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선수생활 마침표 찍는 최나연

2022.11.08 10:22:19 호수 1400호

“내 전부였던 골프와 작별할 시간”

여자 골프계를 수놓았던 또 한 명의 스타가 은퇴를 선언했다. 세계 최고 무대에서 통산 9승을 기록한 최나연이 그 주인공. 그는 골프를 좀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또 다른 출발선에 서기로 했다.



최나연(35)이 작별 인사를 전했다. 최나연은 지난달 5일 매니지먼트사 지애드스포츠를 통해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최나연은 오는 11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을 끝으로 기나긴 투어 생활을 마무리한다.

종지부

최나연은 “지금이 은퇴하는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했다”며 “그동안 한 치의 부끄러움과 후회없이 열심히 선수 생활을 했다. 은퇴를 결정하는 고민의 시간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저를 위해 또 한 번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로 했다”며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최나연은 한국 여자골프의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개인 통산 15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9승을 거두며 한국 여자골프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주인공 중 한 명이다.

고교 1학년이던 2004년 11월 ADT캡스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뒤 프로 무대에 뛰어든 최나연은 2008년에 퀄리파잉스쿨을 통해 LPGA 투어에 진출했다. 2009년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LPGA 투어 첫 승을 거뒀고, 이듬해 LPGA 투어 상금과 평균 타수 1위에 올랐다. 2012년에는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을 제패했다.


최나연은 프로 골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던 SK텔레콤과 대방건설 등 후원사와 여러 협회, 그리고 전 세계 곳곳에서 응원해준 팬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최나연은 “제가 꿈을 키운 수많은 무대를 만들어주신 LPGA와 USGA(미국골프협회), KLPGA, KGA(대한골프협회)의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18년간 선수 생활 동안 물심양면으로 큰 도움 주신 SK텔레콤과 대방건설을 비롯해 함께했던 모든 후원사에도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개인 통산 15승 금자탑
여자 골프 이끈 주인공

비록 은퇴하지만, 최나연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방송, 레슨 행사 등을 통해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최나연은 “많이 그리울 것도 같지만, 이제부터 또 다른 두 번째 인생을 신나게 살아보려고 한다”며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더욱 큰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금까지 제가 받은 사랑과 응원을 기억하며 앞으로는 여러분에게 저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며 살아가고 싶다”고 밝혔다.

부상과 슬럼프도 혹독하게 겪었던 최나연은 굴곡의 선수 생활을 되짚으며 후배들에 대한 응원도 전했다.

최나연은 “해외 생활을 하며 외국 선수를 많이 사귀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영어가 익숙하지 못했고 낯가림도 있고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해외 동료 선수들과의 관계는 늘 뒷전으로 미뤄졌다”며 “나의 동료들이자 친구였던 만큼 앞으로는 멀리서 꼭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길이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이란 걸 알기에 그들에게 마냥 힘내라는 말보다는 가끔은 여유를 가지고 돌아보며 자신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존재인지 아껴주고 사랑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미 당신들은 위대하고 대단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외로운 싸움 끝내고 새 출발
“책도 쓰고 후배도 가르칠 것”

최나연의 마지막 LPGA 투어 경기는 지난달 20일부터 나흘 간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컨트리클럽에서 진행된 BMW레이디스 챔피언십이었다.

최나연은 지난달 25일 은퇴 기자간담회를 갖고 선수생활을 마친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털어놨다. 이 자리에서 최나연은 “제 골프 인생을 점수로 매긴다면? 지금은 100점 주고 싶어요”라고 자신을 평가했다. 


최나연은 “BMW 대회 전까지 점수를 준다면 70점을 줄 것 같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팬들과 함께 정말 기쁘게 골프를 했다. 이번 BMW 대회가 가장 기뻤던 대회였던 것 같다”며 “US 오픈에서 우승을 했을 때는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골프 인생 중에서 가장 행복했다”고 말했다.

최나연의 은퇴 후 첫 작업은 자신의 청춘이 담긴 책을 쓰는 것이다. 최나연은 “제 청춘을 바친 LPGA 투어에 대한 기억이 지워지기 전에 책을 한번 써보려고 한다. 한 권의 책으로 제 10대와 20대, 30대를 볼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은퇴를 생각하며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이 책이었다”며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지도 책에 담을 것”이라며 저술 계획을 밝혔다.

최나연은 은퇴 이후에도 꾸준히 골프 연습을 할 계획이다. 최나연은 “집 지하에 골프채와 트로피로 채워진 공간이 있는데 거기 연습장을 차릴 생각”이라며 “은퇴를 했다고 골프를 못 친다는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골프를 좀 재미있게 즐기려고 한다. 집에 왼손잡이 클럽이 있는데, 왼손으로 골프를 쳐볼까도 생각하고 있다”고도 했다.

담담한 퇴장

오랜 기간 이어진 슬럼프 당시 힘들었던 이야기도 쏟아냈다. 그는 “드라이버를 쳤는데 공이 옆코스로 날라간 적도 있다. 그런 샷이 한 번 나오면 그 다음에 플레이를 하는 것이 두려워졌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채를 모두 부러뜨린 적도 있다”면서 “한번은 드라이버를 치는데 심박수가 170이 넘은 적도 있었다”고 5년 가까이 이어진 부진 당시 힘들었던 마음을 웃으며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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