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단상> 공간=f(시간)

  • 김삼기 시인·칼럼니스트
2022.07.06 08:53:33 호수 0호

우리 인생에 정답은 없다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시간에 따라 존재했던 공간을 선으로 그려보면 어떨까? 산다는 것, 즉 삶은 시간과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래서 삶은 시간과 공간이 만나는 선의 연속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함수로 말하면, 시간이라는 X축과 공간이라는 Y축이 만나는 곳이 사람이 존재하는 곳, 바로 삶이라는 의미다.

만약, 어떤 사람이 감옥에 갇혀 있다면, 그 사람은 어느 시간대나 항상 같은 공간에 있음으로 함수 ‘Y=a(상수)’로 표현할 수 있고, 식물인간 상태로 있다면, 어느 공간에 있더라도 시간이 멈춘 상태에 있음으로 함수 ‘X=a(상수)’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수학의 함수는 Y=aX+b(a≠0) 형태의 1차함수와 Y=aX²+bX+c(a≠0) 형태의 2차함수, 그리고 3차함수 등이 있어, 1사분면에서 4사분면까지 전 영역을 통해 표현된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X축과 공간이라는 Y축으로 표현되는 삶의 함수는 원점(0,0)을 기점(출생)으로 시작하는 함수고, 매우 불규칙적으로 1사분면 영역에서만 존재하는 특별한 함수다.

수학의 함수는 두 개의 변수 X, Y 사이에서, X가 일정한 범위 내에서 값이 변하는 데 따라 Y의 값이 종속적으로 정해질 때, X에 대해 Y를 이르는 말로, ‘Y=f(X)’로 나타낸다.


마찬가지로 삶의 함수도 두 개의 변수 시간(X), 공간(Y) 사이에서, 시간(X)이 일정한 범위 내에서 변하는 데 따라 공간(Y)이 종속적으로 정해질 때, 시간(X)에 대해 공간(Y)을 이르는 말로 ‘공간=f(시간)’으로 나타낼 수 있다.

삶의 함수 ‘공간=f(시간)’은 시간이라는 정의역과 공간이라는 치역으로 관계돼있어, 삶이란 공간에 따라 시간이 정해지는 관계이기 보다 시간에 따라 공간이 1:1로 정해지는 관계라고 볼 수 있다.

한편,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서도 시간이라는 X축과 공간이라는 Y축으로 표현되는 삶의 함수 속에서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만남이나 동행 같은 특별한 관계를 의미한다.

사람과 사람이 동일한 공간에 있을지라도 다른 시간대에 있다면 만나거나 동행할 수 없고, 동일한 시간대에 존재하고 있을지라도 다른 공간에 있다면 역시 만남이나 동행을 할 수 없게 된다.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이라는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만남이나 동행이 성립된다는 말이다.

삶의 함수 ‘공간=f(시간)’ 그래프를 생각해보면, 사람과 사람이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에서 만난다는 게 엄청난 행운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래서 장기간의 학교나 군대 생활뿐만 아니라, 음악회나 콘서트 관람 등도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이라는 행운의 운명적인 삶의 함수로 이해해야 한다.

우리가 가족이나 친구, 그리고 직장동료를 운명적인 관계로 여기면서 각별히 대하고 있는데, 이는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이라는 조건을 더 많이 공유하고 있는 삶의 함수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불가에서는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이 역시 짧지만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의 함수 그래프 속에 들어있다는 의미다.

수학의 함수 ‘Y=f(X)’에서 Y를 0으로 놓으면 방정식 ‘f(X)=0’이 되듯이, 삶의 함수 ‘공간=f(시간)’에서도 공간을 0으로 놓으면 삶의 방정식 ‘f(시간)=0’이 된다.


이때, 삶의 방정식 ‘f(시간)=0’은 태어날 때나 죽을 때 외에는 시간이라는 X축과 만나지 않기 때문에 근(정답)이 없는 방정식이 되어 ‘우리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는 어느 시인의 말에 설득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날마다 삶의 함수 ‘공간=f(시간)’을 그려야 하고, 날마다 삶의 방정식 ‘f(시간)=0’을 풀어야 하는 게 우리 인생이다.

오는 8일과 9일 이틀 동안 고대산리조트서 고등학교 동기 모임이 있는데, 동기들은 삶의 함수 ‘고대산리조트=f(2022.7.8-9)’를 멋지게 그릴 것이고, 삶의 방정식 ‘f(2022.7.8-9)=0’도 여유있게 풀 것이다.

2022년 대한민국의 함수 ‘대한민국=f(2022년)’도 잘 그리고, 2022년 대한민국의 방정식 ‘f(대한민국)=0’도 잘 푸는 우리 정부와 우리 국민이 되길 바란다.


* 본 기고문은 <일요시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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