의 정서적 피해도 적지 않다. 학교 밖 청소년 B군은 수능 준비 단계서 6월 모의고사 접수가 불가능해지자 큰 무력감에 빠졌다.

학원에서도 “불가능” 거절
평가원 “모의고사 고3 대상”

B군은 “나는 시험 칠 자격도 없는 사람인가 보다. 나는 공부할 사람이 아닌 건가?라는 생각에 심리적으로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를 겪은 뒤 학습에 대한 의욕을 잃고 무기력해진 상태다. (고등학생과)동등한 위치가 아니라는 생각에 자존감이 크게 무너졌다”고 전했다.

A씨는 B군뿐만 아닌 다수의 학교 밖 청소년들이 같은 증상을 보였다며, “학생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이게 반복되면 공부 자체를 포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현재와 같은 자격 제한은 실제로도 형평성에 어긋나는 지점이 존재한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법은 청소년 교육을 보장할 것을 명시하지만 실제는 달랐다.

A씨는 “99%의 19세 학생은 응시 자격이 되는데, 오직 접수증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검정고시 예정자들만 자격이 없다는 건 매우 이상한 일”이라며 “이게 예산이 많이 드는 구조라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건 자격시험도 아니고, 비용도 본인이 부담하는 시험인데 왜 굳이 안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A씨는 검정고시 원서 접수 시기를 6월에서 5월로 앞당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A씨는 “원서접수를 한 달 만 앞당기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법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적으로 스케줄 조정만 해도 된다. 단지 5월에 접수를 받자고 결정하면 끝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학교 밖 청소년의 6월 모의고사 응시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모의고사 응시 자격 자체가 기본적으로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이 대상이다. 모의평가 시험 취지가 수능을 준비하기 위한 시험이고, 대학 입학 전형을 위한 시험이기 때문에 학교 밖 청소년들은 검정고시 접수자까지만 자격을 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도 내년도

현재는 6월 모의고사 접수가 모두 끝나 수능을 대비하는 학생들은 오는 4일 시험을 준비 중이다. 학교 안 학생들은 6월 모의고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은 허탈한 감정에 빠져 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씨는 “지금처럼 방치하면 학교 밖 청소년들이 공부를 포기하게 되는 구조만 계속 반복될 뿐”이라며 “이건 누구에게 특혜를 주자는 것도 아니고, 단지 같은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같은 기회를 달라는 요청일 뿐”이라며, 빠른 개선을 촉구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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