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섬세함의 극치’ 김남표

2022.09.22 00:00:00 호수 1393호

털을 세워 그린 밤의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김남표 작가의 개인전 ‘Origin-Instant Landscape’를 준비했다. 2020년 11월 개인전 ‘검질’ 이후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하는 김남표의 두 번째 전시다. 



김남표 작가는 2020년 개인전을 가진 이후 2년여 만에 다시 호리아트스페이스로 돌아왔다. 이번 전시는 새롭게 확장된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15점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인조모 바늘을 이용한 스크래칭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은 관람객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섬세함의 극치에 이르렀다는 평이다.

바늘로

김남표가 인조모 스크래치 기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6년 전. 인조모 스크래치 기법으로 1점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수개월간의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수만 혹은 수십만번의 미세한 터치를 가해야 원하는 장면을 얻어낼 수 있는 회화는 경이롭기까지 하다. 

이진명 미술평론가는 “김남표는 종교적 차원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회화에서 숭고는 영원해야 한다고 믿는 점에서 그는 본질주의자이며 진정한 회화주의자”라며 “현실에서 숭고를 느끼고 찾아야 한다고 믿는 부분에서 수평적 숭고의 실천자”라고 설명했다. 

2020년 이어 2년 만에 전시
인조모 스크래치 기법 15점


그러면서 “이것은 작가가 전대 회화의 역사와 회화가에게 질문하고 그들로부터 얻은 대답”이라며 “김남표가 말하고자 하는 세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수평의 세계 또한 끝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남표는 그동안 일관되게 작품 제목으로 삼았던 ‘Instant Landscape’에 ‘Origin’을 더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자신이 추구했던 본질적 회화주의를 소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모든 작품은 관람객의 시각과 촉각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흥미로움을 선사한다.

특히 신작 ‘검은 풍경’은 회화가 지닌 본질적인 힘을 증명한다. 

전시는 크게 두 가지 형식으로 구성된다. 메인 공간인 3층에서는 인조모 스크래치 기법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남표는 작품을 액자에 가두지 않았다. 관람객은 머리카락 굵기의 세밀한 인조모 결이 바늘을 만나 어떻게 조율됐는지 직접 확인 가능하다. 희미한 밤 풍경 속 ‘현의 미학’이라는 담론을 전할 예정이다.  

26년 전부터 관심 가져
한 점 완성 수개월 걸려

4층 아이프라운지는 유화 작품으로 꾸며졌다. 빛을 최대한 절제한 검은 풍경이다. 아주 소량의 달빛에 파도가 출렁이는 밤바다 풍경, 빙하의 흔적을 담은 몽블랑 고봉의 신비로움을 감상할 수 있다. 

이진명 평론가는 “김남표는 텅 빈 충만을 즉각적으로 현시한다. 이것이 회화라는 추상적 인격체에 작가가 헌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그가 융의 올을 핀으로 일으켜 달밤을 재현하는 행위는 단순 묘사가 아니다.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보는 사람 모두를 과거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한 땀 한 땀

호리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작가에게 기법은 치열한 전장의 무기와도 같다. 하지만 아무리 날카로운 칼이라도 숙련된 검법이나 탁월한 병법을 익혀야만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김남표의 인조모 스크래치 회화는 단순함과 완결함의 미학이 얼마나 아름다움의 근원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가를 증명한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오는 23일까지.


<jsjang@ilyosisa.co.kr>

 


[김남표는?]

▲학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서양화 전공

▲개인전
‘제주도를 그리다’ 교보 아트스페이스(2022)
‘회화적 묵상’ 뮤지엄다(2021)
‘CASTLE’ 갤러리나우(2021)
‘Gumgil’ 호리아트스페이스(2020)
‘Stopping for a while at 50’ 가나부산(2019) 외 다수

▲경력
현 세종대 예술대학 회화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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