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그룹 '애물' 이수건설 딜레마

2021.08.13 13:58:25 호수 1335호

10년 넘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이수건설이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백조로 탈바꿈하길 기대하며 자금수혈을 거듭했건만 별다른 효과가 없는 상태다.



이수그룹은 김준성 명예회장이 1969년 설립한 이수화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김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상범 회장이 경영총괄을 맡은 이후 급속도로 몸집을 키웠고, IT·건설·바이오·스마트팜 분야를 아우르는 중견그룹의 면모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

버는 족족
투입해봐야…

이수그룹은 2000년대 초 ㈜이수를 중심으로 지주사 체제를 구축했고 ‘이수엑사켐→㈜이수→이수화학→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다. 지배구조의 정점에는 김 회장이 서 있다. 김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이수엑사켐은 ㈜이수의 최대주주(73.4%)이고, ㈜이수의 나머지 지분(26.6%)은 김 회장의 몫이다.

이수엑사켐과 ㈜이수가 지배구조 상에서 남다른 중요도를 드러낸다면, 이수화학은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한다. 이수화학은 세탁세제의 원료인 연성알킬벤젠(LAB)과 노말파라핀(NP)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2017년부터 4년간 순손실을 기록했던 이수화학은 올해 들어 실적 반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093억원, 199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7%, 영업이익은 20% 증가했다. 이수화학은 직전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783% 늘어난 13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다소 희석시켰다. 지난 5월 한국기업평가는 이수화학의 신용등급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주력 제품인 LAB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세제 수요 증가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양호한 수급 상황이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진 위협
시한폭탄

다만 이수화학의 상승세는 연결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부문의 성과에 기댄 결과물이다. 비석유화학 부문은 현상유지조차 버거운 현실에 직면해있다. 특히 이수건설은 이수화학의 재정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2009년 초 이수건설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다. 직전년도에 영업손실 211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됐고, 급기야 워크아웃 절차를 밟는 처지로 전락하기에 이르렀다.

이 무렵 이수화학은 이수건설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2009년 4월 이수화학은 채권을 출자전환하는 형태로 이수건설 지분을 취득하면서, 이수건설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출자전환이 이뤄진 채권 규모는 1022억원에 달했다.

이후에도 이수화학은 이수건설 지원을 거듭했다. 2009년 8월 이수건설이 진행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단독으로 참여해 460억원을 투입했고, 2010년과 2013년에 각각 800억원, 500억원을 증자를 통해 지원했다. 이수화학이 이수건설 최대주주에 오른 이후 2013년까지 5년 동안 지원한 자금은 1800억원에 육박한다.

이수건설에 대한 이수화학의 자금 지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9년에는 반포동 사옥을 팔아 마련한 매각자금 599억원을 전액 지원했고, 지난 3월에도 700억원이 이수건설로 향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 기준 이수건설에 대한 이수화학의 지분율은 85.1%까지 치솟기에 이르렀다.

잘나가는 이수화학의 아픈 손가락…
멀고 먼 정상화…수차례 퍼줬지만

그러나 이수화학의 노력에도 이수건설은 좀처럼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수익성에서 반등의 계기를 찾지 못한 게 문제였다.


이수건설은 2008년 211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이듬해 워크아웃 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2011년 1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같은 해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하지만 순풍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6년 6017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매출은 이듬해부터 눈에 띄게 감소하더니, 지난해 3365억원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또 2016년 348억원이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626억원 손실로 돌아섰다.

수익성뿐 아니라 재무상태도 적신호가 켜졌다. 2019년 143.4% 수준이었던 이수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1698.5%까지 올랐다. 통상적인 적정 부채비율(200% 이하)과 비교하면 엄청난 간극이다.

부채비율의 급격한 상향은 국내외 사업장에서 대규모 대손비용이 발생한 탓이다. 지난해 이수건설은 강남 삼성동 고급 주상복합 브라운스톤 레전드(111억원)를 비롯해 리비아 사업(Libya Zentaan 3300 Housing PJT, 290억원), 시에라리온 사업(Kenema-Pendembu Roads PJT, 103억원) 등 총 969억원의 대손충당금이 발생했다. 

이수건설은 대손충당금 중 641억원을 끝내 회수하지 못했고, 이 여파로 재무제표상에 1700억원대 순손실이 기재됐다. 

대규모 순손실은 총자본의 급감을 불러왔다. 2019년 1681억원이던 총자본은 1년 새 136억원으로 92% 쪼그라들었다. 자본이 줄면서 5045억원에 달했던 총자산도 지난해 2446억원으로 감소했다.

허덕이는
구원투수

재정과 실적의 동반악화로 인해 대외 입지마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2021년도 종합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이수건설은 116위를 기록했다. 전년(83위) 대비 33계단 뒷걸음질 친 순위다. 100위권 내 건설사 중 30계단 이상 순위가 떨어진 곳은 이수건설이 유일했다.

이수건설의 악화된 경영환경은 이수화학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월 이수화학의 신용등급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이수건설 등 자회사에 대한 지원확대에 의한 재무 부담 가중’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게다가 이수화학은 이수건설에 대한 자금지원의 여파로 순차입금이 확대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567억원 수준이던 순차입금은 올해 1분기 2009억원으로 증가했다. 또한 이수화학은 이수건설에 대한 1419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제공 중이다.

이수건설에 대한 이수화학의 자금수혈이 수차례 더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올해 1분기 기준 이수건설은 현금자산이 800억원 수준에 불과한 반면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만 1100억원에 달한다. 

팔고 싶어도
살 사람 없다

자금지원 부담을 덜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매각이지만, 시장에서는 이수건설은 그리 매력적인 매물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수화학이 수년 전 추진했던 이수건설 매각작업은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실패로 끝난 바 있다.
 

저작권자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Copyright ©일요시사 all rights reserved.