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버려진 것’ 민성홍

2022.08.17 09:00:00 호수 1388호

두 개의 산, 달 그리고 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구 중구 소재의 갤러리 봉산문화회관에서 민성홍 작가의 개인전 ‘두 개의 산, 두 개의 달 그리고 물’전을 준비했다. 민성홍은 ‘버려진 것’에서 내재성과 관계성, 그리고 시간성을 바라보는 작가다. 



민성홍의 작품에 접근하려면 먼저 ‘버려진 것’에 대한 의미부터 풀어봐야 한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더욱 사용횟수가 늘어난 일회용품부터 오래됐거나 쓰임새가 다된 물건 등 가치 없다고 생각되는 것이 쉽게 버려지고 있다. 

쓰레기

그렇다고 민성홍이 환경에 대한 의미나 재활용에 집중하는 작가는 아니다. 단순히 쓰레기를 재활용해 예술적으로 재탄생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내재성과 관계성, 시간성을 바라보려 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상하로 길게 늘어진 일상적 풍경, 두 개의 산을 마주하게 된다. 산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수많은 메타포가 숨어있다. 산수화 이미지를 현수막에 출력해 구멍을 뚫은 위장막에 박음질해 화려한 레이스로 꾸몄다.

구슬 꿰기, 카펫에 출력한 산수화 등 정성 어린 수공예품 같은 다채로운 모습은 의미를 더욱더 복잡한 미궁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위장막 안에는 옷걸이와 수집된 가구가 결합해 불완전한 요소가 서로 부딪치는 듯한 파편화된 구조물이 존재한다. 


내재·관계·시간성
버려진 산수화 카펫

이 결합은 개개인의 역사와 경험이 접합된 것으로 낯설고 이질적인 모습이 보여주는 상호보완적 요소를 피력하는 형상이다. 그 위에 덮인 장식적인 요소가 가득한 산수화 위장막은 이상적이며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통해 한계나 제약 같은 부정적인 조건까지도 삶의 일부분임을 인식하도록 해준다.  

결국 각자의 인식과 경험을 접합하고 단순화시켜 삶의 본질에 더욱더 명료하게 다가서게 한다. 그러면서 산이라는 거대한 안식처에서 느끼는 안정감을 통해 모든 허물을 감싸주려는 작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예술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달을 바라볼까. 민성홍은 그 대답으로 설치작업을 내놨다. 거울 위 두 개의 축을 가진 팽이 형상의 뼈대 위에 다양한 장식물로 접합되고 이어진 모습으로 달을 구조화시킨 것이다. 

작품은 좌우 축이 대칭된 모습이지만 일정한 경계 없이 가변적인 구조물로 바닥에는 바퀴를 장착해 이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거울에 비친 벽면의 일루전을 통해 두 개의 달로 인식되도록 확장시켰다. 

침대 매트리스 구조물
묘한 예민함과 불편함

이 작업은 1959년 출간된 김수영의 시집 <달나라의 장난>에서 살고자 하는 의지와 그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한계 상황에서 갈등하는 개인의 상황적 모습을 모티브로 했다. 불가능한 현실 사이의 갈등과 슬픔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재해석한 것. 

여기에 사진 작업 ‘Skin_Layer’ 시리즈 4개의 작품을 통해 축을 기준으로 팽이가 회전하면 구가 되고 달이 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설명했다. 회전을 통해 또 다른 영역이 형성되고 우주적인 이미지가 충돌하는 구조를 연출해 가시적인 영역에서 비가시적인 영역까지 이어지는 작가의 사유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 안쪽에는 침대 매트리스 구조물이 놓여있다. 그 위에는 버려진 산수화를 출력한 카펫이 덮여있다.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산수화의 물과 푹신할 것 같지만 구조물이 드러난 스프링은 묘한 불편함과 예민함을 전달한다. 

오마주


조동오 큐레이터는 “민성홍은 불완전한 요소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에서 관계를 맺으며 자아를 숨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에 대한 오마주를 표하는 동시에 적극적이고 수용적인 자세로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며 “시간의 변화와 흔적의 접합을 통해 현상과 본질, 우연과 필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오가는 작가의 소통 방법이 앞으로 관객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또 다른 행보가 기다려진다”고 기대를 드러냈다. 전시는 오는 10월2일까지. 


<jsjang@ilyosisa.co.kr>

 

[민성홍은?]

▲학력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 회화과 졸업(2004)
추계예술대학교 서양화과 졸업(1999)

▲개인전
‘기억공작소-민성홍’ 봉산문화회관(2022)
‘보임의 보임’ 갤러리 조선(2022)
‘Drift_표류하는 사물들’ 우민아트센터(2020)
‘전이를 위한 연구’ Space XX(2019)
‘Fence around’ CR 콜렉티브(2018)
‘Overlapped Sensibility’ Art Loft(2018)
‘Known or Unknown’ 아트스페이스 휴(2018)
‘Rolling on the ground’ 문래예술공장 스튜디오 M30(2017)
‘Overlapped Sensibility: Imbued 채우다’ 경기도미술관-프로젝트 갤러리(2015)
‘Overlapped Sensibility: Carousel’ 갤러리 Planet(2015)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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