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대담> ‘바보’ 소리 듣는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2023.06.12 12:28:31 호수 1431호

“이재명 없어도 이길 수 있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이제는 전국구로 불린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서 깜짝 등판해 인지도가 부쩍 높아진 국민의힘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 이야기다. 그는 늘 개혁을 외치는 남자다. 이젠 거리로 나서면 하나둘얼굴을 알아볼 정도다. 전남 순천을 고향처럼 생각하는 인물이다. KBS 프로그램 <6시 내고향>을 보듯이 느끼는 따뜻한 정과 정서도 좋지만, 최근 순천 시골에 사람이 없는 것을 마음 아파하는 남자기도 하다. 



“당 주류에 ‘팔로워’만 잔뜩 남은 느낌이다.” 국민의힘 천하람 순천갑 당협위원장이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심의 관심을 받는 이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요시사>가 천 위원장에게 최근 근황 및 국민의힘 총선 전략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근황은?

▲서울서 진행 중이던 고정 방송 출연을 대부분 없앤 후로 순천에 있는 시간이 확 늘어났다. 순천만정원박람회에 참석하고 있다. 전국 각지서 손님이 많이 온다. 종일 슈트를 입고 박람회를 누비고 있다. 순천갑당협위원장으로서 지역행사를 챙기는 등 나름 바쁜 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순천이 요즘 정치적으로도 ‘핫’한 지역이라 일이 많다. 

-천하람에게 순천은 어떤 곳인가?

▲한마디로 ‘정치적 고향’이다. 순천 유권자는 수준이 높고 매우 열려있는 도시다. 사실은 그래서 순천으로 온 것이다. 같은 당 이정현 전 의원을 두 번이나 뽑아줬다. 더불어민주당이라고 해서 무조건 뽑아주는 곳이 아니다. 순천은 인구 28만명 정도로 작은 도시가 아니다.


눈여겨볼만한 점은 큰 도시임에도 서로를 다 안다는 것이다. 인물에 대한 평가도 정확하고 빠르게 나온다. 실수라도 하면 바로 아웃이다. 도농 복합지역이라는 것도 좋다. 내 스스로 농촌의 정서를 아는 몇 안 되는 젊은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요새 젊은 정치인 대부분은 광역시서 정치를 하려고 한다. 순천서 호남의 정서를 배웠고, 농촌, 지역사회 정서까지 느낄 수 있다는 게 좋다. 호남서도 능력과 의지만 있다면 연고가 없어도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게 가능하다.

-순천서 활동하면서 느끼는 점은?

▲<6시 내고향> 같은 정서가 있지만 실제로는 쇠락한 게 마음 아프다. 서울은 사람이 없다는 게 별로 와닿지 않는다. 농촌에 가보면 진짜 사람이 없다. 한 집 건너 세 집이 빈 집일 정도다. 아들을 데리고 가끔 순천 시골 지역을 돌아다니면 아이를 본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이런 분들도 계신다.

청년 회장이 69세다. 한 세대만 더 지나면 사람이 있기는 할까 우려된다. 진짜 소멸이라는 게 과도한 얘기가 아니다. 10년 후에 이 마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걱정이다.

-당내 이야기를 안 물어볼 수 없다. 최고위원 2명이 징계를 받은 뒤 국민의힘이 잠잠해진 것 같다

▲헛소리 하면 날아간다는 걸 느껴서 조심할 수밖에 없을 거다. 문제는 조심하는 건 좋은데, 이제 메시지가 없다. 지도부가 탄생하고 도대체 뭘 했는지를 모르겠다. 지도부가 탄생한 지 벌써 세 달 가까이 돼간다. 사고 친 것만 기억난다. 황우여 전 환경부 장관도 조용히만 있는 게 국민의힘의 목표냐고 일갈했다.

순천, 유권자 수준 높고 열려있는 지역
“용산과 소통하며 조금씩 차별화해야”

그럴 수도 있긴 하다.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좀 올랐음에도 60%가 되는 게 아니다. 다음 총선을 잘 치르려면 확장을 해야 하고 득점이 필요하다. 누굴 때리는 것보다는 말과 글로. 좀 걱정스럽다. 새로 뽑는 최고위원도 결국 김기현 대표와 잘 맞는 ‘친윤’으로 간다. 결국 김남국 사태 같은 것만 기다리는 꼴이다. 그게 국민의힘의 전략이다. 

-지도부가 이렇게까지 조심스러워하는 이유는?


▲국민의힘을 취재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 대표 이야기를 듣기 어렵다는 말들이 들린다. 김 대표가 백브리핑도 잘 안 하려고 하고, 언론 인터뷰도 안 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김 대표가 당 대표가 된 이후 하려는 무언가가 안 보인다는 거다. 그냥 윤 대통령을 조용히 보좌하는 건가 싶을 때도 있다.

