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만에 백지화된 빙그레 인적 분할

2025.02.14 09:03:17 호수 1518호

기대 효과 크지 않다고 판단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예고했던 빙그레가 당초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인적 분할을 거쳐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려 했던 큰 그림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 영향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하는 건 한층 힘들어졌다.

빙그레 본사 ⓒ네이버 지도

빙그레 본사 ⓒ네이버 지도



빙그레는 지난해 11월 인적 분할 계획을 공표했다. 존속 법인 ‘빙그레홀딩스(가칭)’는 신규 사업 투자와 자회사 관리 등을 맡고, 신설 법인 ‘빙그레(가칭)’는 분할 대상 사업에 집중한다는 게 골자였다. 공식 분할일은 오는 5월1일, 신설 법인 재상장은 오는 5월26일로 예고된 상태였다.

뒤집힌 결정

신설 빙그레는 유가공 제품 등 음·식료품 생산 및 판매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체제를 구축할 방침이었다. 빙그레홀딩스는 지주회사로서 투자 및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관리하고, 그룹의 구심점 역할을 부여받을 것으로 보였다. 이를 계기로 ‘오너 일가→빙그레→자회사’였던 지배구조는 분할 후 ‘오너 일가→빙그레홀딩스→빙그레 및 자회사’로 변경이 예상됐다.

그러나 야심차게 추진한 인적 분할 계획은 두 달 만에 백지화됐다. 지난달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빙그레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분할 계획에 대한 진행사항 및 분할계획서 일체를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빙그레 측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한 결과, 인적분할 및 지주회사 전환 이전에 더 명확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 마련이 필요해 추후 사업의 전개 방향이 보다 분명히 가시화된 후 인적 분할 및 지주회사 추진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빙그레가 인적 분할의 실질적 효과가 미진할 것으로 판단해 당초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인적 분할이 이뤄지면 대주주는 신설 법인 주식을 지주회사에 이전한 대가로 지주회사의 주식을 추가 취득해 지배력을 끌어올리는 수순을 밟는다. 이 과정에서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거느리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처럼 인적 분할은 지배력 확충을 꾀할 때 유용하게 쓰이지만, 빙그레 오너 일가는 지배력만 놓고 보면 인적 분할이 꼭 필요한 건 아니었다. 빙그레 특수관계인은 지난해 3분기 기준 빙그레 지분 40.89%를 보유 중이며, 최대주주는 김호연 현 회장(지분율 36.75%)이다.

다소 밀린 지배구조 개편 작업
예측 힘든 후계자 등판 계획

김 회장 측은 인적 분할 이후에도 빙그레홀딩스 지분 40.89%, 빙그레 지분 40.89%를 갖게 되는 구조였다.

자사주의 마법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도 인적 분할 계획을 철회하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빙그레는 인적 분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유 중인 자사주 100만9440주(총 발행주식 중 10.25%)를 전량 소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는 인적 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를 달래고, 주주가치 극대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꾀하기 위함이었다. 대신 빙그레 오너 일가는 자사주를 우호세력으로 활용하는 ‘자사주의 마법’을 기대할 수 없게 됐고, 인적 분할의 효용 가치가 낮아졌음을 뜻했다.

인적 분할 무산의 영향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예단하긴 힘들어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김 회장을 제외한 빙그레 특수관계인은 ▲김구재단(2.03%) ▲제때(1.99%) ▲현담문고(0.13%) 등이다. 김 회장의 자식들은 빙그레 주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

김호영 빙그레 회장 ⓒ빙그레

김호영 빙그레 회장 ⓒ빙그레

이 같은 지분 구조는 경영권 승계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정상적인 증여 절차를 밟아 승계가 이뤄질 경우 천문학적인 증여세 부담을 피하기 힘든 까닭이다. 실제로 지난 5일 기준, 김 회장이 보유한 빙그레 주식의 가치는 2839억원에 달한다. 김 회장의 후계자들이 부친의 보유 주식을 온전히 증여받을 경우 1400억원대 증여세가 뒤따른다.

경영권 승계 절차에 돌입하면 ‘제때’의 쓰임새가 부각될 것으로 점쳐진다. 제때는 김 회장의 자식들이 지배하는 오너 가족회사다. 김 회장의 3자녀(김동환·김정화·김정만)가 33.3%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이 회사는 2000년대 초 빙그레의 물류대행 사업을 맡은 이래 내부거래로 덩치를 키웠다. 2012년경 50%를 상회했던 내부거래율은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빙그레에서 파생된 매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전한 실타래

김 회장의 자녀들은 제때의 존재감이 커질수록 혜택이 커진다. 제때가 덩치를 키운 상태에서 빙그레홀딩스에 흡수되면 김 회장의 자녀들은 제때 지분을 매각해 확보한 현금을 증여세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제때는 매년 배당을 집행하면서 현금 창구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최근 5년간 배당금은 ▲2019년 7억3000만원 ▲2020년 19억원 ▲2021년 20억원 ▲2022년 24억원 ▲2023년 28억원 등으로 우상향하는 추세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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