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가스 회장님 기막힌 익절 타이밍

2023.06.09 15:45:31 호수 1430호

미리 알고 쟁여 놓은 450억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SG증권에서 촉발된 주가 폭락 사태의 불똥이 곳곳으로 튀고 있다. 범행을 공모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며, 몇몇 기업인들의 연루 가능성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 역시 용의선상에 올라 있다.



최근 검찰은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주가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를 비롯해 범행을 공모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을 상대로 수사망을 넓혀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지난달 19일 라 대표 일당이 수수료를 세탁하는 창구로 활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갤러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고, 압수수색 대상에는 투자자 진모씨의 주거지와 사무실도 포함됐다.

오비이락

검찰은 라 대표를 시세조종 등 혐의로 구속한 이후 공모관계가 의심되는 이들을 상대로 강제수사를 벌이며 혐의 다지기에 공을 들였다. 라 대표 등 핵심 3인방을 우선 겨냥했던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라 대표가 주가폭락 책임자로 지목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 등에 대한 수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라 대표는 구속 전 언론 인터뷰를 통해 김 전 회장이 상속세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주가를 낮추기 위해 공매도를 했고, SG증권에서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가 발생해 주가가 폭락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거물급 경제인인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에 대한 의혹도 커지는 양상이다. 앞서 라 대표에게 돈을 맡겼던 투자자 50여명이 김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낸 게 발단이었다.


지난달 17일 오전 공공운수노조 소속 도시가스 안전점검원들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가폭락 직전 10만주를 매도해 457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얻은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김 회장이 주가 폭락 직전 10만주를 매도한 것에 대해 “주가 상승과 하락 시기를 알기라도 한 듯 기가 막힌 타이밍에 시세차익을 봤다”며 “주가조작 세력과 분명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급락 직전 매각한 회사 주식
조작 세력과 연관 의혹 증폭 

앞서 서울도시가스 주가는 2021년부터 약 2년간 특별한 호재 없이 9배 가까이 치솟았다. 이 기간 동안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김 회장은 주가 폭락 일주일 전인 지난달 17일, 시간외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서울도시가스 주식 10만주를 주당 45만6950원에 매도해 456억9500만원을 현금화했다.

이후 서울도시가스 주가는 지난달 24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9만원 선으로 내려앉았고, 김 회장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측은 서울도시가스가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주식 유통량이 큰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한 기간에도 ‘작전세력’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혹이 제기되는 와중에 김 회장 아내와 세 자녀가 지난 3월15일부터 4월18일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서울도시가스 주식 3만815주를 매도해 150억원의 차익을 본 것 역시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김 회장 2선 후퇴가 결정될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1945년생인 김 회장은 슬하에 2남 1녀를 두고 있는데, 최근 사내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장남 김요한 부사장이 후계자로 꼽힌다. 장녀 김은혜씨와 차남 김종한씨는 아직까지 회사에서 뚜렷한 입지를 구축하지 못한 상태다. 

다만 지분 승계 작업이 완료되려면 다소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서울도시가스 지배구조는 ‘김영민 회장→서울도시개발→서울도시가스’로 이어진다. 김 회장은 서울도시개발 지분 98.04%를, 서울도시개발은 서울도시가스 지분 26.27%를 각각 갖고 있다. 김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서울도시가스 지분 9.54%를 갖고 있다.

엄청난 이득

후계자들의 주식 보유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김요한 부사장이 보유한 서울도시가스 지분은 0.01%에 불과하며, 김은혜씨 역시 지분율이 0.02%에 그친다. 김종한씨는 아예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지분 승계를 염두에 둔 상태라면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서울도시가스 주가가 하락한 현재 증여를 진행하면 과거에 비해 증여세가 크게 축소되기 때문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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