결국 필요한 것은 당 대표의 방향성이다. 정무수석 공천 개입 의혹 사태가 있었을 때 빨리 총선 기획단을 꾸리던 공천룰을 바꾸겠다는 등 대책을 내놨어야 했다. 말 그대로 지금은 데미지 컨트롤만 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치는 위기가 곧 기회다. 일이 터졌을 때 어떻게 돌파하겠다는 계산을 해야 하는데 그런 점이 너무 아쉽다. 

-결국 용산과 갈등이 언젠가 한 번쯤은 터지는 거 아닌가?

▲윤 대통령과 소통하면서 조금씩 차별화를 꾀하는 게 방법이다. 갑자기 대통령과 선을 긋는다고 하면 배신의 정치가 바로 튀어나온다.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신 용산과 소통을 이어가면서 이 부분은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내겠다. 당 자체적으로 이런 것을 좀 하겠다하는 부분이 필요하다.

‘그게 없다’는 식으로 가면 용산에서는 당 대표가 독자적으로 뭔가 할 거라는 생각 자체를 별로 안 할 것이다. 오히려 뒤통수 맞는 기분이 더 커진다. 공천 시즌이 되니까 갑자기 각을 세우냐는 식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만의 어젠다를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국민에게 보여줘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내년 총선서 캐스팅 보트로 불리는 2030세대가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이후 다시 옮겨가는 모양새다. 이전만큼 청년층을 견고하게 할 추진력을 발휘해야 할 텐데?

▲국민의힘으로 오는 2030세대의 문제는 공고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그렇게 많이 왔는지도 잘 모르겠다. 당장 민주당이 꼴 보기 싫으니까 여론조사 전화 오면 국민의힘을 선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분들은 여전히 스윙이다. 추진력도 중요한데, 신뢰할 수 있는 메신저가 당내에 잘 안 보인다.

예를 들면 천원 밥상 정책은 사실 큰 반향이 없었다. 복지청책이라는 건 필요한 사람 말고는 관심이 없다. 2030 표심은 싸구려가 아니다. 전체적으로 정치를 잘하고 소신 있고, 합리적으로 하면서 뭔가 해주려고 하네 느낄 때 표가 온다. 지금 2030이 봤을 때 참신하거나 상식적이지 않을 것이다. 고작 저런 이유로 찍어주지 않는다는 소리다. 

-2030에게 인기 받았던 인물을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도 이제 어지러운 상황은 조금 지났다. 아쉬운 건 지금도 당의 리더급이라는 인물을 다 못 써먹고 있다는 점인데 오히려 멀리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을 상임고문직서 해촉했고, 유승민·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국면서 멀어졌다.

중량급 인물과 컬래버레이션 전혀 없어 
인재풀 민주당에 비해 뒤진 측면 있어

이준석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사실은 주요한 스피커들이 김 대표와 협업할 상황이 아니다. 김 대표와 어떤 의미서든 척을 지고 있다. 김 대표가 ‘연포탕’이라고 발언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국민의힘 정치를 하면서 홍 시장, 유·나 전 의원, 안 의원, 이 전 대표 등 차·포를 다 떼고 정치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뭔가?

-언급한 인물들은 민심이 강한 축에 속한다

▲민심에 강하고, 나름대로 대중이 다 잘 알고 주목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다. 다 떨어져 나가니까 지금은 당 주류에 ‘팔로워’만 잔뜩 남은 느낌이다. 윤핵관이라는 사람들도 원래 당의 리더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역할이 조연, 보좌역 같은 느낌이 짙다.

김 대표도 대중적으로 스피커 파워가 센 느낌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국민에게 국민의힘이라는 당 자체가 사고를 치는 거 말고는 뭘 하는지 잘 모르게 된다. 이슈가 될만한 사람들과 협업해야 하는데, 그런 컬래버레이션이 없다. 하다 못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홍 시장을 찾아갔다. 꼭 그러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제는 총선을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반사이익에만 기대려는 경향이 보이는데?

▲이재명 없는 민주당에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지도부는 선거를 치를 때 이념적으로, 지역적으로, 세대적으로 확장해야 한다. 이 부분과 더불어 기존 국민의힘 지도부서 갖고 있는 인적 구성만으로 쉽지 않다고 여겨지면 다른 전략을 고심할 필요가 있다. 차라리 인재 영입을 빨리 시작하는 게 방법이다.

당내 분란이 생기겠지만, 우리 당의 인재풀은 민주당에 비해 뒤진 면이 있다. 최근까지 민주당이 여당이었기 때문에 문재인정부는 청와대, 구청장, 행정 등을 하면서 인재풀이 확 수혈됐었다. 국민의힘이 이번 지방선거는 이겼지만 오랜 기간 선거를 지다 보니 박근혜정부 때 하던 인물이 그대로 남은 경우가 많다. 

수도권 선거는 바람도 중요하지만, 인물 경쟁력도 중요하다.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길 시점이다. 당협위원장, 현역 의원들이 반발할 게 뻔하지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당장은 그런 움직임이 있진 않다. 

-인재 영입 외에 필요한 부분은?

