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정조준 ‘강성부 펀드’ 노림수

2023.06.29 11:11:59 호수 1433호

제2의 한진 사태 발동 걸리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DB하이텍을 향한 KCGI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주주가지 제고를 앞세워 오너 일가와 경영진의 구시대적 경영 행태를 비판하고 나서면서 분위기가 고조되는 양상이다. DB하이텍 측은 우군 결집을 통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20일, DB하이텍은 캐로피홀딩스가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제기·신청 일자는 지난 9일이고, DB하이텍 측은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는 뜻을 밝혔다.

오너 겨냥

캐로피홀딩스는 ‘강성부 펀드’라는 별칭으로 잘 알려진 KCGI가 지난 3월31일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KCGI는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312만8300주)를 매입한 사실을 공시한 뒤 본격적으로 주주활동을 벌여왔으며, 현재 3대 주주에 올라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DB하이텍 최대주주는 DB그룹 지주사인 DB Inc(12.39%)이며, 특수관계인인 김준기 창업회장(3.61%), 장녀 김주원 부회장(0.39%)을 비롯해 DB생명(0.78%), DB김준기재단(0.62%) 등 동일인 측 지분율 합계는 20.20%다.

KCGI 측은 “(DB하이텍이)주주서한 공개 이후인 지난 7일 회신 공문을 보냈지만 내용은 자료와 증빙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자기변명적 설명에 불과했다”며 “주주로서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소되지 않는 우려스러운 사유들을 파악하고자 한다”고 가처분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KCGI의 이번 움직임은 예견된 일이다. KCGI는 지난달 4일, DB하이텍에 주주가치 제고 활동에 필요한 자료 및 설명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 13일에는 가처분 신청 제기 사실을 공개하며 “DB하이텍이 김준기 창업회장 일가의 사적이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DB하이텍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주력으로 하며 지난해 영업이익 768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가 본격 반영된 지난해 4분기에도 매출 3971억원, 영업이익 1536억원을 기록했다.

회계 장부 가처분 제기
경영권 놓고 복마전 양상

KCGI는 이처럼 DB하이텍이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오너 일가와 경영진의 구시대적 경영행태로 DB하이텍이 극도로 저평가 됐다는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DB하이텍의 자사주 매입 및 물적분할이 지주회사 전환용이라는 의심과 함께 계열회사와의 660억원 규모 내부거래, 거액의 기부금의 김준기문화재단 지급 등을 문제삼기도 했다.

KCGI의 주주가치 제고 활동은 DB하이텍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지난 19일 DB하이텍은 전일(6만4200원) 대비 1.09%(700원) 오른 6만4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2조8815억원이다.

DB하이텍 측은 KCGI의 주장에 반박하는 상황이다. KCGI가 요구한 자료가 워낙 방대하고, 영업기밀 노출 문제, 주주 간 자료제공의 형평성 문제 등 법률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이 많아 시간이 걸렸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DB하이텍은 경영권 방어 자문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해 대응에 나선 상태다. 지난 23일까지 국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는 등 우군 확보에 한창이다. DB하이텍이 공시를 통해 IR 행사를 진행하는 것은 1997년 회사 설립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KCGI의 공세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KCGI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참여했을 때와 비슷한 흐름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KCGI는 2018년 11월 한진칼 지분 9%를 확보해 2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꾸준히 보유주식 수를 늘렸고, 이듬해 5월 한진칼 지분을 17.41%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제동을 걸었고, 이후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3자 연합’을 결성해 조원태 회장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차익 노리나


결과적으로 3년 넘게 이어진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은 결국 조원태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다. 지난해 3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이사의 자격을 강화하는 안건 등 KCGI가 낸 주주 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그렇다고 KCGI가 패배했다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이후 KCGI는 한진칼 보유 지분 대부분을 호반건설에 매각하며 상당한 차익을 실현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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