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김주형 성공신화

2022.10.31 13:53:45 호수 1399호

PGA 호령하는 스무살 젊은 피

김주형이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다. 올해 들어 두 번이나 시상대 꼭대기에 섰고,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신인왕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의 활약을 눈여겨본 골프 황제는 손수 초청장을 건넨 상황이다.

 



김주형은 지난 10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TPC 서머린(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총상금 80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잡아내며 5언더파 66타를 쳤다. 4라운드 합계 24언더파 260타를 기록한 김주형은 공동 2위 패트릭 캔틀레이, 매슈 네스미스(이상 미국)를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44만달러(약 20억원).

파죽지세

김주형은 지난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PGA 투어 우승을 차지한 후 2개월 만에 다시 정상에 오르며 시즌 2승째를 달성했다. 첫 우승 시 정식 회원이 아닌 임시 회원 신분이었던 김주형은 이번에는 PGA 투어 카드를 따낸 뒤 승리를 거뒀다.

PGA 투어에서 21세가 되기 전에 두 차례 우승한 선수는 1932년 랠프 걸달(미국), 1996년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김주형이 세 번째다. 특히 만 20세3개월의 김주형은 20세9개월에 PGA 투어 두 번째 우승을 거둔 우즈보다 더 빨리 2승 고지에 올랐다.

프레지던츠컵에서 맹활약을 펼쳐 이미 큰 주목을 받은 김주형은 이번 대회에서 보기를 하나도 적어내지 않는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PGA 투어 노보기 우승도 세 번밖에 나오지 않은 진기록이다. 앞서 1974년 리 트레비노(미국)에 이어 2019년 J. T. 포스턴(미국) 등 두 명만 노보기 우승을 달성했다.


김주형은 경기 후 방송 인터뷰에서 “말하기 어려울 만큼 행복하다”며 “캐디 도움이 컸다. 팀워크가 좋았고 작전을 잘 세웠다”고 말했다.

특히 세계랭킹 4위 패트릭 캔틀레이(미국)와 챔피언조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둬 스무살 신예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을 과시했다. 캔틀레이와 공동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김주형은 4번(파4), 8번(파3), 9번 홀(파5) 버디를 잡아내며 1타밖에 줄이지 못한 캔틀레이를 압도했다.

21세 이전 2승…우즈 이후 최초
신인왕 실패했지만…달라진 위상

하지만 캔틀레이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캔틀레이는 11번(파4), 12번 홀(파4) 연속 버디로 다시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김주형이 13번(파5), 14번 홀(파3) 버디로 다시 달아났지만 캔틀레이는 300야드만 치면 그린에 볼을 올릴 수 있는 15번 홀(파4)과 투온이 가능한 16번 홀(파5)에서 이글 기회를 잇달아 만들어내며 버디 2개를 보탰다.

연장전이 예상되던 승부는 18번 홀 티샷에서 싱겁게 갈렸다. 캔틀레이가 친 볼이 페어웨이를 한참 벗어난 황무지에 떨어졌다. 돌과 흙바닥, 덤불 등으로 어수선한 황무지에서 캔틀레이는 한 번에 나오지 못했고 네 번째 샷은 연못으로 향했다.

김주형은 편안하게 두 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려 퍼트 두 번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18번 홀에서만 3타를 잃은 캔틀레이는 2언더파 69타를 적어내고 매슈 니스미스(미국)와 함께 공동 2위(21언더파 263타)에 만족해야 했다.

올 시즌 2승째를 챙긴 김주형은 순식간에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올라섰지만 최종 수상에는 실패했다. PGA 투어는 지난 20일(한국시간) “캐머런 영(미국)이 투어 회원들의 94%의 득표율을 얻어 김주형과 사히스 티갈라(미국)를 제치고 신인상인 아널드 파머상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PGA 투어 올해의 신인은 최소 15번 이상의 정규투어 대회를 치른 PGA 투어 회원들이 투표를 통해 수상자를 가린다.

우즈 주최 대회 초청받아
변방에서 주류로 올라섰다

지난 시즌 25개 대회에서 메이저대회 디 오픈을 포함해 무려 5개 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하며 페덱스컵 19위를 기록한 영은 최근 40년 동안 한 시즌에 가장 많은 준우승을 차지한 선수로 비제이 싱(피지, 2003년)과 타이 기록을 세웠다. 

이를 포함해 톱3에 2번, 톱10에 7번 오르며 현재 세계랭킹 16위를 기록하고 있다. 영은 지난 시즌 상금 652만598달러(약 93억5000만원)를 벌어들이며 PGA 투어 역사상 한 시즌 가장 많은 상금을 획득한 신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8월 윈덤 챔피언십에서 역대 두 번째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혜성같이 등장한 김주형도 신인상 후보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8월에 PGA 투어 정회원이 돼 활동 기간이 짧았던 김주형은 영보다는 불리한 위치일 수밖에 없었다. 

김주형은 경쟁자들에 비해 우승 경력이 있는 것이 강점이었지만, PGA 투어 선수들은 단기 임팩트보다는 장기적으로 꾸준한 성적을 거둔 선수에게 표를 주는 경향이 있다. 특히 플레이오프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에 진출한 신인들이 올해의 신인으로 선정돼 왔다.

 

 

임성재(24)를 비롯해 잰더 쇼플리, 애런 와이즈, 스코티 셰플러, 윌 잴러토리스(이상 미국)에 이어 영까지 최근 6년 동안 신인상을 받은 선수들은 모두 투어 챔피언십 진출에 성공한 신인들이었다.

김주형은 비록 신인왕을 받지 못했더라도 세계 최고 무대에서 충분히 통한다는 걸 입증하는 데 성공했고, 그를 눈여겨보는 업계 사람도 많아졌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역시 김주형을 주목하는 유력 인사다. 

타이거 우즈는 지난 5일(한국시간) 자신의 재단이 12월 주최하는 특별 이벤트인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 초청하는 3명을 발표했다. 김주형은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허리부상에서 돌아온 윌 잘라토리스(미국)와 함께 해당 명단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김주형은 지난달 일찌감치 초청장을 받은 임성재(24)와 함께 12월1일부터 나흘간 바하마의 알바니 골프장에서 열리는 히어로 월드 챌린지(총상금 350만달러)에 출전하게 됐다.

남다른 떡잎

총참가 선수는 20명으로 3명은 추후 발표한다. 존 람(스페인),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조던 스피스, 저스틴 토머스, 샘 번스, 잰더 쇼플리, 토니 피나우, 빌리 호셸, 콜린 모리카와, 캐머런 영, 맥스 호마(이상 미국), 빅토로 호블란(노르웨이) 등이 출전한다. 이 중 영과 호마, 임성재, 김주형은 첫 출전이다.

한국 선수 두 명이 이 대회에 초청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최경주(2003·2008·2011년)와 양용은(2009년)이 출전한 바 있다. 임성재는 2년 전에도 초청받았으나 코로나 펜데믹으로 대회가 취소되는 바람에 나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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