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지나간 재보궐 총정리

2025.04.07 12:19:24 호수 1526호

그래도 돌아가는 민심 풍향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미니 선거’에 가까운 4·2 재보궐선거가 조용히 막을 내렸다. 비상계엄 이후 첫 선거인 만큼 이번 재보선은 관심도가 낮아도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그중에서도 여야 격전지로 꼽힌 여섯 군데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이번 4·2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는 12·3 내란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였다. ▲기초단체장 5곳(서울 구로구·충남 아산시·경북 김천시·경남 거제시·전남 담양군) ▲교육감 1곳(부산시) ▲광역 의원 8곳 ▲기초 의원 9곳 등 총 23곳에서 치러졌다.

격전지 어디?

그중에서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맞붙는 부산시교육감과 아산시장, 김천시장, 거제시장이 등이 격전지로 꼽혔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다시 한번 승부하는 담양군수와 구로구청장도 주목할 만했다.

이번 재보선은 탄핵 정국과 전국 산불 피해 등으로 비교적 조용히 치러졌다. 지난달 28~29일 치러진 사전투표도 7.94%로 역대 재보선 중 4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우선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 가장 많은 이목이 쏠렸다. 보수 텃밭이지만 과거 진보와 보수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승기를 잡았던 만큼 이번 역시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김석준 전 부산시교육감이, 단일화에 실패한 보수 진영에서는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최윤홍 전 부산시교육감 권한대행이 출사표를 던졌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후보를 배출하는 게 아닌 진보와 보수 간의 대결이지만, 민주당 VS 국민의힘 구도로 그려지면서 PK(부산·경남)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가 관건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진보 진영 김 후보가 51.33%를 득표해 보수 진영 정 후보(39.4%)·최 후보(8.47%)를 제치고 승기를 잡았다. 보수 후보들의 단일화 실패로 표가 흩어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자신만만하던 PK를 내준 탓에 국민의힘서도 상당히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다음으로 충남 아산시장 재선거에서는 전 아산시장인 민주당 오세현 후보와 전 천안시 부시장인 국민의힘 전만권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새미래민주당(이하 새미래) 조덕호 후보와 자유통일당 김광만 후보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민주당 3·혁신당 1·국힘 1…야 압승
PK 내준 여…생각보다 큰 탄핵 핸디캡

4파전으로 치러진 선거서 민주당 오 후보는 정권 심판론을, 국민의힘 전 후보는 거대 야당의 폭정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개표 결과 민주당 오 후보가 57.97%로 39.49%를 득표한 국민의힘 전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경북 김천시장 선거서는 민주당 황태성 후보와 국민의힘 배낙호 후보, 무소속 이창재·이선명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다.

탄핵 정국으로 혼란한 와중서도 국민의힘은 김천시장 선거만큼은 힘을 보탰다. 국민의힘 중진인 나경원·김기현·윤상현 의원 등이 선거 유세장을 찾아 보수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이다.

그 덕분인지 국민의힘 배 후보가 51.86%를 득표해 무소속 이 후보(26.98%)와 민주당 황(17.46%)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번 기초단체장 재보선서 유일하게 승기를 꽂은 곳으로 마지막 남은 ‘보수의 자존심’을 지키게 됐다.

경남 거제시장 재선거에는 민주당 변광용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박환기 후보, 무소속 김두호·황영석 후보가 나섰다. 민선 7기 시절 거제시장이었던 변 후보와 거제 부시장이었던 박 후보가 리턴매치를 선보이며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거제의 경우 보수 성향이 짙게 드러나면서도 스윙보터가 곳곳에 분포한 지역이다. 이번 탄핵 정국서 민주당이 자신 있게 후보를 낸 데에는 “해볼 만하다”는 기류가 뒷받침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 개표 결과 민주당 변 후보가 56.75%로 38.12%를 득표한 국민의힘 박 후보를 크게 따돌리고 파란 깃발을 꽂았다. 2022년 지방선거에 이어 지난해 4·10 총선까지 국민의힘 후보가 내리 당선된 곳이지만 이번 재보선서 3년 만에 민주당이 승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원 유세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이 나온다. 김천시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중진을 비롯한 ‘아스팔트 전사’로 불리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이 지지 유세에 나섰지만 후보 간의 격차가 20%p가량 벌어지면서 역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체면 살린 혁신당
1호 지자체장 탄생

국민의힘에 있어 보수 텃밭이었던 거제서 크게 패배한 것과 부산시교육감 자리를 내준 것이 일종의 위험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핸디캡을 쥔 국민의힘이지만 당초 예상보다 크게 참패하면서 다가올 조기 대선에 대한 불안감 역시 덩달아 커지는 모양새다. 극우 세력 결집을 위한 ‘탄핵 반대’ 기조를 희석시킬 새로운 메시지가 요원해 보인다.

국민의힘 후보가 불출마하는 구로구청장과 담양군수 선거서는 야당 간의 치열한 기마전이 이어졌다.

서울 구로구청장은 지난해 10월 여당 소속 문헌일 전 구청장이 주식 백지신탁을 거부하고 사퇴하며 공백이 생겼다. 귀책사유가 있는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아 민주당 장인홍 후보, 혁신당 서상범 후보, 자유통일당 이강산 후보 등 야당이 출사표를 던졌다.

수도권 민심의 가늠자로 불린 이곳에서는 민주당 장 후보가 56.03%를 득표해 당선됐다. 자유통일당 이 후보 32.03%, 혁신당 서 후보 7.36% 순으로 득표했다.

담양군수 재선거가 치러진 전남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민주당과 혁신당 모두 공을 들인 곳이다. 이날 담양군수 투표율 역시 61.8%를 기록하며 지자체장 재보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민주당에서는 이재종 후보가, 혁신당에서는 정철원 후보가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혁신당 김선민 권한대행 등을 비롯한 지도부가 모두 담양을 방문해 각 정당 후보에 힘을 보탰다. 특히 이 대표는 유세 현장서 “호남이 있어야 나라가 있다”며 유권자들의 한 표를 거듭 요청했다.


투표 결과 혁신당 정 후보가 51.82%를 얻으면서 혁신당 1호 자치자체장이 탄생했다. 민주당 이 후보는 48.17%를 득표하면서 호남 텃밭을 내줬다. 무소속 시절부터 3선 군의원을 지내며 ‘풀뿌리 자치’를 내세운 점이 표심으로 돌아왔다는 게 혁신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담양군수 선거 결과가 잔잔한 호수 같던 호남의 정치 구도에 파동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건강한 경쟁’을 내세워 신경전을 보였던 혁신당인 만큼 호남의 대안 정당으로서 첫 발걸음을 뗐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기도 주목

이 밖에도 광역의원 재보선이 치러진 8곳 중 국민의힘은 ▲대구 달서 ▲인천 강화 ▲충남 당진 ▲경남 창원마산회원 4곳에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은 ▲대전 유성 ▲경기 성남분당 ▲경기 군포서 승기를 쥐었다. 경북 성주는 무소속 후보가 단독으로 입후보해 무투표로 당선됐다.

또 기초 의원 재선거가 치러진 9곳을 살펴보면 국민의힘은 경북 고령과 인천 강화서, 민주당은 ▲서울 중랑 ▲마포·동작 ▲전남 광양·담양 ▲경남 양산서 각각 당선됐다. 전남 고흥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hypak28@ilyosisa.co.kr>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