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뒤바뀐 재계 시총 서열 막전막후

2022.12.29 14:34:56 호수 1407호

불황 암초가 만든 지각변동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주식시장에 드리워진 악재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침체 우려가 하락장이라는 커다란 암초를 만들었고, 이 영향으로 시가총액 순위도 크게 요동치고 있다. 대외 변수에 취약한 국내 경기의 특성이 주식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된 양상이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은 먹구름이 잔뜩 낀 형국이었고, 시간이 갈수록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촉발된 외부 불안요소가 국내 경기에 표면화되면서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친 모양새였다. 그 결과 연초에 3000을 바라보던 코스피지수는 2100선으로 추락했다가 최근에는 230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급격한
등락

주가 하락의 흐름은 대기업도 피할 순 없었다. 지난해 말 기준 1639조원이었던 30대 그룹의 시가총액은 지난 19일 기준 1388조원으로 15.3% 감소한 상태다.

덩달아 주요 그룹 시가총액 순위에서 급격한 변화가 목격됐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와 엇비슷한 흐름이었던 시총 순위는 이후 IT·바이오 업종 기반 대기업의 주식 가치 상승에 힘입어 판도가 뒤바뀌었다. 카카오·셀트리온·네이버 등이 시총 순위 상위권에 포진하게 된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들어 핵심사업 분야의 업황에 따라 그룹별 시총 순위 등락이 확연해졌다. 지난 19일 기준 시총 상위 10대 그룹은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카카오 ▲포스코 ▲셀트리온 ▲네이버 ▲현대중공업 ▲한화 등이다. 해당 명단에 포함된 대다수 그룹의 시총이 하락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삼성은 시총이 550조원에 달한다. 이는 압도적인 국내 1위이자 코스피 전체 시총의 약 절반에 해당된다. 다만 삼성전자의 부진으로 1년 새 시총이 17.8% 감소하는 등 삼성 관련 주식의 가치 하락이 확연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SK는 시총 131조원으로 3위에 올랐지만 전년 대비 38%가량 시총이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컸던 IT 부문 계열사의 시총 하락폭이 그룹 전체에 영향을 준 흐름이다.

시총 순위 4위인 현대자동차도 별반 다를 게 없다. 현대자동차의 시총은 102조원으로, 전년 대비 21.1% 줄어들었다. 미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를 비롯한 대내외 악재가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엎치락 
뒤치락

카카오는 시총 하락이 가장 두드러졌다. 지난해 말 기준 100조원을 넘겼던 카카오의 시총은 1년 새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발생에 따른 대외 인지도 하락과 계열사 매각 실패 및 수익성 저하 등이 발목을 잡았다. 

셀트리온과 네이버 역시 시총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셀트리온은 7위 자리를 지켰지만 시총 규모 30조원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시총 순위 6위였던 네이버는 시총 규모가 1년 새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순위가 두 단계 하락했다.

반면 시총 규모가 커진 그룹도 여럿 보인다. 해당 항목에는 LG·포스코·현대중공업·한화 등이 이름을 올렸는데, 특히 LG의 약진이 돋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120조원이었던 LG의 시총 규모는 212조원으로 무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코스피에 상장된 후광 효과였고, 이 영향으로 LG의 시총 순위는 두 계단 높아졌다.

희비 확연했던 ‘업&다운’
내년 판도 어떻게 변할까?

포스코는 시총이 43조원대로 증가한 덕분에 순위를 8위에서 6위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포스코케미칼을 축으로 하는 투자 포트폴리오가 힘을 받으면서 그룹 시총 규모가 커진 모양새다.


현대중공업은 시총 규모가 기존 25조원에서 29조원으로 확대됐고, 순위는 9위를 유지했다. 한화는 기존 소폭 증가하면서 롯데를 대신해 10위권에 진입했다.

기업별 시총 순위에서도 크고 작은 변화가 감지됐다. 삼성전자가 코스피 시총 1위를 굳건히 지켰지만 시총 규모는 지난해 말 467조원에서 지난 16일 기준 355조원으로 줄었고, 전체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밑으로 떨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 상장한 이래 시총 2위를 고수했다. 시총 규모는 지난 11월11일 146조원으로 최대치를 찍었다가,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 수요 부진 등 영향으로 113조원대로 내려앉았다.

혼재 양상
희비 교차

지난해까지 시총 2위를 지켰던 SK하이닉스는 LG에너지솔루션이 시총 2위로 상장한 후 3위로 내려앉았고, 최근에는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지난 10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밀린 이후 4위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카카오 관련주의 내림세는 확연했다. 지난해 말 기준 5위였던 카카오는 1월에만 9위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했지만, 데이터센터 화재 등 악재가 겹치며 10위권으로 밀려났다.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시총 10조원 이상인 ‘10조 클럽(시가총액 10조원 이상)’의 숫자도 크게 감소한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42개에 달했던 10조 클럽 기업 수는 35개로 줄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SK아이이테크놀로지·넷마블·엔씨소프트·크래프톤 등이 10조 클럽에서 밀려났다. 반면, LG에너지솔루션, 고려아연 등 2차 전지 관련주와 삼성화재, 현대중공업 등 4곳이 10조 클럽에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시총 규모 및 순위는 앞으로도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최근 전 세계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외국계 투자은행과 증권사들은 내년 한국 증시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힘을 받는 탓이다.  


또 모른다
앞날 불투명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향후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게 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투자자예탁금은 45조1317억원을 기록해 1년 사이 가장 적었다.

개인투자자들이 빚을 내면서까지 투자하던 열기도 사그라든 지 오래다. 연초 23조원대 수준을 보이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최근 17조원대에 머물러 있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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