▲진정성이다. 쉽게 이야기해 영남서 공천만 받으면 되는 사람이 하는 정치랑은 달라야 할 것이다. 국민의힘은 좀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특히 수도권, 충청권의 원외서 활동하는 인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이런 창구가 잘 마련돼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호남은 말할 것도 없어서 걱정이다. 특히 수도권 당협위원장들 같은 경우는 수도권 민심이 안 좋은 것에 관해 어디 가서 말할 데가 없다. 게다가 괜히 말했다가 공천 잘릴까 봐 이런 걱정들을 하고 계신다. 

-대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나?

▲국민의힘이 비례대표 공천에 있어 테마가 뭔지, 비례대표가 국회에 들어온 뒤 다음 번 총선에 지역구로 나갈 만한 인재를 뽑을 건지 정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4년간 의정활동만 잘할 진짜 전문가들, 비례 장사하려는 사람을 빼고 고려해야 한다.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 없는 시기다.

공천에 테마가 뭔지 정확히 설정해야
비수도권 대표할 리더급 정치인 될 것

불신도 높은데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바꿔볼 수도 있을 것이고, 안정적인 지역서 컷오프가 발생했을 때 좀 더 창의적으로 잘 채워볼 수 없을지 고민할 때다. 무조건 경선하라고 하면 싸움만 난다. 조직력만 가진 지방 호족같은 인물이 올라오니까 당직자, 보좌관 등 여의도서 잘 훈련받은 사람을 지역으로 내려보낼 방법은 없을까 등 고민거리는 많다. 

-국민의힘이 하루하루 넘기기 급급해 보인다

▲여당이니까 정책적인 드라이브는 아무래도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요즘 정치개혁 이런 것도 늘 국민이 관심 많은데 국민의힘의 안은 도대체 뭔가 알기 어렵다. 사실은 정당도 생각보다 어젠다나 주도권을 갖고 올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단순히 이재명·김남국 때리기만으로는 떨어지는 감을 주워 먹을 수 있을지 몰라도 확장적으로 가기는 쉽지는 않다.

-늘 개혁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전당대회 때도 개혁을 말하면서 민심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민심을 더 잡으려면?

▲맞다. 전략 자체가 민심을 움직여 당심을 따라오게 하려는 전략이었다. 민심이 반영되지 않는 선거다 보니 잘 먹히진 않았다. 인지도나 신뢰도가 낮아서다. 이 전 대표처럼 파괴력이 없었던 시절이다. 그렇지만 수치상으로 1등을 한 여론조사도 꽤 많이 나왔다.

그러나 대구·경북(TK) 당원, 국민의힘 지지자도 결국 이기는 선거를 원한다. 나도 대구가 고향이지만 우리 당은 맨날 수도권서 죽을 것 같을 때 대구 가서 ‘제발 살려달라, 낙동강 전선을 지켜달라, 개헌 저지선을 지켜달라’고 말한다. 대구가 왜 국민의힘을 지켜줘야 하나? 국민의힘이 대구를 위해서 열심히 일해야지. 

TK라고 해서 무조건 표를 맡겨 놓은 게 아니다. 국민의힘 당원도 당이 안정적이고 분란 없이 돌아가기를 바라지만,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은 같다. 결국 당원을 괴리시키지 않는 선에서 민심 지향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도 개딸(개혁의 딸) 이야기를 안 들을 수 없다. 그런데 개딸 이야기만 들으면 망한다. 어느 정도는 같이 가면서 민심 지향적으로 가야 한다. 

-이런 상황 속에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름세를 보였다

▲모든 게 다 연동돼있다. 신뢰의 문제인데 민주당이 신뢰를 많이 잃은 상황이다. 민주당이 중도층의 신뢰를 많이 받았다면 정부를 때리는 게 힘이 실린다. 지금은 발목 잡는 수준이다. 2020년 총선을 치를 때도 문재인정부에 대한 인식이 좋지만은 않았다. 지지율은 괜찮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도 터지고, 부동산도 급등했지만 미래통합당에 신뢰가 낮으니까 잘한다며 선택받지 못했다. 민주당도 지금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을 임기 초반부터 세게 때리고, 김건희 여사를 악마화하고, 검찰공화국이다, 독재다 같은 센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런데 이건 어느 순간 질리게 된다. 지금이 검찰 독재면 자기들이 어떻게 정치를 하고 있겠나. 국민이 이제 좀 질리신 것이다. 민주당도 도덕적이지 않으면서 돈봉투, 김남국 사태가 터지는 위선적인 행태를 보인다. 이런 게 좀 도움이 됐다고 본다. 

-다음 계획은 뭔가?

▲젊고 머리가 잘 돌아갈 때 국회의원으로 활동해보고 싶다. 원외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했다. 원외 정치인으로서 과분할 만큼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구상한 것들로 원내서 정치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 또 이걸 넘어 비수도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근래에 많이 든다.

경제적 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된 지 이미 오래다.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조금 폐쇄적인데 이대로 가다가는 정치권서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게 퇴색된 구호가 될지 모른다.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갖고 비수도권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이야기할 리더급 정치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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