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건설 생사 갈림길, 왜?

2023.03.02 13:20:17 호수 1416호

멈춘 현장…막힌 돈줄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돈의 흐름이 막히면서 공사 현장은 줄줄이 멈췄고, 어느새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몰린 것이다. 이 와중에 방만 경영의 흔적마저 곳곳으로 드러나면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1969년 세림개발산업으로 설립된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수차례에 걸쳐 주인이 바뀐 전례가 있다. 1989년 진로그룹에 인수됐지만, 자금난을 겪다가 2003년 대우조선에 매각됐고, 2019년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에 또 한 번 팔린 아픔을 겪기도 했다. 현재는 한국코퍼레이션그룹 계열사인 한국테크놀로지의 휘하에 놓여 있다. 지난해 기준 도급 순위는 83위이고, 자체 아파트 브랜드 ‘엘크루’를 보유 중이다.

암담한 현실

최근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 6일 서울회생법원은 대우조선해양건설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월22일 사측으로부터 임금 34억원을 받지 못했다며 노조가 회생신청을 제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앞서 법원은 지난달 12일 대우조선해양건설의 재산을 동결하는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현재 대우조선해양건설 채권자 명단에는 건설공제조합 외 462인이 등록됐다. 

건설업계는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특히 상위 100위에 포함된 건설사가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부각되는 양상이다. 춘천 레고랜드 사태 이후 무겁게 가라앉은 PF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참여한 건설 현장에서 공사 중단이 속출하는 등 사전 징조가 보였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평창 스위트엠 엘크루’ ‘고성 스위트엠 엘크루’ ‘경주 엘크루 헤리파크’ ‘속초 영랑호 엘크루 라테라’ 등 공사 현장에서 하도급업체에 대한 대금 미지급 문제가 불거졌다.

회사의 수익성이 최근 들어 급격히 나빠지면서 사태 해결이 요원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2020년 23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188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 3분기 기준 70억원대 누적적자로 전환된 상태다.

이런 와중에 외부 압박은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단성한)은 지난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건설 사무실 등을 찾아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4월 콜센터운영대행업체 한국코퍼레이션과 한국테크놀로지 사무실, 김용빈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나락으로 떨어진 중견 건설
여기저기 민폐…회생불가?

한국코퍼레이션은 김 회장이 실질적인 소유주로 알려졌고, 한국테크놀로지의 대주주인 한국이노베이션은 김 회장과 한국홀딩스가 지분을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한국홀딩스 대주주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2018년 한국코퍼레이션 유상증자 당시 빌린 돈으로 증자대금을 납입한 뒤 유상증자가 완료되자 이를 인출해 차입금을 변제한 혐의를 받는다. 또 2020년 3월 감사인의 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미공개 중요 정보를 미리 입수하고 보유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받고 있다.

회생절차에 돌입할 정도로 회사 경영상태가 악화됐음에도 정작 김 회장은 사적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일 KBS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해 법인카드로 서울 청담동의 한 명품매장에서 1500만원을 결제했다.

인근 골프용품점에서는 79만원이 계산됐고, 근처 피부과에서는 500만원 가까이 사용 내역이 찍히기도 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김 회장 명의의 법인카드로 사용된 접대비와 업무추진비는 각각 2억1000만원, 1억20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건설 부실은 스포츠 분야에도 커다른 불똥을 남긴 형국이다. 프로농구 구단 고양 캐롯의 최근 선수단 급여가 밀렸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구단은 대우조선해양건설을 모기업으로 하는 데이원스포츠가 운영 중이다.

컬링 분야에도 비상이 걸렸다. 김 회장은 2021년부터 맡고 있던 대한컬링연맹 회장직을 지난 3일 내려놨다. 최악의 경우 오는 4월 강릉에서 개최되는 2023 믹스더블(혼성 2인조) 세계선수권대회에 앞서 수장을 찾지 못할 수 있다.


터져나온 잡음

골프 분야에서는 대회가 취소되는 촌극이 발생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주관으로 지난해 9월 열릴 예정이었던 ’엘크루 프로 셀러브리티 2022‘는 대회 스폰서였던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운영비를 완납하지 못해 개막 하루 전에 취소가 결정됐다. 현재 KLPGA는 대우조선해양건설 채권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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