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불 켜진 ‘엽떡’ 속살

2022.05.06 09:02:26 호수 1373호

“빨대 꽂은 오너만 살판났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분식 프랜차이즈 ‘동대문엽기떡볶이’를 운영하는 핫시즈너가 좀처럼 수익성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수확물은 많았지만 남긴 건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벌이가 시원찮은 마당에, 재정에 빨간불마저 켜졌다. 핫시즈너가 키우다시피 한 오너 회사가 내실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모습과 확연히 대비된다.



2005년 8월 설립한 핫시즈너는 분식 브랜드 ‘동대문엽기떡볶이’로 인지도를 확보한 프랜차이즈 운영업체다. 2020년 말 기준 동대문엽기떡볶이 등록 매장은 총 513곳(가맹점 499개, 직영점 14개). 이는 신전떡볶이(698곳)에 이은 업계 2위에 해당한다.

어쩌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마냥 좋다고 보기 힘들다.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빚에 의존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게 불안요소다. 

지난해 말 기준 핫시즈너 매출은 722억원으로, 전년(589억원) 대비 18.4% 증가했다. 이는 기존 최대치였던 2018년(매출 615억원)을 가뿐히 뛰어 넘는 성적표다.

다만 매출 상승이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진 건 아니었다. 핫시즈너의 지난해 말 기준 영업이익은 2억2200만원으로, 전년(1억4200만원) 대비 소폭 오르는 데 그쳤고,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순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2년 연속 1%대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2018년 12.2%, 2019년 9.6%였던 핫시즈너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0.2%로 급락한 데 이어, 지난해 0.3%로 집계됐다. 회사 측은 매출단가 동결과 매입단가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재정에서도 균열이 목격되고 있다. 그간 핫시즈너는 동종업계에서 재정건전성이 매우 양호한 곳으로 분류됐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만 해도 부채 대비 자본 규모가 월등히 컸고, 부채가 다소 증가한 2020년을 놓고 봐도 부채비율이 110.9%에 불과했다. 통상적인 부채비율 적정 수준(200% 이하)과는 차이가 현격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400억원가량 부채가 재무제표에 추가되면서 부채비율이 1년 새 무려 167.5%포인트 뛰어올랐다. 총자산은 전년(520억원) 대비 두 배 가까이 확대된 919억원을 나타냈는데, 사실상 부채가 쌓이면서 자산 규모를 키운 형국이다.

부채가 늘어난 건 전적으로 차입금 때문이다. 194억원이던 핫시즈너의 2020년 총차입금 규모는 1년 새 400억원 이상 커졌다. 대규모 차입은 토지 취득을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금흐름표상에서 토지 취득 비용으로 378억원이 빠져나갔음이 기재돼있으며, 핫시즈너 측에서는 공장 설립용이라고 짤막하게 언급했을 뿐이다.

2020년 37.4%였던 차입금의존도는 65.2%로 조정이 이뤄졌다. 차임금 전액이 1년 내 상환을 필요로 하는 단기차입금이라는 점에서, 리파이낸싱을 감안하더라도 상환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롭긴 힘든 구조다.

눈여겨볼 부분은 제1금융권뿐 아니라, 복수의 일반 법인에서 핫시즈너에 자금을 대여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핫시즈너의 총차입금 599억원 가운데 85억원은 ▲제이케이푸드시스템(20억원) ▲디디엠유통(35억원) ▲핫토리(30억원) 등에서 빌린 것이다. 이자율은 제1금융권(2.12~2.75%)보다 두 배가량 높은 4.6%가 적용됐다. 

요란했지만 남은 게 없다
실적·재정 동시 균열 목격

해당 법인들은 핫시즈너의 기타특수관계자로 분류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리고 핫시즈너와 기타특수관계자 간 연결고리의 중심에는 금주영 핫시즈너 전 대표가 서 있다. 

핫시즈너는 지분 90%를 보유한 금 전 대표의 개인회사나 마찬가지다. 다만 금 전 대표는 2017년 11월 핫시즈너 대표이사에서 물러났고, 현재는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금 전 대표는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았던 시점을 전후로 직접 보유 중이던 프랜차이즈 관련 상표권마저 정리했다. 2017년 초 0원이었던 상표권에 대한 장부금액이 연말 기준 20억원으로 표기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무렵 금 전 대표가 회사에 넘긴 상표권은 50여개에 달한다.


핫시즈너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6개월 전, 제이케이푸드시스템 대표이사에 오른 금 전 대표는 현재까지 이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제이케이푸드시스템은 금 전 대표와 그의 쌍둥이 딸(권유정·권유경)이 지분 전량을 보유한 조미식품 제조업체다.

디디엠유통은 금 전 대표의 친인척인 금교일 대표가 운영하는 식자재 유통업체다. 금교일 대표는 금 전 대표에 이어 핫시즈너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린 인물로, 지금껏 핫시즈너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핫토리는 금 전 대표의 친인척인 권정욱씨가 운영하는 식료품 제조업체다. 권씨는 제이케이푸드시스템에서도 잠시나마 대표이사에 등재됐던 이력이 있다. 

금 전 대표 및 그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기타특수관계자로 분류된 법인들은 핫시즈너와 사업상 파트너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금교일 대표가 핫시즈너와 함께 대표이사에 이름을 올린 디디엠유통의 경우 지난해 핫시즈너로부터 물품 27억원을 매입했고, 1억2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디디엠유통이 핫시즈너로부터 물품을 공급받는 입장이라면, 금 전 대표가 직접 운영하는 제이케이푸드시스템은 핫시즈너의 주요 매입처다. 제이케이푸드시스템는 2020년 113억원, 지난해 123억원의 매출을 핫시즈너와의 거래를 통해 올렸다. 이 회사의 매출 가운데 2020년 50.2%, 지난해 49.2%가 핫시즈너와의 거래에서 파생됐다.

주객전도

핫시즈너라는 매출처를 확보한 제이케이푸드시스템은 최근 2년간 핫시즈너를 훨씬 웃도는 수익성을 나타냈다. 제이케이푸드시스템의 영업이익은 2020년 44억원, 지난해 23억원이었고, 영업이익률은 각각 19.3, 9.3%로 집계됐다. 오너 개인회사를 발판 삼아 오너 직접 운영하는 회사가 덩치를 불린 셈이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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