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호 교수의 대중범죄학> 연쇄살인에 대한 오해와 통념

  • 이윤호 교수
2023.01.06 14:27:02 호수 1409호

미국 형사사법연구원은 연쇄살인에 대한 10가지 통념을 사실 자료와 통계 등을 이용해 설명한 적 있다. 이들은 연쇄살인이 마치 유행병처럼 여겨지지만, 실제 미국 전체 살인 중 연쇄살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쇄살인범은 외관이나 생활유형이 평범하지 않다는 주장도 잘못된 통념이고, 연쇄살인범과 비폭력적인 사람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연쇄살인범은 일반적으로 정신이 온전치 않다는 인식과 달리, 대다수는 정신이 이상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은 옳고 그름을 알고,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으며, 살해 욕구를 통제할 수 있다. 다만 통제를 선택하지 않으며, 미치광이보다 더 잔인하다는 특징이 있다. 또 연쇄살인범은 반사회적 인성장애자, 소시오패스인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양심이 있으나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함으로써 죄책감을 부인하거나 중화할 수 있다. 

사실 연쇄살인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은 청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려진 선정적이고 과장된 측면에 영향을 받은 면이 존재한다. 사회적으로 구성된 ‘유명인 괴물(celebrity monster)’에 대한 실체보다 더 크게 그려진 언론의 이미지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대중은 그렇게 통념을 사실로 간주하게 된다는 것이다.

지속적이고 정형화된 왜곡, 과장, 선정적 기술이 연쇄살인의 희소성, 희귀성과 결합해 연쇄살인에 대한 대중적 통념으로 연결된 셈이다.

연쇄살인과 관련된 대부분의 통념은 성별, 인종, 지능, 생활조건, 그리고 피해자 특성과 관련된 것들이다.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통념은 모든 연쇄살인범이 남성이라는 오해인데, 실상은 다르다.


물론 남성 연쇄살인범이 월등히 많지만, 미국에서 전체 연쇄살인의 17%가량이 여성 범죄자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전체 살인범의 10% 정도만이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남성 대비 여성 연쇄살인범의 비중이 전체 살인의 경우보다 더 높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연쇄살인범이 소외되고 역기능적 외톨이라는 통념도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다수의 연쇄살인범은 언론에 그려지는 허구의 소외된 괴물이 아니고, 이상하거나 튀어 보이지 않는다. 연쇄살인범은 보이는 그대로 숨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그들이 다른 모든 사람들과 똑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숨을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그들을 매우 위험한 존재로 분류하게 되는 배경이 된다.

몇몇 사람은 모든 연쇄살인은 정신적으로 아프거나 영화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Dr. Hanibal Lecter와 같은 천재적 악마일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연쇄살인범은 미국정신의학회에서 정신질환으로 간주하지 않는 소시오패시나 사이코패스와 같은 반사회적 인성 장애를 가질 개연성이 훨씬 더 높다.

그들이 법률적으로 정신이상이 되기 위해서는, 살인이 법률적으로 잘못된 것인지 알지 못해야 하는데, 실제 악명높았던 연쇄살인범 John Wayne Gacy나 Dennis Rader는 살인의 불법성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고 한다.

연쇄살인범은 오로지 성적으로만 동기가 지워진다는 통념도 있는데, 사실은 보복, 분노, 흥분, 재정적 이득, 관심 추구 등을 포함하는 다른 동기들도 많다. 연쇄살인범은 자신의 살인을 중단할 수 없다고 잘못 알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들의 일부는 붙잡히기 전에 모든 살인을 중단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연쇄살인범이 붙잡히기를 바란다고도 하는데, 오히려 범행이 계속될수록 경험과 기술이 쌓여서 점점 더 붙잡히질 않거나 붙잡힐 수 없다고 느끼게 된다.

 

[이윤호는?]

▲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
▲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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