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무용지물 ‘스마트 상황실’ 뭐길래…

2022.11.14 13:37:59 호수 1401호

혈세로 만들어 놓고 카톡 쓴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정인균 기자 = 1분1초.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상황 전파와 정보 공유는 매우 중요하다. 큰 재난이나 참사가 발생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이 문제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던 국립중앙의료원은 몇년 전 '스마트 상황실'이라는 메신저를 만들었다. 스마트 상황실을 만드는 데는 적지 않은 세금이 들어 갔고, 의료원 관계자들은 이것이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그 누구도 스마트 상황실을 사용하지 않았다. 국가 예산을 써서 기껏 만들어 놓았음에도, 모두 사용하기 편한 '카카오톡' 메신저를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급파된 의료진은 급박하게 움직였고, 중앙 상황실도 여러 상황을 현장 의료진에게 공유했다. 그러나 엇박자는 계속해서 속출했다. 현장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아수라장이 됐고,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 모든 것이 "정보 공유에 혼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5억 투입

이번 참사 당시 마련된 카카오톡 모바일 상황실에는 300명에 달하는 인원이 있었다. 모바일 상황실이란, 긴급 재난 상황에서 구조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가 공유하는 모바일 정보망이다. 여기에는 보건복지부, 소방관계자, 중앙응급의료지원센터, 재해의료지원팀(DMAT) 등이 초대돼있다. 

이 밖에도 여러 의료계 관련자가 실시간으로 초대됐고, 현장 상황을 업데이트했다. 이들은 나름 노력했지만, 지휘와 현장 인력간의 소통 문제가 발생하며 여러 군데에서 엇박자가 났다. 재난 전문가들은 이것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상황실과 불완전한 소통체계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한, 정부 관계자, 현장 의료진들은 '카카오톡'이라는 민간 업체에 의존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카카오톡은 얼마 전, 먹통 사태를 일으키며 대중에게 실망을 준 바 있다. 먹통 사태 당시 사천칠백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사용자들은 몇시간 동안 메신저를 읽을 수도, 보낼 수도 없었다. 한 재난 전문가 는 <일요시사>와의 전화통화에서 "만일 이날에도 카카오톡에 치명적인 오류가 생겼다면 희생자는 더욱 늘어났을 것이다"며 "국가 재난에서의 의사소통을 이런 민간 업체에게 의존하고있다는 점이 매우 의아스럽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사례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당시 새벽 1시39분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 소속 직원이 “망자와 관련해 남은 30여명이 순천향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다는데 수용이 가능한가?”라고 질문하자, 중앙응급의료상황팀은 “이러지 마세요. 망자 지금 이송하지 마세요. 응급환자 포함 살아있는 환자 40여명 먼저 이송합니다”라고 답변했다.

새벽 1시47분에도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 소속 직원이 “사망 지연 환자 이송병원 선정을 요청합니다”라고 올렸고, 중앙응급의료상황팀은 “산 사람부터 병원 보냅시다, 제발”이라고 호소했다.

현장 상황의 전파와 상황실의 지휘가 엇박자가 난 셈이었다. 한국교통대학교 김의수 안전공학과 교수는 “재난 시스템은 정부 주도가 필요하다”며 “이번 참사는 국가적 차원에서 보완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재난·참사 등 상황 발생 시 활용 비상앱
2017년 첫선…의료진·소방 인력 몰라

통상 재난이 발생했을 때 역대 정부들은 현장과 상황을 총괄하고, 국가적 차원의 시스템을 마련해왔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정보화팀에서도 재난, 참사 등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활용하도록 만든 것이 바로 스마트 상황실 애플리케이션이다.

재난 의료 지원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및 중앙응급의료센터 재난 응급의료 상황실, 현장 출동 의료진, 119 간의 상황 업무 공유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사고 발생 지점 및 환자 정보를 등록할 수 있고, 신속한 이송정보 등록과 이동 동선 확인 등이 가능하다.

해당 앱은 2017년 첫선을 보였고, 이듬해 보완 작업을 거쳤다.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기에 약 5억원이 투입됐다.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정보화기획팀의 제안요청서에 따르면 ▲안정적인 메신저 ▲화상회의 기능 추가 ▲쪽지 보내기 기능 추가 ▲그룹형 게시판을 통한 상황 공유 및 전달 기능 ▲중앙센터, 전국 응급의료기관 및 유관 기관 조직도 기능 등이 주요 사업내용이다.

베타 버전에 이어 본격적으로 알파 버전이 배포된 시기는 2019년으로 올해로 약3년이 다 돼간다. PC 버전과 스마트폰 앱 둘 다 개발됐다. 그러나 앱이 출시된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앱을 모르고 있는 의료진, 소방 인력도 많다.

스마트 상황실 앱은 미리 등록되지 않는 인원을 추가로 초대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한 현직 소방관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스마트 상황실 자체를 처음 듣는다”며 “국가에서 마련된 다른 관련 앱 등이 있기는 하지만 카카오톡이 훨씬 더 수월하기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꿎은 세금만 낭비, 확장성 한계 
국가 차원 대책 없으면 혼란 야기

문제는 해당 앱이 국비를 들여 고도화 작업을 했지만, 재난 상황 시에는 사용 빈도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한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의료센터 관계자는 “스마트 상황실을 동시 가동하긴 하지만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이유는 상용 메신저이기 때문”이라며 “담당자들이 보건소로 출동하는 민간 의료진 같은 경우는 당직자에 따라 수시로 변경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중으로 가동하긴 하지만 속도성 등 때문에 스마트 상황실 앱을 예비용으로 사용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서도 해당 앱은 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스마트 상황실은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이용자 사전 승인 가입 절차가 복잡하고, 확장성의 한계가 있다”며 “카카오톡 내 모바일 상황실을 우선 활용하고 있다. 다만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백업, 이중화하고는 있다”고 밝혔다.

국비를 들여 마련했지만 제대로 사용되지 않아, 애꿎은 세금만 낭비한 셈이다.

<일요시사>는 국립중앙의료원 측에 앱 개발에 소요된 예산에 대해 물었으나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초기 개발비, PC 버전, 스마트폰 버전, 베타 버전, 알파 버전, 고도화 작업 등이 이뤄진 것을 미뤄봤을 때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게 뭐야?


신 의원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국가 앱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비용을 들여서 대안 앱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카카오톡이 오류 났을 때 스마트 상황실 앱을 사용하긴 하겠지만 불안정성의 문제가 발생해 이대로라면 앞으로 또 참사가 발생했을 경우 더욱 큰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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